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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Vol.62_20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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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탄소중립 사회를 위한 도시재생 속 그린리모델링 정책방향 및 전망

박종훈 (건축공간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해 그린리모델링 관련 주제로 열린 자문회의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리모델링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여 빈곤하였던 독일을 재건하는데 공헌한 공법에서 유래가 되었으며, 현재에 이르러 에너지 절약이 생활화된 유럽인들에게 에너지 효율개선 리모델링(Deep retrofit)은 사업으로가 아닌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에너지 효율개선이 리모델링의 문화라니? 그도 그럴 것이 리모델링이 오랫동안 일상화되어 있는 유럽에서는 리모델링시 그린리모델링 기술적용(단열재, 창호, 고효율 기기 등 물리적인 에너지 설비를 개선)에 부담이 없는데다가 적절하면서도 충분한 지원방식이 합쳐지게 되면서 개인의 경제적 부담도 훨씬 덜해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서 그린리모델링에서 요구되는 정책방향과 전망들을 연구하여 왔다. 우리나라의 그린리모델링 정책은 노후화된 건축물을 개보수할 때, 에너지 성능개선이 이루어져서 (신축이 아닌) 기존 건축물의 온실가스 감축달성이라는 목표를 가진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노후 건축물에 에너지 성능개선 실행이 사회전반에 퍼져서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에 기여하는 것이다. 


그린리모델링은 2016년 그린뉴딜 정책의 핵심과제로 시작되어, 2021년부터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로드맵)의 기존건축물 부문 감축수단이며, ‘공공 그린리모델링 사업‘, ’민간 이자지원사업‘ 등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사업‘이라는 말이 내포하듯이 그린리모델링은 국가에서 ’지원하여 선도‘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정책임과 동시에 아직 사회적인 인식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임도 알 수 있다. 그린리모델링에 대한 요구에 있어서 유럽에서는 사회적인 필요성이 그 시작이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적인 필요성이 우선되고 있다. 탄소중립이 고려되고 있는 여타 정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린리모델링 정책의 최종 목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저변화‘겠으나 그 길까지는 아직 멀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가열찬데, 2025년 공공 그린리모델링 의무화를 시작으로 모든 공공 노후 건축물은 그린리모델링으로 개보수가 진행될 것이며, 민간지원을 위한 정책개발 노력들이 속속 이루어지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걱정하는 것은 ’민간 그린리모델링 저변화를 과연 달성하게 될 것인가?‘이다. 


대상이 건축물인 정책사업 중에서 그린리모델링 사업보다 훨씬 오랫동안 이루어진 ’도시재생사업‘이 있다. 도시 곳곳의 쇠락하고, 노후화된 커뮤니티를 그야말로 재활성화시키는 사업이다. 


그런데, ’터새로이사업’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거재생형 사업에서 민간 그린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한 연계형 실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바로 집수리 사업인데, 오래된 집 또는 빈집을 수리해서 새로운 주거 혹은 소규모 사업을 위한 장소로 탈바꿈시킴으로써 장소성 있는 커뮤니티를 재건하는 사업이다. 마을 집수리단이 주축이 되어 재생대상을 물색하고, 전체적인 방향과 주요일정들을 계획하고, 운영관리 등의 총괄을 맡고 있다. 물리적인 집수리는 도시재생을 위해 키워진 마을기업을 통해서는 이루어지고 있다. 그린리모델링의 취지가 자발적인 건축물 에너지 성능개선으로의 참여인데, 마을 단위 운영주체가 노후화되거나 비어있는 집을 개보수하는 항목에 에너지 성능 개선 프로그램을 넣게되고, 마을기업에서는 집수리 시공시 에너지 저감기술 적용을 실시하게 된다. 


이렇게 진행되는 터새로이사업은 이름만 다를 뿐 그린리모델링 사업과 다르지 않다. 좀 더 구체적으로, 그린리모델링에 필요한 공사들은 창호개선, 단열재 교체, 고효율 냉난방기 설치, 신재생에너지(태양광) 설치 등으로서, 오래된 집을 개보수할 때 냉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한 공사들과 다르지 않다. 


아직 확실한 통계는 없지만, 그동안 시행된 터새로이 사업 등 도시재생사업에서 기존 건축물을 개보수한 항목들을 조사해 보면 에너지 성능개선 공사가 적지않은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해 본다. 그러므로, 그린리모델링을 품은 도시재생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물리적으로 모든 도시재생 프로그램에 그린리모델링을 포함하는 것은 무리가 없을 정도의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어 있다고 판단된다. 요컨대, 민간 그린리모델링 저변화를 위한 실마리가 되는 지점인 것이다.


