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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한국토지주택연구원 이상준 수석연구원
○ 도시재생 뉴딜 사업 4년차가 마무리되어 간다
’17년 시범 사업 68곳 선정을 시작으로 ’18년 100곳(포항 흥해 특별 재생 1곳 포함), ’19년 116곳(도시재생 혁신 지구 4곳, 인정 사업 12곳, 총괄 사업 관리자 2곳 포함)을 선정하였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지난 정부에서 선정한 46곳(’14년 13곳, ’16년 33곳)을 포함하면 모두 330곳이 선정된 것이다. ’20년에는 모두 세 차례에 나누어 사업을 선정하고 있으며, 지난 두 차례 선정은 이미 완료되었고 3차 선정 결과는 12월 중에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4년간 사업 유형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뉴딜 사업 원년인 ’17년에는 뉴타운 해제 지역 등 저층 노후 단독 주거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주거 지원형’과 ‘우리 동네 살기기’가 새롭게 만들어졌다. ’19년에는 더 큰 변화가 있었다. ‘점’ 단위 도시재생 사업인 ‘도시재생 인정 사업’, ‘사업법’ 체계를 갖춘 ‘도시재생 혁신 지구’, ‘공기업’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 ‘총괄 사업 관리자 제도’가 새롭게 도입되었다. 도시재생 뉴딜 지원 사업(역량 강화 프로그램)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기존의 ‘주민 역량 강화 사업’과 ‘주민 제안 소규모 재생 사업’을 통합한 ‘도시 재생 예비 사업’이 도입되었다. 이를 통해 일반 근린형 이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예비 사업을 선행해야만 본 사업을 선정하는 체계가 도입되었다.
○ 경쟁률은 낮아졌는데, 우리 지역은 언제 선정되나?
사업 유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해를 거듭하면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국가 지원 선정 경쟁률은 약 2:1 수준으로 안정화되었다. 어느 정도 사업을 착실히 준비한 지역은 무난하게 선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4 차례 고배를 마시는 지역도 꽤 많이 생기고 있다. 경쟁률만 고려하면 다소 의아스러운 부분이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각 지역마다 사정은 다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문제점을 꼽자면 여러 번에 걸쳐서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을 다듬다 보니 모양새는 분명히 좋아졌지만, 최초에 신청할 당시에 지적을 받은 중요한 문제가 해소되지 못한 채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첫째, 지역의 쇠퇴 원인을 구체적으로 규명하지 못하였거나 제시한 현안 가운데 더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더 정확히는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선별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외곽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구 유출, 고령화, 청년층 인구 감소 등 다양한 문제를 언급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사업 배경을 설명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골목 상권 또는 전통시장을 포함한 재래 상권의 매출액 감소 등을 문제로 언급하고는 있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막연한 장밋빛 전망만을 제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둘째, 국가 지원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설득했지만 사업 실행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여 제시된 사업 계획만으로는 해당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거나 그 성공의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경우이다. 커뮤니티의 회복과 생활 환경 개선, 지역 상권 회복과 청년, 중견 상인들의 창·취업 지원 등을 위한 개별 단위(세부) 사업의 목표가 선언적이거나, 세부 실행 계획의 구체성이 떨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박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는 인상을 주게 되는 것이다.
