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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도시재생 이야기

웹진 Vol.58_20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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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사례

천내리 주민들, 부산 비석마을을 가다

대구 도시재생 기자단

 지난 11월 22일 천내리에서는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일환인 주민 공동체 역량 강화 프로그램으로 부산 선진지 답사가 진행되었다. 이번 답사지는 ‘아미동 비석마을’로, 부산의 아픈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다. 아미동 비석마을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을 온 사람들이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일본인 공동묘지 위에 자리를 잡고 마을을 꾸린 곳으로. 곳곳에 비석을 활용하여 집을 지은 모습이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어찌 보면 묘한 분위기의 마을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은 2010년대에 들어서 역사적 산물이자 서민의 애환이 담긴 생활 문화 공간으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 뒤로 도시재생 사업도 진행이 되어 주민 협의체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 비석마을에 도착하여 길을 건너는 천내리 주민들                       ▲ 해설사가 주민들을 맞아주는 모습

(출처 : 직접촬영)


 나는 천내리 주민이자 기자로서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주민들과 함께 아미동 비석마을을 찾았다. 어찌 아셨는지 마을 해설사님이 벌써 마중을 나와 우리를 만나자마자 설명을 시작하셨다. 대단한 리더십에 놀라며 자연스레 마을 해설사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천내리 주민들이 찾아간 날은 하필이면 8년 동안 한 번도 쉬지 않았지만 2년 전부터는 쉬기로 한 월요일이었다고 하셨다. 해설사님은 달콤한 휴식을 반납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무척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다.


  

▲ 해설사와 비석마을 곳곳을 돌아보는 모습        ▶ 주민들이 메모도 하며 열심히 해설을 듣고 있는 모습


  

▲ 장소를 이동하는 주민들 뒤로 보이는 마을의 풍경                       ▲ 비석마을 포토존에서 기념촬영

(출처 : 직접촬영) 



 현재 아미동 비석마을에는 ‘천마산 모노레일’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개발이 진행되어 유명한 관광지가 될 것이라는 자부심 넘치는 해설사님의 설명에 괜히 우리도 함께 기분이 좋아졌다. 현재 부산에서 서구는 굉장히 주목을 받는 지역이다. 연예인도 많이 방문한다고 한다. 아미동은 24개 통으로 16, 17, 18, 19통이 비석 문화마을이라고 한다. 지금은 도시재생 사업으로 마을에 페인트도 칠하는 등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여전히 비석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어르신들에게 혹시 마을에 귀신이 나온 적 없냐고 질문을 하면 귀신이 나온 적 있다며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신다는 말씀에 살짝 오싹함을 느끼기도 했다. 일본 귀신, 전쟁 중에 죽은 귀신 등 여러 귀신들과 대화를 나누었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왠지 진짜처럼 느껴졌다. 

 답사를 진행하던 중에 인도가 따로 없이 차가 쌩쌩 달리는 옆으로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것이 위험해 보이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했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원래는 더 좁은 길이었고, 그나마 소방도로가 생겨 비교적 넓어진 것이라고 했다. 인도를 조성할 정도의 공간도 없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무척 아쉽게 느껴졌다. 좁은 골목을 다니는 차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빠른 차들의 속도가 마을 주민들에게 굉장히 위협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 마을 내에 위치한 최민식 사진작가 전시회 관람

(출처 : 직접촬영)


▲ 기찻집예술체험장 외관

(출처 : 직접촬영)


 아미동 구석구석에 마련된 집을 재구성하여 만든 전시 공간과 다양한 볼거리들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도착한 곳은 아미동의 자랑 ‘기찻집 예술 체험장’이었다. 이곳에서 ‘아미협동조합’에서 제공해 주신 맛있는 비빔밥으로 식사를 했다. 주민들은 부산하면 빠질 수 없는 부산 어묵을 시식하는 시간을 가지며 허기를 달래기도 했다. 이어서 문화 체험장에서 진행하는 하바리움 제작 체험에 주민들 모두 참여하게 되었다. 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아지면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하바리움 체험도 그중 하나다. 



