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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식 연구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전염병 유행 사례는 코로나 19가 처음은 아니다. 메르스, 신종플루 등의 바이러스가 한국을 거쳐간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강력한 전염성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확진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며 유독 더욱 심각하게 느껴지는 듯하다. 이러한 사회적 재난뿐 아니라 지진과 같은 자연 재난에도 우리나라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러한 재난 상황의 극복을 위해서 우리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제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출처 : 대구광역시 홈페이지, www.daegu.go.kr
우리나라는 주로 특정 지역에 인구가 집약되어 있다. 급격한 도시화로 많은 인구가 도시에 살고 있으며, 인구 밀도 또한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이러한 인구 및 사회 구조는 어쩌면 재난이 닥쳤을 때 피해를 더하는 원인이 될지 모른다. 특히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의 경우 상대적으로 노년층 인구의 비중이 높거나, 사회기반시설이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건이라면 사회 재난이 벌어졌을 때뿐 아니라 이후에도 그것을 극복할 만한 회복력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
다행인 점은 많은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들이 주민협의체와 같은 커뮤니티의 조성을 유도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 커뮤니티가 제 기능을 수행한다면 지역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 예로, 2018년 여름 일본 서남부 지역에서 발생했던 대홍수 사태를 들 수 있다. 당시 홍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고 서로의 안부도 알 수 없었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지자 주민들은 이벤트를 열었고 피해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SNS 소통의 장을 만들어 서로를 위로했다. 이처럼 지역 커뮤니티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취약계층 가까이에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의 구호 체계 역할을 할 수 있다. 반대로 취약계층의 상황을 취합하여 관련 기관에 실시간으로 자료를 제공하는 역할도 할 수 있어서 피해 정도를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커뮤니티의 조성은 재난 상황이 벌어졌을 때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해당 지역이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나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전염병이 빠르게 확산되는 경우에는 커뮤니티가 조성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곳에서 주민들이 직접 만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을 펼쳐 서로 간의 물리적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뮤니티는 꼭 대면 접촉이라는 조건에서만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페이스북은 재난 상황에서 시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헬프’를 개발하여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는 SNS에서 재난 또는 위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서로가 서로의 안전을 확인하고 현재 상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재난 발생 지역에 있는 사람들은 음식, 피난처, 교통수단 등 각자가 제공할 수 있거나 필요로 하는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아쉽게도, 현재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등 7개 국가에만 제공되는 기능이며 향후 전 세계 국가에 점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에도 빠른 시일 내에 이 서비스가 도입되기를 바란다.)
<재난 상황에서 소통 지원하는 ‘커뮤니티 헬프’ 공개>
출처 : 페이스북 뉴스, https://about.fb.com/ko/news/2017/02/
그러나 이러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기존 커뮤니티의 기능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온라인으로 제공되는 정보에 접근하는 것이 곤란한 취약 계층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많은 시민들이 사용법을 익히기 어렵다거나, 사용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문제는 더욱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 가지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보고 싶다. 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이 그것이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많은 기능을 제공하기보다는, 간단하고 쉬운 기능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재난 상황에서뿐 아니라 평소에도 주민들이 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예컨대 부득이한 사정으로 주민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영상통화를 통해 회의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판을 누르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을 위해 음성 기반의 소식 전달 기능을 추가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만약 실제로 이러한 형태의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된다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심리적 거리’는 더욱 가까이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도시재생 사업은 규모도 커지고 그 내용도 더욱 다양해졌다고들 한다. 이처럼 도시재생은 지금껏 많이 발전해 왔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와 같이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사회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 앞으로 마을 커뮤니티가 단지 도시재생 사업을 위한 수단으로써만 쓰이지 않고, 더욱 다양한 기능을 자발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에게 닥쳐올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재난에 대비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향후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해 나가면서 이러한 부분들도 깊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며, 이는 무엇보다 우리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먼저 고민해 보아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오늘은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는 작은 일부터 바로 실천해서, 우리 마음의 거리를 조금 더 가깝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1. 최희선, “도시재생사업, ‘커뮤니티 회복력’으로 전환해야 하는 이유”,『서울경제』, 2019.11.18.
https://www.sedaily.com/NewsVIew/1VQUGZYZLT
2. 김민진, “커뮤니티로 극복하는 재난, 일본 재난대응 연수기”,『icoop 생협』, 2019.11.15.
3. 천병철(2015), 「신종 감염병의 이해와 대비‧대응 방안」, HIRA_정책동향 9권 5호 p.41
4. 페이스북 뉴스룸, “재난 상황에서 소통 지원하는 ‘커뮤니티 헬프’ 공개”, 2017.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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