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yright(C) 대구광역시 창의도시재생지원센터.
All Rights Reserved.
본 웹진은 대구광역시 보조금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전문가 기고
최이규 교수 / 노정득 사무국장
가든어바니즘: 정원조성을 통한 커뮤니티 공간과 관계 만들기
최이규 계명대학교 생태조경학과 교수
(2024 주민주도 도시재생 리빙랩 워크숍 전문가)
공공건물은 의외로 실사용자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채 설계되는 경우가 꽤 있다. 지자체는 공간을 통해서 소통을 원했지만 공간을 마련했을 때 실질적인 활용도가 주민들에게 체감되지 않으면 적어도 매우 큰 기회비용을 치르는 것이다. 우리나라 도시재생은 이제 고작 10년의 경험을 거쳐 왔다. 도시재생의 성숙도 3단계 중, 하드웨어 확보에 급급한 1단계를 지나는 상태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시설 공간 확보가 급선무였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향후 2단계의 주민참여형, 3단계의 주민주도형 도시재생, 주민에 의한 자립적 지역 과제 해결의 수준까지 진화하려면, 시설 공간에 대한 디자인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외에서 스타 건축가들이 지역의 소규모 공공프로젝트를 남긴 사례는 너무도 꿈같은 이야기라 비교 대상도 아니지만, 미학적인 성취도를 떠나서 기본적인 요건의 충족조차 힘든 시설, 그저 주변 상가나 오피스 건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커뮤니티 건물은 문제가 많고, 장기적으로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할 것이다. 커뮤니티 공간의 핵심이 소통이라고 재차 언급하자면, 당연스럽게도 건물은 외부의 도시가 말 그대로 연장된 형태가 되어야 하고, 내부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어떤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는지, 또한 주민들이 어떤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되고 공유되는 곳이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갤러리나 백화점, 수도원 마냥 내부에 침잠된 사례가 허다하다. 때로는 일부러 고립을 자초하려는 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아마, 제한된 공사비와 입찰 과정, 무엇보다도 발주처의 상투적 과업지시서 내용이 원인일 수 있다. 물론 건축가의 수준이나 건축 교육 방식이 지나치게 오브제 화 된 건물을 양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번 리빙랩 사업의 대상지는 동구 효목동에 위치한 ‘복합근린허브센터’이다. 건물을 운영하는 협동조합 주민들과 대화해 본 결과, 건물 설계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의견이 많았다. 건축은 차치하고서라도, 기왕 마련된 조경 공간이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못했다. 2차례의 워크숍 과정을 거치는 동안 3층 천장의 누수 문제가 지적되었고, 먼저 해결될 때까지 진행을 보류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곧 보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보수 일자를 통보받지 못해 참관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그간에 날씨가 너무 더워져 공사 일정도 미루어야 했다.
1차 워크숍(2024.06.28.)은 현장 점검 위주로 진행되었다. 사용하시는 데 있어 불편함을 듣고 이용과 관리 측면에서 공간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애초에 염두에 둔 대상지는 4층이었지만, 1층과 5층으로 확대되었기에 공사 비용을 잘 따져봐야 했다. 다행히 계명대학교 전공융합혁신사업(EUP)의 지원과 생태조경학과 학생 20명 정도가 자원봉사를 자청하여 큰 힘을 보태주었다.