끝으로 사업 실행력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주요 거점 시설 사업의 추진을 위한 부지 확보가 사실상 어려워 보이고, 시설 및 프로그램의 운영을 위한 사업 주체의 발굴이 미진하거나 이를 보완하기 위한 향후 육성 계획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특히 최근 정부는 국가 지원 대상 지역을 선정할 때 무엇보다 거점 시설 조성을 위한 부지를 앞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세 가지 경우의 수로 나누어 설명하였지만 이런 문제들은 대개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 그럴까? 우선 사업 추진을 위한 협치 체계가 구축되지 않았거나 그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도시재생 전담 부서와 유관 부서 사이의 협의가 미진하다 보니 지역 현안 사업들의 발굴과 연계가 엉성해지고, 주민·상인 협의체 구축이 지연되다 보니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체감할 수 없는 사업들이 난립하게 된다. 무엇보다도 행정과 주민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할 중간 지원 조직인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가 잘 운영되지 않다 보니 행정은 행정대로, 주민은 주민대로 각자의 입장만 고수하게 되어 그것이 하나의 사업 계획으로 잘 정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대부분 활성화 계획 수립을 용역사에만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어디선가 본 듯한 내용이 짜깁기된 계획서의 양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역의 쇠퇴 원인과 잠재력 진단 부분에 맹점이 많다. 활성화 지역 지정 요건 등을 강조점 없이 데이터만 단순 나열하다 보니 지역의 쇠퇴 원인과 그 과정을 입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유·무형 자산 조사는 진행되었지만 자산의 활용 가치가 평가되지 않은 목록의 제시에 불과하다 보니 활용도가 떨어진다. 특히 인적 자산에 대한 조사는 특히 미흡한 측면이 많다. 지자체 또한 기존에 추진 중인 시책 사업과 각 부처 사업에 대한 성과 진단, 보완 방향 등을 올바로 설정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원인들로 인해 제시한 사업의 목표와 전략, 성과 관리 방안은 모호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개별 사업의 실행 방안도 구체적이지 않게 된다. 결국 당장 추진하기도 어렵고 주민 체감도도 낮은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각 사업(간) 성과를 연계하는 부분도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보자. 어느 지역 전통 상권의 방문객과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치자. 이런 경우 대부분의 사업 계획서에는 주차장 확충을 통해 상권 회복을 도모하겠다는 내용이 제시된다. 바꾸어 생각해 본다면, 주차장만 만들면 우리 시장에 다시 손님이 올 수 있는지? 만일 그렇다면 좋은 사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 성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달라진 소비 패턴을 분석해야 한다. 손님을 끌고 올 수 있는 특화 업종의 육성 가능성을 가늠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전략의 속에서 목표가 명확한 사업을 발굴하고, 이와 관련하여 주차장 등의 편의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주차장을 만드는 사업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주차장 확충을 통해 상권의 활성화라는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경영을 어떻게 지원하고 상인들은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과 고민이 축적된 사업 계획은 사업의 목표와 그 실행 방안이 구체적일 수밖에 없다. 그다음은 선택과 집중이다. 산재한 현안을 모두 해소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한된 예산과 사업 기간, 그리고 사업 주체들의 준비 수준을 고려하여 사업을 선별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견이 발생할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갈등 또한 사업 계획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갈등은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을 드러내지 않으면 설령 사업에 선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최선의 선택이면 더욱 좋겠지만 차선의 합의도 중요하다.
○ 도시재생 어떻게 준비하고 추진해야 하나?
해를 거듭하면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은 사업 유형과 추진 방식이 다양해졌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지역 중 다른 지역보다 지원이 시급하고 잘 준비가 된 지역을 우선 선정한다는 정부의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지자체와 지역 사회는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의 지원은 말 그대로 마중물 역할이다. 지역 사회 스스로가 쇠퇴 원인과 과정을 규명하고 그러한 문제가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한 지역에 한하여, 국가는 초기 단계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다시 한번 돌아보자. 지금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정부의 정책과 지원 취지에 부합하는지? 목표와 실행 방안은 구체적인지를 확인해 보자. 그리고 우리가 제안한 사업이 제삼자를 설득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지역마다 겪고 있는 쇠퇴 문제는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발짝 더 다가가 문제를 들여다보자. 그리고 이번 기회에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의 목표를 구체화한다면 다른 지역과는 차별화된 사업의 목표와 내용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지역 사회 구성원들의 참여이다. 주민은 사업의 수혜자가 아닌 사업의 주체이다. 서로를 알아가는 친교 활동을 시작으로, 주민 역량 강화의 단계를 거쳐 주민들이 주요 사업의 주체로 성장하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과 지원 조직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흔히 도시재생 사업을 주민 참여, 주민 주도 사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민이 참여하고 주도하기 위해서는 행정이 이를 뒷받침해 주어야만 한다. 중간 지원 조직은 현장의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행정과 주민, 주민과 주민 사이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데 좀 더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아울러 지역 기반의 자생적인 사업 추진 조직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의 조력자로서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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