그렇지만 둘의 시너지가 탄소중립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무엇이 요구될까?

당분간은 정책적 조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도시재생이 다루는 사회경제적인 영역은 그린리모델링의 영역보다 크다. 도시재생에 에너지 개선과 탄소중립 개념이 담겨야 하고, 구성요소인 그린리모델링된 녹색건축물들이 모여서 에너지 개선과 탄소중립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그린리모델링은 향후 건축물 에너지 평가·인증을 통해서 등급화 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도시재생에서 그린리모델링 적용은 에너지 성능 수준 향상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도시재생과 그린리모델링 서로가 보유한 콘텐츠가 전략적으로 만나고, 서로에게 윈윈하도록 정책적으로 잘 묶여야 한다. 예로서 터새로이사업(집수리사업)에서 그린리모델링 사업항목 적용이 제도화되어 도시재생사업 주체와 그린리모델링사업 주체 간 정보교환과 운영관리의 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의 프로그램으로서 그린리모델링이 시행되고, 마을의 운영관리에 녹아들어서 지속적인 에너지 성능수준이 관리되어야 할 것이다. 재원조달도 중요한데, 마을 집수리단에서 노후화된 다수의 집수리에 필요한 자금지원을 도시재생과 그린리모델링 두 곳에서 매칭하여 받을 수 있도록 현 정책주체들의 협업이 필요하다.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에서는 도시재생과 그린리모델링의 협업을 통해서 개별 건축물로 산정되던 기존의 그린리모델링 효과가 마을 단위로 확대되게 된다. 이는 그린리모델링의 파급효과 진단과 홍보에 유용하며, 그린리모델링의 좋은 사업모델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은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정책화된 도시재생(feat. 그린리모델링)사업의 선순환은 사람들의 삶과 잘 어우러지고, 재생된 공간들이 새롭게 활용되면서 장소성을 가진 커뮤니티 자체일 것이다. 


다른 말로 도시재생은 탄소중립 문화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잘 정착만 되고 지속될 수 있다면 가장 강력한 저변화 장치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요사이 그린리모델링은 한가지 문제점에 봉착하고 있다. 에너지 성능개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물리적 에너지 성능개선은 이루어져 가고 있지만 과거의 건축물(에너지 절약형 건축물이 아닌)에서 살아온 대부분의 거주자들은 그린리모델링 이후 더 좋아진 에너지 환경을 과다하게 누리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그 예로, 그린리모델링 이후 겨울철의 따뜻한 실내는 과거 난방비가 무서워 쓰지 못했던 에너지를 과다하게 사용하려는 보상심리를 발동시켜, 더 뜨겁게 온도조절을 함으로써 난방비가 오히려 증가되는 소위 ‘행태적’ 문제가 관찰되고 있다. 소요량과 사용량의 차이를 굳이 설명하기 보다는 원래 그린리모델링을 시행한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이 시행 전보다 줄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아직 사람들의 인식개선과 개선된 에너지 환경에서의 적응이 진행되고 있으며, 생각대로 에너지 비용이 적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처음 스마트폰이 나왔을 때, 투박하고, 버튼없이 화면으로만 채워진 기계장치가 시간이 지나면서(무수한 사람들이 어느 지속된 기간동안 사용하면서)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스마트폰 세상이 온 것과 같은 과정을 겪을 것이라 예상해 본다.


유럽의 리모델링은 과거 세계대전 후 국가재건을 위해서 꼭 필요했던 사람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었고, 현재는 그린리모델링과 결합하여 제로에너지를 구현하는 사회로 나아가는 탄소중립 수단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리모델링은 유럽과는 사뭇 다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녹색건축 정책(에너지 성능수준 및 자재사용 등 제도화)의 영향도 한몫하여 그린리모델링의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민간에 녹아들고 있다. 도시재생은 개별 건축물의 녹색화가 아닌 건축물군 또는 마을단위의 그린리모델링화를 의미하는 만큼 파급력이 큰데다가, 마을의 활동가들과 기업들이 주체가 되어 움직이므로 거주민의 삶이 탄소중립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돕게 될 것이다. 


끝으로, 도시재생이 그린리모델링과 만나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 탄소중립을 통한 에너지복지라 말하고 싶다. 그린리모델링으로 녹색화된 도시재생 커뮤니티는 여름철 폭염 또는 겨울철 한파에도 안전한 삶의 공간을 제공해야 되며, 그 혜택을 누리는 대상은 커뮤니티의 모든 거주자들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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