2차 워크숍(2024.07.02.)은 몇 가지 예시를 공유하고, 조경 설계 측면에서 제안하는 대안 몇 가지를 두고 대화하는 자리였다. 주민분들의 아이디어도 서로 공유했는데, 물론 의견이 합쳐진 것은 아니다. 조경의 특성상, 공사 기간에 수급 가능하고 식재 가능한 식물의 후보를 마련해 두고 방향성에 대해서 수긍할만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에 의의를 둘 수 있겠다. 사업 기간을 늘려, 생태조경학과의 설계스튜디오 수업과 연계시킨다면 워크숍에서 훨씬 더 많은 토론이 오갔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민들은 대개 전문가의 제안을 변경할 만한 논리적 근거나 적극적 시간 투자의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체로 의견에 따라가기 마련이다. 따라서, 자문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전문가가 안을 제시하고 주민들은 첨언하는 정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4층에는 중정이 마련되어 있고, 5층 발코니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선큰 형태인데, 가로 세로 7,000x4,800mm 정도 되는 공간을 뚫어 2개 층 합 67m2 + 데크의 면적을 중정에 할애한 것은 분명 과감한 투자라 할 수 있다. 상부에는 루버를 설치해, 파골라 하부와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스케일이 과하여 효과는 미미했다. 중정은 4~5층에서 카페의 유리벽과 연결되어 있어, 4층 실내에서는 정원을 볼 수 있지만, 5층에서는 흰색 스터코 벽면만 보인다. 작년 말에 조성된 조경은 약 2m 높이의 배롱나무 두 그루와 잔디가 식재되어 있는데 버섯도 보이고, 잔디와 잡초가 자라서 좀 무성해진 상태였다. 건물을 관리하는 협동조합 분들께서 물을 잘 주시는 것 같지만, 지피식물을 손볼 만큼의 여력은 없으신 듯했다. 배롱나무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잔디밭 둘레로는 데크 소재의 앉음벽이 설치되어 있어, 카페 소파에 앉았을 때 지표면 근처는 잘 보이지 않는다. 토심은 배수판을 제외하면 300mm가 안될 정도로 얕은 편이라 수목 식재의 경우 마운딩이 필요해 보였다. 수전이 설치되어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4면이 막혀있고, 동북측 사선으로 발코니를 통해 있으니 바람의 영향은 최소화되어 있다. 5층에 다다르면 서측으로 개방되어 있기에 통풍은 훨씬 나을 것이다. 루버를 통해 내리쬐는 빛이 북측면 흰색 벽을 통해 반사되는데, 스터코벽의 마감이 거친 편은 아니라 난반사 비율이 낮고, 실내에서는 꽤 눈부심이 있다.
4층 조경의 콘셉트를 숲으로 결정했다. 배롱나무와 같이 느리게 자라는 화목류나 빈번한 관리가 요구되는 초화류 화단보다는 수직형 속성 수목의 성장을 통해 5층에서도 수관을 감상할 수 있게 의도하였다. 흰색 벽면과 어울리도록 밝은 수피의 자작나무 25주를 간격 800mm로 엇심기하였다. 수관을 통해 필터링 되는 빛이 데크공간과 실내에 부드러운 빛을 줄 것이고, 잎의 움직임에 따라 산란되고 산포된 빛을 경험할 것이다. 향후 지하고를 2m 이상 확보하여, 밀식의 답답함을 줄이고 하부가 어두워지지 않으며 시원한 느낌이 들도록 의도하였다. 바람의 영향은 적을 것으로 판단되어 지주목은 설치하지 않았다. 데크에 앉은 사람은 바람이 불 때마다 자작나무 잎의 사각거리는 소리를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지면은 쇄석 4가지 색을 그래디언트 패턴으로 조성했다. 공공건물에 걸맞은 공공성과 교육 효과를 위해 순환골재를 부분적으로 활용했고, 지표의 다양함과 컬러감을 위해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초화류 대신 쇄석 마감으로 대체했다.
< (좌) 4층 정원–자작숲 조성 과정 / (우) 4층 조성 전 상태 >
출처 : 직접 촬영
조경공간이란 곁들여지는 곳, 어울려지는 곳, 행사와 어울리는 곳, 즉 사람과 어울리는 곳이다. 조경은 배경이고, 주인은 사람이다. 5층 화단은 단풍나무 두 그루와 잔디, 남천 등 준공조경 수준의 상태였는데, 인접한 데크 공간이 전혀 활용되고 있지 못했다. 외부 공간을 “유휴공간”이라 표현할 만큼 조경의 질이 낮게 인식되고 있었다. 애정이 없는 공간에는 당연히 유지관리보수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적어진다. 그저 애물단지인 것이다. 준공조경의 문제는 낭비된 공간이라고 생각이 들 만큼 자연이 주는 감동이 없어, 외부 공간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활용에 대한 고민 자체를 무력하게 만드는 데 있다. 5층 데크에 앉을 이용자를 고려하여 그래스류 정원을 조성하였다. 지중해풍을 의도한 흰색 건물에서 지나친 양으로 이질적인 요소인 붉은 벽돌 화단의 존재감을 줄여주고, 풍성한 볼륨과 라인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간과 어울리기 위해서다. 주변 풍경에서 보이는 지저분한 요소들을 적절히 가리고, 시야를 하늘 쪽으로 유도하는 효과도 있다. 홍띠, 리틀버니, 리모타사초, 더스트데빌파니쿰, 그린라이트, 카시안수크령, 팜파스, 칼푀스트실새풀, 아다지오억새 등을 간격과 높이를 고려하여 배치하였다. 최초의 의도대로 정원이 역할을 해준다면, 사계절의 자연을 느낄 수 있다면 누군가는 애정을 갖게 되고, 돌보게 되고, 자주 찾게 될 것이고, 아지트가 될 것이다. 개인과 그룹의 아지트가 되는 커뮤니티 공간이라면 그 역할은 충분하다.
