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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원 연구원
코로나19에 대한 대응 수준이 ‘경계’ 단계에서 ‘심각’ 단계로 격상되었다.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정부는 휴교령이나 단체 행사의 금지를 강제할 수 있게 되었고 국토교통부는 항공기 감편 내지 운항 조정의 권한을 갖게 된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범정부적 대응 체제로 강력한 확산 방지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지금은 개개인의 노력 또한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 코로나19는 밀폐된 실내에서 사람 간에 밀접하게 접촉하는 것으로 쉽게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개인위생 수칙을 준수하는 것과 더불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모두가 함께 참여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란 미국의 문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이 『숨겨진 차원』에서 주장한 개념이다. 홀은 사람의 공간을 인간관계의 정도에 따라 네 단계로 분류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출처: 에드워드 T. 홀, 김지명 역,『숨겨진 차원』에 나온 내용을 재구성
즉 어떤 유형의 관계인가에 따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물리적 거리 역시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3단계에 해당하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것이 침방울(비말)이 튀는 약 2미터 정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도 지역에 맞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 서울시는 외출 자제, 온라인 소통, 개인위생 준수의 3대 원칙을 들어 ‘잠시 멈춤’ 캠페인을 2주간 진행했으며, 대구시는 외출 자제, 위생 준수, 전화 신고, 건강 체크, 안부 전달 등의 5대 수칙을 담은 ‘328 대구운동’을 전개하였다.
<대구시 328 대구운동>
출처: 대구광역시청 홈페이지, www.daegu.go.kr
코로나 사태 이후, 외출할 때면 마치 옷을 입듯 자연스레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로 마주보는 대신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등 우리 일상의 풍경 또한 많이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사람 사이의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외부 활동을 자제하고 대면 접촉이 줄어들면서 마음속으로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느낀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느껴지는 불안감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에 의한 것이며,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칫 이러한 현상이 다른 사회적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심리적 방역’을 위한 여러 방법 또한 등장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어르신 등 취약 계층에게 생활 속 무력감과 우울감을 없애고 활력을 주기 위해 댄스, 스트레칭, 노래 등 다양한 강좌를 온라인을 통해 제공한다고 한다. 또한 서울 강서구를 비롯한 여러 지역 도서관에서는 주민들이 대출 신청한 도서를 주차장 입구에서 건네주는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대구시 교육청 또한 사상 초유의 4월 개학을 앞두고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상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심리적 방역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의 결과물이 활용되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구의 경우 2019년부터 홀몸 어르신 가정을 대상으로 AI 스피커를 통한 ‘ICT 돌봄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감염 예방 수칙과 관련 정보를 안내하는 기능을 추가하여 어르신들의 건강을 돌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AI 스피커의 음악 재생, 감성 대화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 또한 늘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시스템과의 대화가 가능한 애플리케이션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문화 콘텐츠를 즐기는 것도 ‘감정의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경기아트센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된 공연을 생중계하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MBC의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에서는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모여 녹화한 ‘방구석 콘서트’를 방송하기도 했다. 유튜브 등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극복하고자 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훈훈한 모습을 담은 영상들이 올라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만약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거나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권역 국립정신의료기관(영남권 국가트라우마센터, 055-520-2777) 또는 국가트라우마센터(02-2204-0001), 정신건강상담 핫라인(1577-0199)으로 연락하여 도움을 받거나, 질병관리본부 콜센터(1339)를 통해 한국심리학회 전문가의 심리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스트레스 대처방법 포스터>
출처: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코로나19 스트레스, 한국심리학회 전문가가 심리상담 돕는다”, 2020.03.11., http://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CONT_SEQ=353502
이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심리적 거리는 좁히기 위한 노력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이 그야말로 ‘초연결 시대’인 21세기라는 것이다. 전화, 영상 통화, 메시지, SNS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는 언제든 서로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평범한 일상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우리는 서로의 안부를 조금 더 다정하게 묻는 사이가 된 것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라는 말을, ‘몸이 멀어지니 마음은 더 가까워지더라’라는 말로 바꾸고 싶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날이 멀지 않았다. 곧 ‘진짜 봄’을 맞이하게 되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1. 에드워드 T. 홀, 김지명 역, 『숨겨진 차원』, 정음사, 1984.
2. 대구광역시청 홈페이지, www.daegu.go.kr
3. 우한솔, “코로나19 두 달째.."마음 건강은 괜찮으세요?"”, 『KBS 1TV '뉴스9'』, 2020.03.07.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6&aid=0010800348
4. 김수강,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이제는 심리방역도”, 『연합뉴스TV』, 2020.03.18.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422&aid=0000420025
5. 김재중, “빅데이터 분석, 인공지능 스피커…4차 산업혁명 접목한 ‘한국형 코로나19 방역’”, 『국민일보』, 2020.03.22.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5&aid=0001302075
6. 백희연, “과도한 정보에 불안···'코로나 블루' 앓는 당신, 극복하는 법”,『중앙일보』, 2020.03.11.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etc&oid=025&aid=0002983168
7. 보건복지부 보도자료, “코로나19 스트레스, 한국심리학회 전문가가 심리상담 돕는다”, 2020.03.11.
http://www.mohw.go.kr/react/al/sal0301vw.jsp?PAR_MENU_ID=04&MENU_ID=0403&CONT_SEQ=353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