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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Vol.59_20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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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주민참여 도시학교’에서 경험한 주민들의 공동작업

아람이엔씨(주) 전규만 상무

1. 주민참여 도시학교와의 만남 


‘주민참여 도시학교’는 2009년 1회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14회를 맞이한 대구 도시재생계획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대표적인 실습 중심의 주민참여 프로그램이지만, 필자가 처음 발을 들여놓을 때까지 필자의 ‘주민참여 도시학교’에 대한 이해도는 제로베이스였다. 


필자가 처음 ‘주민참여 도시학교’의 지도교수로 참여한 때는 2015년 가을이었다. 단풍이 곱게 물들던 가을, 무려 9개팀 81명의 주민이 참가한 가운데 화원지역 주민팀과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주민들과의 첫 만남인 오리엔테이션 때의 어색함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처음 만나 어색한 주민분들과 함께 마을재생계획에 대한 성과물을 만들어 낼 수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지만, 좌충우돌 회차를 거듭하다 보니 어느덧 주민분들과 정이 쌓이고 좋은 성과물도 창출되었던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본고에서는 이후 필자가 ‘주민참여 도시학교’의 지도교수로 몇 차례 더 참여하면서 느낀 소회를 주민들과의 콜라보(공동작업) 관점에서 풀어보고자 한다.



2. 참석자에서 참여자로


주민들과 함께하는 공동작업의 성패는 주민들이 도시학교에 출석하는 단순한 참석자 단계에서 마을재생계획을 위한 공동작업의 진행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관계하는 참여자 단계로 나설 수 있게 하는데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민들을 적극적인 참여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다. 


첫째, 전문가가 아닌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전체적인 도시재생체계에서 도시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주민참여계획은 실행계획인 도시재생활성화계획에 소스를 제공하는 거칠고 덜 다듬어진, 하지만 본질적 요소를 품고 있는 원석과 같은 포지션에 있다. 완성도에 집착하거나 전문적인 접근은 오히려 원석을 채굴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민들에게 도시재생의 개념에 대해 설명할 때, 법적이고 학술적인 정의를 주입시키려고 하기보다는 날것 그대로의 주민들 각자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에 대한 정의를 간단한 문장형식으로 만들어 보게 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도시재생의 법적 정의


주민이 생각하는 정의 




둘째, 참여한 주민들의 다름과 개성을 이해하고 존중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학교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각자 다른 동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다. 오리엔테이션이나 이후의 진행과정에서 주민들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름의 에너지가 긍정적인 활력소가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오리엔테이션 때 아이스브레이킹과 서로에 대한 소개, 그리고 앞으로 공동작업을 위해 팀원들이 서로에 대해 지킬 예의와 원칙(그라운드 룰)을 보드판에 적어 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주민참여 계획의 주인공은 주민인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주민들이 생각의 나래를 펼치는 과정은 무질서한 방임이 아니라 기승전결의 스토리가 있는 질서 잡힌 형식적 틀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들과의 공동작업은 재생스토리가 전개되는 형식적 틀이 제공되고 이를 기반으로 순차적으로 전개되어야 효과적이며 주민들의 성취감도 높아진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재생스토리 형식1


재생스토리 형식2 





3. 주민들을 춤추게 하는 무대장치들


경험상 도시학교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기본적으로 참여의지와 표현 욕구가 잠재된 분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무대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적극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분출한다. 다만, 분출할 무대가 필요할 뿐이다.

도시학교 지도교수를 하면서 매번 고민하는 것이 이 지점이다. 주민들을 춤추게 하는 무대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효과적인 기법들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현장을 분석하거나 재생전략을 수립할 때는 포스트잇, 스케치북, 화이트보드를 활용한 브레인라이팅 기법을 많이 활용하였다. 최근에는 장소마케팅 이미지 발굴을 위해 잡지를 이용한 콜라주 작업을 시도했는데, 주민들이 즐겁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민들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기 위해 게임이나 다양한 토론방식도 시도해 보면 좋을 것이다. 주민들의 내면에서 꿈틀대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외부로 춤추며 나오게 하는 그 순간이 주민참여계획의 최고점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투어코스개발_브레인라이팅


장소마케팅 이미지 구상_콜라주 





4. 주민들의 콜라보(공동작업)로 탄생되는 재생계획


주민들의 콜라보(공동작업)로 주민참여 재생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은 마치 중세시대의 연금술과 흡사하다. 연금술사는 온갖 재료와 레시피를 사용하여 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금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 과정에서 화학과 같은 과학과 계몽철학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각자 다른 꿈을 안고 ‘주민참여 도시학교’를 찾은 주민들이 상호작용하며 콜라보(공동작업)가 진행된 결과, 그 다른 꿈들이 모여 예상치 못했던 더 큰 꿈을 만들고 그 마을의 재생실행계획을 탄생시키는 토대를 만든다.


이것이 바로 ‘주민참여 도시학교’의 연금술과 같은 마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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