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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윤다솜(도시재생 뉴딜 청년인턴)
다크 투어리즘의 등장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은 1990년대 이후 새로운 관광 유형으로 등장했다. 이 개념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재난 혹은 역사적 비극이 일어난 장소를 여행하는 역사 문화 관광을 의미하며,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이라는 말로도 불린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고자 하는 자기반성의 목적이 강하고, 과거의 역사적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크 투어리즘은 폴리·레넌(Foley & Lennon, 1996)에 의해 최초로 문헌에 언급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시튼(Seaton, 1996, 1999), 스톤·샤플리(Stone & Sharpley, 2008)가 연구를 이어갔으며, 오늘날까지 국내외에서 다크 투어리즘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다크투어리즘 관련 뉴스보도>
출처 : 연합뉴스
해외 다크 투어리즘 사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다크 투어리즘 장소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약 400만 명의 유태인이 학살당했던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이다. 아우슈비츠는 폴란드 크라쿠프 지역에서 서쪽으로 61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수용소의 정확한 지명은 오슈비엥침이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현재 홀로코스트 기념관(박물관)으로 바뀌었다. 그 입구에는 ‘ARBEIT MACHT FREI(일하면 자유로워진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나치 독일이 유태인을 학살하였을 당시의 수많은 역사 기록이 보존되어 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고문실, 가스실, 처형대 등을 포함해 전쟁 희생자들의 낡은 신발과 옷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고, 나치 독일의 잔혹함을 담은 영화를 관람할 수도 있다.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뿐 아니라 이스라엘 야드 바셈(Yad Vashem) 역시 나치 독일에 의해 학살된 약 600만 명의 유태인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대표적인 홀로코스트 역사 박물관이다. 이러한 장소들은 나치에 의해 사라진 유태인의 죽음을 애도하며, 관광객들에게 과거의 역사적 비극을 재연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출처 : 위키백과
또한 미국 9·11테러가 일어났던 뉴욕 세계무역센터 부지인 그라운드 제로는 ‘반 테러’를 상징하는 곳으로 떠올랐다. 당시 이슬람 테러 단체에 의한 대폭발 테러로 인해 약 90여 개국 2,800~3,500여 명의 시민이 생명을 잃었다. 이곳은 당시의 테러 현장을 그대로 보존하고 그 사건을 기억하기 위한 메모리얼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하루 평균 4천 명의 추모객이 방문하는 다크 투어리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라운드 제로의 추모객>
출처 : 한국일보(2017)
대구의 ‘다크 투어리즘’ 사례
대구에도 비극적인 역사 현장을 관광 명소로 만든 다크 투어리즘의 사례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2003년 지하철 중앙로역에서 일어난 화재 참사의 비극을 기억함으로써 재난에 대한 대처 능력을 높이고, 안전한 도시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2008년에 설립한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동구 팔공산로 1155)’가 있다.
국토교통부의 ‘도시활력증진지역 개발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제작된 ‘중구 순종황제 어가길’ 또한 대구의 다크 투어리즘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중구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1909년 이토 히로부미에 이끌려 전국을 순회할 때 대구를 처음 방문했다는 사실에 주목하여 순종황제 어가길을 조성하였다. 북성로와 서성로 일원에 순종황제 동상, 쌈지공원, 역사 거리를 만들고 시민들이 그 주변을 걸으며 역사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인근 환경을 개선하였다.
<순종황제 동상과 안내판>
출처 : 직접촬영
하지만 총 70억 원의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조성된 순종황제 어가길은 역사 왜곡의 현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이 처음 진행될 당시 친일을 미화한다거나, 비극적이고 굴욕적인 역사를 기념한다는 등의 논란이 빚어지면서 일부 시민 단체가 사업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일 무역 전쟁으로 인한 반일(反日)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순종황제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등장했다.
지역의 역사학자들은 전국 순행이 순종의 ‘자의적 결정’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이토 히로부미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순행의 가장 큰 목적은 독립을 주장하는 조선인들의 의지를 억압하고 일제에 순종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 사업이 역사에 대한 몰이해에서 시작됐으며, 반민족적·반민주적인 행위라고 크게 비판한 것이다. 일부 시민 단체는 역사 고증 문제를 언급하며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 사업이 오히려 친일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순종 동상을 당장 철거하고 대신 그 자리에 동학 혁명군과 의병 전사자들의 상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사업을 추진했던 대구 중구청 관계자는 순종황제 동상 철거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동상 철거는 예산 문제를 비롯하여 많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며, 치욕적인 역사라 해서 숨길 필요도 없고, 이 사업은 순종황제 어가길 조성을 통해 우리가 어두운 역사를 되새기고 그것에서 교훈을 얻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순종황제 어가길>
출처 : 직접촬영
조성 2년이 지난 현재 사업지 주변은 이곳을 찾는 사람이 매우 드문 까닭에 황폐하게 방치돼 있다. 어가길 조성으로 인하여 왕복 4차선 도로가 왕복 2차선 도로로 줄어든 탓에 차량 정체가 나날이 심해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이곳에 순종황제의 동상이 설치된 이유에 대해 여전히 잘 알지 못하고 있는 듯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사업 관계자들은 이 사업을 통해 지속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주변 환경 개선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
다크 투어리즘의 지속 가능성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반일 정서가 심화되면서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되짚어보려는 사람들이 많다. 이때 다크 투어리즘은 비극적이고 치욕스러운 우리의 역사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사회적인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 이러한 다크 투어리즘이 국내에서도 온전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들의 관심이 큰 만큼 다크 투어리즘의 활용 방안에 대한 아쉬움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 다크 투어리즘을 효과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다크 투어리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하는 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일부 학자들은 전문적인 역사 고증에 기반하여 시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순종황제 어가길 사업의 경우 이를 추진한 중구청의 행정 담당자들이 충분한 역사적 고증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이 사업을 비판하고 있는 일부 시민 단체들 역시 ‘친일’이라는 좁은 시각에 갇혀 올바른 역사적 해석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다크 투어리즘을 위해서는 앞으로 그것의 실질적인 의미와 의도를 시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 및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전문가의 지적에 귀를 기울이고 ‘역사 교훈 여행’이 단순한 관광 상품으로 취급되는 일에도 경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참고자료
1. 노정연·조우제, 「대구·경북지역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선택속성 및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대한관광경영학회 학술논문, 2011
2. 최영환·이혁진, 「다크투어리즘을 활용한 역사교훈 관광지의 이해」, 한국사진지리학회 학술논문, 2010
3. http://higoodday.com/?doc_srl=476641&act=dispOnpostContentView&mid=allNews
한국일보, ‘9.11 테러 16주년...’, 2017-09-13
4. http://www.newspim.com/news/view/20190822001192
뉴스핌, ‘다시 주목받는 다크투어리즘, 지속 가능하려면’, 2019-08-23, 이현경
5. https://news.imaeil.com/Accident/2019072511174310073
매일신문, ‘잊혀진 채 방치된 대구 중구 순종황제 어가길, 친일미화 논란 여전’, 2019-07-25, 김우정
6. https://www.yna.co.kr/view/AKR20190807088800797
연합뉴스, “역사의 아픈 현장을 둘러보는 ‘다크 투어리즘’을 아시나요?”, 2019-08-11, 송광호
7. https://ko.wikipedia.org/wiki/
위키백과,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