 

▲ 기찻집 문화체험장에서 하바리움 체험                                  ▲ 주민들이 완성한 하바리움

(출처 : 직접촬영)


 이곳에서는 카페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처음에는 한 달 매출이 5만 원도 되지 않아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다 코로나19가 있기 전까지는 한 달에 천만 원 정도의 매출이 나와 봉사하는 주민들이 월급도 가져갈 수 있게 발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천내리 주민들은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마을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를 실감하며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공간에서 나오는 매출은 월급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동네 어르신들을 위해 효도 잔치가 진행되거나 할머니들이 김장을 할 때 후원하기 위해서도 쓰이기 때문에 경제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공동체 활동이 마을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주민들이 직접 체험하고 난 뒤로는 주민 자치회 활동을 하면서 매달 회비를 내는 것에 대해서도 누구도 아까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울러 마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강조하셨다. 젊은 사람이 마을에 들어왔을 때 그들에게서 얻는 문화적인 도움도 무척 크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뒤늦게 마을에 들어왔다는 이유로 ‘너희는 우리 동네 사람 아니다’라는 식으로 배타적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든 이웃과 어울려 함께 하면서 배워가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비석마을에는 ‘우리집 1호’라는, 주민들이 직접 힘을 모아 만든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실제 주민들의 필요에 의해서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어 그런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공유 냉장고’에 관한 이야기도 들었다. 집에서 먹지 않는 음식을 자기의 이름을 적어놓고 냉장고에 넣어 두면, 그것을 가져가는 사람이 다음에 또 다른 음식으로 보답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특히 마을 어르신들의 경우 혼자 사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언가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음식을 조금 먹고 나면 많이 남아서 잘 사 먹지 못하시는데, 공유 냉장고는 이럴 때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게 만다고 하셨다. 또 마을에 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가 들어와 있을 때 적극적으로 주민들이 의견을 내어 많은 것들을 조성해 놓을수록 좋다는 이야기도 보탰다. 정말 실감 나는 마을 해설사님의 조언에 천내리 주민들의 감탄이 이어졌다.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 즈음 궁금한 것을 질문하라는 해설사님의 말씀에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자 정신을 발휘하여 질문을 했다.


기  자 : 주민들이 함께하다 보면 다툼이 있지도 않나? 그럴 경우에 어떻게 해결을 하나?

해설사 : 이곳 주민들은 자갈치시장에서 장사하는 분들이 태반이다. 공동 어시장 생선 선별 하시는 분, 노동일 하시는 아저씨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아침 먹고 땡 하면 싸우고, 점심 먹고 땡 하면 싸운다. 여기서 58년째 살고 있는데 매일 싸우는 소리를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다. 그래서 무언가를 같이 하려고 할 때 싸움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조합을 시작할 때도 싸웠다. 어르신들은 젊은 것들이 뭘 한단 말이냐며 싸우고. 우리는 “한다고는 안 하고 하고 싶다고만 했는데요.” 하고 싸웠다. 저 발레 하는 어르신들도 사진으로 보면 저렇게 우아해 보여도 사진 찍으면서 엄청 싸웠다. “니 때문에 대형이 안 맞다. 니 때문에 틀렸다. 니 때문에 장려상 받을 것 인기상 받았다.” 하며 싸운다. 가장 좋은 것은 토박이들이 많이 살기에 자주 싸우기는 하지만 서로 잘 안다는 것이다. 누구 하나 중재자만 있으면 해결이 된다. 싸워서 토라져 가도, 내일 되면 또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싸움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간단하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고, 여기 오면 더 좋은 것이 있다는 것을 알면 싸웠더라도 온다. 할머니들이 머쓱해하면서 오면 그냥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다. 여기 오면 뭐라도 하나 만들어 가고, 빵도 주고, 재밌는 것을 계속할 수 있으니 자꾸 오다가 마침내 ‘한 식구’가 되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 수업으로 댄스 수업을 하면서 같이 무대에 서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 수업 때문에 표정 관리를 하면서 같이 춤을 추다 보니 사이가 좋아졌다. 수업할 때마다 사진을 찍었다. 어떤 표정이 더 좋은지 자꾸 찍어서 보여주니 마을 이웃들의 표정도 조금씩 좋아지더라. 이런 식으로 우리 동네는 자꾸 사람이 기분 좋게 하는 모임을 많이 하려고 한다. 동아리도 많은 편이다. 싸움은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싸우지 않고 혼자 마음 상해서, 토라져서 다음날 안 오는 것보다 차라리 싸우고 가라고 한다. 


 정말 재미있는 결론이었다. 그리고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서로 마음이 통하지 않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속상한 마음을 서툴게라도 표현하게 되면 결국 사람의 마음은 통하기에 문제가 더 커지지 않는 법이다.



▲ 아미동비석마을 견학을 마치고 해설사와 인사하는 주민들

(출처 : 직접촬영)


 천내리 주민들은 이날 뒤이어 감천문화마을도 방문하는 등 어떻게 보면 평소보다 훨씬 많이 움직였던 날인데도 불구하고 표정이 무척 밝았다. 얼굴에는 생기도 넘쳤다. 선진지 견학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고 생소하기도 했지만, 주민들이 직접 성공적인 도시재생 현장에 찾아와 보고 느끼며 배우는 시간은 우리 이웃들의 역량을 충분히 키워준 것처럼 보였다. 나도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마을 공동체와 도시재생의 의미에 대해 크게 깨달을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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