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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사례
김미정 연구원
대구시 중구 동인동에는 현존하는 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가 있다. 그곳은 바로 대구에서 세 번째로 지어진 ‘동인시영아파트’이다. 안타깝게도 동인시영아파트보다 앞서 지어진 두 아파트는 이미 재건축이 진행되어 옛 모습을 볼 수 없다. 동인시영아파트 또한 재건축을 앞두고 있다.
<동인시영아파트의 모습>
출처: 대구시 중구청 공식블로그, https://blog.naver.com/dgjunggu/221509418999
동인동인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onginlinked/
2020년 철거 예정인 동인시영아파트는 1969년에 지어져 50년이 지난 아파트 단지다. 수세식 화장실이 이곳에 최초로 설치되었고, 온돌방과 다락을 갖춘 내부와 복도식 구조, 그리고 연탄 운반을 위한 리어카가 다니기 위해 계단 대신 조성된 나선형 경사로 등을 통해 60년대 당시 우리의 주거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지역 내 처음으로 LH참여형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추진하게 되었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LH는 ▶재정착을 희망하는 세입자에게 행복주택 우선 입주권 부여 ▶공사기간 중 임대주택 임시 거처 제공 등 세입자 이주 대책을 마련해 둥지 내몰림을 방지한 따뜻한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개발 이전의 역사적 흔적과 삶의 추억 등 생활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마을 흔적 남기기’ 기록물과 기념관 건립도 함께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세월의 흔적을 담은 동인시영아파트의 모습은 영화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12월에 대구 출신 배우 이성민이 출연한 영화 <비스트> 촬영지로 섭외된 것이다. 재개발을 앞둔 아파트라는 영화 속 공간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실제 재건축을 앞둔 동인시영아파트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장소 섭외 당시, 동 대표 회의를 거쳐 아파트의 옛 모습이 사라지는 아쉬움을 달래고 공간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촬영을 허락하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재개발 반대 현수막, 경고문 등은 영화의 소품이다.)
<영화 ‘비스트’ 촬영 현장>
출처: 네이버영화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nhn?code=179875
동인시영아파트의 마지막 모습을 담기 위한 노력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2019년 여름에는 아파트 주민들의 삶과 낡은 아파트의 모습이 사라지기 전에 그것을 사진으로 남겨, 시민들과 함께 기억하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교수 및 대학생들이 참여하고, 대구 중구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진행되었다. 작업의 결과물은 ‘2019 동인아파트 아카이브 작업-아름다운 기억과 시간’이라는 테마로 대구중앙도서관에서 전시되었다.
2019년 말에는 동인시영아파트 현장에서 ‘동인동인 東仁同人- linked’ 전시회를 갖기도 하였다. 2018년부터 2019년까지 약 2년간 지역의 예술가들과 주민들이 함께 동인시영아파트를 기록으로 남기는 문화 프로젝트를 추진한 뒤 그 결과물을 전시한 것이다.
<‘동인동인 東仁同人- linked’ 포스터>
출처: 동인동인 홈페이지, https://www.dongindongin.com/
이중 주민들과 함께 진행한 뜻깊은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동인아파트-아이들의 기록’은 작가와 인근 지역의 아동, 청소년들이 함께 진행한 서예 도서관, 글방에서 운영한 예술 교육, 회의, 작품 제작 등의 프로젝트에 대한 기록물이다. 아이들은 아파트를 탁본하고 바닥‧벽‧물건을 점토로 본뜨기 등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행복 정원’은 아파트 단지 안에 꽃과 채소를 심어 정원 가꾸기를 진행한 것으로, 아파트 주민들의 폭발적인 반응과 참여를 이끌어 낸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참여자들은 작가의 시와 꽃씨를 봉투에 넣어 나눠주며 희망과 행목, 생명력이 퍼져나가길 함께 기원했다.
‘동인아파트에서 하루 밤 잠자기’는 작가의 작업실로 사용하던 아파트 공간을 전시 기간 동안 무료 게스트하우스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참여자들은 SNS에 체험 후기를 남기는 방식으로 기록화에 힘을 보탰다. 또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공연을 보며 아파트 주민 잔치에 함께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의 준비 과정과 활동은 모두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되었고, 홈페이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료를 공개해 동인시영아파트 주민 이외에도 시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했다.
<동인동인 관련 온라인 공개 자료>
출처: 동인동인 홈페이지, https://www.dongindongin.com/
동인동인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onginlinked/
동인시영아파트 사례의 의미는 사라지는 것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단지 건축물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 주민의 삶을 함께 기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던 주민들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의미를 지닐 것이다.
오늘날 도시재생 사업에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아카이빙이다. 재생 사업에서의 아카이브는 그 유형에 따라 해당 사업에 대한 진행 과정을 기록하는데 그치지 않고, 대상 지역의 전반적인 변화에 대한 방대한 범위의 기록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 기록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지역의 주민과 시민들이 그것에 함께 참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로서의 기록이며, 오래된 것들에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이다.
<참고자료>
1. 이화섭, “대구 아파트의 역사…45년 된 동인아파트 아직도 그 자리에”, 『매일신문』, 2014.04.12.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88&aid=0000339095
2. 대구시 중구청 공식블로그, “대구 최초 시영아파트 동인시영아파트”, 2019.04.09.
https://blog.naver.com/dgjunggu/221509418999
3. LH 보도자료, “LH, 대구 최고령 아파트 정비사업 본격 추진”, 2019.12.17.
http://www.lh.or.kr/bbs/view.do?sCode=user&mId=280&mPid=279&bbsSeq=44&nttSeq=2344
4. 남승렬, “49년된 대구 최초 동인아파트, 영화세트장으로 변신”, 『뉴스1』, 2018.12.04.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21&aid=0003724322
5. 이통원, “대구 최고령 중구 동인시영아파트...내년 10월이면 영원히 사라진다”, 『매일신문』, 2018.12.05.
http://news.imaeil.com/SocietyAll/2018120518215941895
6. 문수빈,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동인아파트 아카이브展' 진행”, 『머니투데이』, 2019.10.29.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8&aid=0004300461
7. 동인동인 홈페이지, https://www.dongindongin.com/
8. 동인동인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onginlinked/
9. 김기수, ≪동인동인(東仁同人)-linked≫: 어바니즘, 미술행동, 민주주의, 인문연구 제90호 pp.189~217,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