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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라움 도시건축 문장원 대표
오늘날 전국적으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통해 쇠퇴하는 지방 정부의 원도심 회복과 지역 혁신을 도모하고자 다양한 전략을 기반으로 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공모 방식의 사업 선정으로 인해 주민들의 참여, 지역 사회의 참여를 유도하고 상생과 지속 가능성을 도모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 등 긴 호흡이 수반되는 작업을 미처 실행하지 못하는 한계가 여러 지자체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도시재생은 단순히 껍데기를 바꾸는 작업이 아니다. 주민의 이야기와 행복, 희망을 담을 좋은 ‘그릇’을 빚는 일이다.
현재 많은 지역의 주민과 상인들, 지자체는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외부의 유입이 늘어나고 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2천5백 년 전 공자는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라는 말을 남겼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이처럼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들이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를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 사업이 공모에 선정되는 것보다 그것을 실행해나가는 것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많은 지역에서 주민의 이야기와 지역의 이슈를 담아내지 못한 도시재생 계획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된 많은 지역들이 오히려 사업의 선정 이후에 그 실행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는 각 단위 사업의 목적과 그에 따른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거점 시설의 기능과 프로그램, 기대 효과, 운영 방식이 애매한 경우이다. 이는 실행 단계에서 전략 없이 빈 건물을 지어버린 경우이다. 뉴딜 사업에서 주요 타깃은 어린이/영유아, 청소년, 청년, 여성, 어르신, 시장 상인 등 다양할 수 있다. 이들은 요구 사항이 각기 다르며, 더욱 중요한 것은 취약 계층의 경우에는 지역의 활동가나 실무자들이 그들의 의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경우 사업이 종료되기까지의 4, 5년 동안 도시재생 사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일도 많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계획 단계에서부터 누구를 위한 사업인지를 깊이 고민하고, 단순히 시간적 여유와 의지가 넘치는 일부 주민의 의견뿐만 아니라 마을의 도시재생 대학이나 관련 워크숍에 참석하지 못하는 지역의 소외 계층의 목소리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로 대상이 정해지면 문화, 복지, 교육 등 어떤 기능을 중심으로 그것을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주민 주도의 교류 공간인 경우에는 지속 가능성과 실행력을 위한 주체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추진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 번째로 사업의 목적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마중물 사업을 통해 제안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있고, 지자체가 운영하는 프로그램, 지역의 사회적 경제 조직이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 나아가 지역 대학의 평생 교육원과 링크 사업단 등 인적 자원을 수반하는 프로그램, 민간 기업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 등 다양한 연계 사업들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지역 사회와의 연결’이다.
많은 지역들은 재생 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중물 사업을 가지고 완성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마중물 사업은 앞서 말했듯 좋은 그릇을 만드는 작업이다. 좋은 그릇이란 지역 사회의 다양한 참여와 여러 부처들 사이의 연계 사업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어야 한다. 대부분의 지역에는 연계가 가능한 대학과 기업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포괄적인 상생 협약은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학 및 기업이 가지고 있는 지식, 인적 자원, 공간, 시설 자원, 그리고 경제적 자원에 대한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은 미비하다. 더욱이 대학은 교육 및 연구 기능과 함께 사회적 봉사의 책무도 지니고 있지만, 이는 상생 협약이라는 종이 한 장 바깥으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으며 대학도 지역 사회에 어떻게 공헌을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경우에는 더욱 아쉽다. 사회 공헌 프로그램이라는 좋은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도시재생 대상지에서 어떤 지원을 원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복지 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도 많이 있는데, 지역 복지 시설의 부족한 프로그램과 대학의 인적 자원을 연결하고자 할 때 이를 위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 많이 있음에도 그것에 대해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지역 사회와의 연결’을 위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 오랜 시간 여러 지역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진행하면서 생각해 본 도시재생 사업의 세 가지 핵심 키워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주민의 의지와 역량, 둘째, 지자체의 지속적인 추진 의지, 셋째, 지역 사회의 관심과 참여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의 시점에 많은 지자체는 주민이 주도하는 재생 사업의 실행보다는 신규 사업지 공모에 선정되는 일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지침을 만들어 결승점에서 지자체들을 독려하고, 지자체들은 용역사와 전문가들에게 의지하여 50미터 정도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눈치를 보며 주민들을 출발선에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다. 다양한 지역의 특성과 차별성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지역의 현안, 문제점과 주민들이 원하는 이슈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다른 지역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계획안을 가져다 이를 짜깁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와 전문가들이 ‘화가’가 되어 국토부가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재생 사업을 왜 해야 하는지 자주 의문이 들고는 한다.