< (좌) 5층에 조성한 그래스 정원 / (우) 5층 조성 전 상태 >
출처 : 직접 촬영
1층의 경우, 협동조합에서 운영하시는 치킨가게와 창작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개의 현대건축의 필로티 공간이 그렇듯이 주간의 햇빛, 야간의 조명이 부족해 긍정적인 공간이 되지 못한다. 주민들의 표현대로 그야말로 “방치된”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건물의 각 실들이 소중한 면적을 포기한 채 셋백되어 물려 앉은 근거도 무색해진다. 필로티의 층고나 폭이 적절히 계획되어 유럽 도시의 아케이드처럼 활기를 띤 그 자체로 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통과동선에 머물기 일쑤다. 진출입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웰컴의 기능을 하는 화분을 배치했다. 지중해풍 건축의 콤셉트에 부합하도록 이태리산 대형 테라코타분을 채용했다. 공공사업에서는 대개 플라스틱분이나 저렴한 버전을 사용하지만 굳이 오리지널로 택한 것은 그만큼 건물의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렴한 분을 쓰면, 건물과 그 안의 내용물 또한 저렴해 보인다. 당장 눈에 띄지 않을지는 모르지만, 인도와 출입구 사이를 왕래하면서 이미지는 쌓이게 된다. 작은 화분 정원을 통해 그곳 또한 하나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블루세이지, 러시안세이지, 에메랄드그린, 블루애로우, 문그로우, 댑싸리, 가우라, 여우꼬리 등을 합식한 이유도 각자가 관심 가는 식물들이 있어 스치면서도 호기심을 유발하고, 상록, 봄꽃, 가을꽃 등이 모여서 시선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플랜터보다 이동과 관리가 용이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혼잡스러운 배너나 간판, 안내문이 아니라 다양한 식물로서 차분하게 공공성을 알리겠다는 의도다.
< (좌) 1층 화분 정원 조성 후 / (우) 1층 조성 전 상태의 필로티 공간 >
출처 : 직접 촬영
몇몇 주민과 학생들의 헌신적인 봉사를 통해 리빙랩 사업이 마무리될 수 있었다. 그러나 과연 이 공간이 리빙랩 과정에서 구상되고 시공된 것처럼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최근 축제가 있어 방문해 보았다. 벌써부터 의도치 않은 물건들이 방치되거나, 공간과 식물이 존중받지 못한 징후가 눈에 띈다. 개인 상업 공간이었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내 돈이 들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만큼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확한 주인이 없는 조경은 그만큼 쉽게 쇠퇴한다. 결국 리빙랩 공간의 성공은 참여가 관건이다. 내 땀이 들어간 곳은 지켜보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내가 투자한 시간만큼, 내가 투자한 고민과 노동만큼, 딱 그만큼 소중하다. 앞으로 이 정원들이 어떻게 흘러가고 성장할지, 궁금해진다.
< 현장에서 진행된 워크숍 >
출처 : 대구창의도시재생지원센터 촬영
소소한 이야기 소목골, 효목2동 도심의 공원
노정득 소목골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2024 주민주도 도시재생 리빙랩 '소소한 이야기 소목골'팀)
< 도심 속의 정원 1층,5층 전*중*후 모습 >
출처 : 직접촬영
< 도심 속의 정원 4층 전*후 모습 >
출처 : 직접촬영
< 4층에서 5층을 보며 찍은 모습 >
출처 : 직접촬영
'); mywindow.document.write(''); mywindow.document.write(''); mywindow.document.write(''); mywindow.document.write(''); mywindow.document.write(''); mywindow.document.write(data); mywindow.document.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