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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도시재생 이야기

웹진 Vol.62_20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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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주거지역 도시재생과 커뮤니티센터

권세연 LH강원지역본부단장(공학박사)


권세연 단장

현장 차원의 ‘도시재생은 누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지?’는 매우 어려운 화두임에 틀림없다. 재생의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도출하고 조율하는 과정은 그 중요성에 비추어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정부지원 이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 필수적으로 고려해야하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최소한 주거지역 재생의 문제는 커뮤니티센터를 통한 공동체의 활성화와 주민참여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주거지역 재생과 커뮤니티센터의 상징성

도시공간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중에서 주거지역은 도시민이 최소한의 주거기준을 충족하면서 안온한 삶을 영위해야하는 중요한 터전임에 틀림없지만, 구도시의 많은 지역은 아직도 생활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특히, 전쟁통에 산비탈에 급하게 형성되었거나 공장과 아파트, 철길 사이에 남아 있는 곳은 지금까지도 주거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나마 사업성마저 없어서 재개발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도시가스도 공급되지 않고, 노후 주택과 좁은 골목길로 인해 소방차 접근도 어려운 동네에 최소한의 생활여건을 개선하는 재생사업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2015년부터 시작되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어 주목해 볼 만하다. 전국적으로 90여개 주거지역에서 진행 중인 이 사업은 집수리를 비롯한 하드웨어와 주민참여를 통한 소프트웨어가 화학적으로 결합되어야 성공할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진주 옥봉루 커뮤니티 센터 전경>

 

다행히 필자는 진주지역에서 주민과 지자체의 중간지원 조직인 현장지원센터장을 역임하여 재생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버넌스, 주민참여와 갈등, 사회적 가치창출 등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정부지원금을 기반으로 한 마중물 사업비는 지역주민의 참여와 토의를 통한 우선순위에 따라 다양한 단위사업이 추진된다. 집수리 지원, 소방도로 개설, 골목길 안전 확보, 사회적 경제 육성 등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은 주민들이 함께 모여앉아 동네일을 논의할 수 있는 공간조차 없는 경우가 많아, 공동체 공간인 ‘커뮤니티 센터’의 확보가 주민참여와 주거지역 재생 전체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의견조율의 지난한 과정과 실질적인 거버넌스 구축


<​사업지구 마스터플랜>


도시재생에는 단계별(계획단계-실행단계-관리단계)로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주체가 있어 의견을 조율하고 현안을 해결해야 할 현장 레벨의 문제가 많다. 도시재생은 주민이 주인이어야 하고 정부는 행정적으로 지원하되 중간지원조직을 통한 진정한 거버넌스 구축이 중요하다. 이 경우 모든 관련자들이 참석하는 도시재생형 ‘라운드테이블’ 회의가 적절한 논의 방식으로 보인다. 상석이 따로 없기 때문에 비교적 동등한 자격으로 회의에 임할 수 있고 소위 ‘갑’이 없는 회의라고 할 수 있다.



<옥봉 라운드 테이블 회의>



진주지역의 새뜰마을 재생사업은 2015년 부터 시작된 사업이지만 개별주체의 다양한 의견을 일치시키기 어려워 사업진척이 다소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기존에는 사안별로 개별 회의를 여러 번 개최해야만 했지만 정보공유에 한계가 있어 서로 오해가 생기거나 의사결정도 지연되기 일쑤였다. 그래서 진주시와 현장지원센터(LH)는 새롭게 ‘진주옥봉 라운드 테이블’ 회의를 도입하여 매주 한 번씩 회의를 열게 되었다. 지금까지 약40회에 걸쳐 다양한 의견조율을 하고 있어 다른 재생지역과 차별성이 부각되고 있다.

커뮤니티센터의 명칭은 ‘옥봉루’로 하기로 하였지만 위치 선정부터 토지매입, 건물 설계, 공간 활용방안, 인허가 등등 센터 건립과정에서 발생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은 라운드 테이블에 안건을 상정하여 심도있는 토론을 거치게 되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창문을 추가하고 옥상에 벤치를 설치하여 전망공간으로 활용하는 등 긍정적인 결과를 여러개 도출할 수 있었다. 착공한지 약 1년만인 지난 작년 11월에 준공하여 지역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준공 축제를 열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을 갖게 되었음은 두 말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커뮤니티센터 내부 / 마을식당 운영모습 / 마을잔치>

커뮤니티센터와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

‘옥봉루(커뮤니티센터)’ 공간은 주민중심 사회적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마을식당과 카페를 운영 중에 있고, 사회적기업인 집수리단을 운영하여 자생력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을식당은 경험이 부족한 주민이 운영하다보니 전문성은 떨어지지만 전문 컨설팅을 통해 보완해 나가고 있고, 지금은 로컬푸드  친환경 식당으로 진주지역의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여 예약 없이는 식사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앞으로 진정한 주민참여와 일자리 창출, 지속적 수익창출과 환원을 통해 1년에 한 두번 정도 마을잔치가 있었으면 좋겠다. 집수리단도 마을기업을 넘어 자활기업으로 발전하여 지속성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복합공간을 활용한 주민 프로그램사업과 문화체험마을 탐방 프로그램, 주민 사진전, 주민 사랑방 등을 함께 운영하기로 하였으니 매우 기대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마을 탐방로는 옹벽을 활용한 다양한 포토존, 가야시대 고분군, 추억이 어린 골목길, 진주향교 등 문화자산을 체험할 수 있는 코스로 설계되어 진주의 옥봉길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어 서울의 인사동길에 버금가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마을 중심부 옹벽 경관개선사업>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은 주민 모두에 의한 재생이기 이전에 진정성과 따뜻한 열정을 가진 몇몇 핵심주체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마을활동가나 주민대표의 노력도 중요하고 실행단계에서는 지자체 담당자나 LH 같은 공공기관의 선도적인 개입과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아무쪼록 다양한 주거지역 도시재생 프로그램들이 성공적으로 작동되어야 함은 당연하고, 진정 주민 중심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체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진정성을 갖는 현장 프로세스의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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