도시재생 사업에서 주민들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생각하는 문제점과 원하는 사항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면 지역 사회에 어떤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시작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가장 중요한 주민의 의지와 역량은 주민 스스로가 지역의 문제점을 직접 인식하고 개선하고자 할 때 실현되며, 이때 지자체는 긴 호흡으로 주민들을 기다려주면서 지역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플랫폼을 만들어나가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경제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고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많은 기업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과 기업의 상생(相生)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역 대학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지역과 대학 사이의 상생 방안 또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재생 사업의 성공 요인은 물리적 환경의 개선이 아닌 커뮤니티의 형성에 있다. 여기서 커뮤니티 형성을 위한 민(民)・관(官)・학(學) 상생 방안으로 대학과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혁신 도시가 원도심 외곽에 조성되면서 많은 행정 기능이 이전하고,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상업 시설이 외곽에 형성되면서 원도심은 더욱 쇠퇴가 가속되자 이에 뉴딜 사업을 추진하고자 했던 지자체의 사례이다. 옛 법원 건물을 지역 대학이 매입하여 대학의 일부 시설로 사용을 하고 있었지만 활용도가 낮았고, 지자체에서 대학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활용 방안을 고민하였지만, 지역 대학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지는 못하였다.
그 시점에 도시재생 사업 계획을 추진하던 그룹의 고민은 첫째, 혁신 도시와 원도심이 공존하면서 상생할 방법에 대한 고민, 둘째, 주민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과 기업이 원하는 프로그램, 지역의 대학이 잘하는 프로그램을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우선 민・관・학 상생 방안을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 이들은 더 단순하고 서로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했고, 꼬여 있는 매듭을 하나씩 풀어 나가기로 했다. 우선 지역 대학의 참여가 중요했다. 지역에서는 대학이 가지고 있는 원도심의 건물과 인적 자원이 필요했고, 대학의 평생 교육원을 원도심으로 가져오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을 설득하는 데는 명분이 필요했다. 우리는 혁신 도시 이전 기업에서 답을 찾고자 두 가지 측면에서 계획을 추진하였다. 우선 총무과를 찾아가, 협력 업체를 원도심으로 이전하면서 대학과 협의한 끝에 임대료를 저렴하게 책정하여 한 층을 협력 업체 사무실로 채우는 계획이었고, 두 번째로 노조 위원장을 통해 직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 수요를 조사하였고, 만약 지역 대학에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면 참여할 의사가 있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과 협의를 하였다. 대학은 본인들이 소유한 건물 일부 층을 사무실로 임대하는 것과 혁신 도시의 기업이 동아리 프로그램 비용을 지급하고 이를 대학이 운영하는 것에 대해 아주 긍정적이었고, 결국은 구도심의 건물로 일부 기능을 이전하는 것에 합의하였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프로그램에 참여할지에 대해서 고민을 이어갔다. 결과적으로 예를 들면 기업은 대학에 35명의 프로그램 운영비를 지급하고, 실질적으로 기업에서 25명, 지역 주민 10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대학은 원도심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 마련되었다. 결과적으로 혁신 도시와 원도심의 상생 방안과 그리고 민・관・학 상생의 방안을 동시에 만족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결국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사업 계획을 잘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다양한 주체들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 사회와의 연결’을 위해 지역 사회의 참여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 선행되어야 하며, 지역에 더욱 관심을 갖고 지역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전문가와 행정, 중간 지원 조직 등의 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주민들의 이야기와 행복, 희망을 담을 좋은 그릇이 만들어질 수 있고, 이 그릇이 주민이 주도하는 도시재생 사업의 물리적 거점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주민들이 오랫동안 운영하고 훌륭하게 성장시킬 하나의 공간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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