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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Vol.62_20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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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로컬에 주목하다

임향아, 허정민, 이지혜

  



포스트 코로나, 골목에서 시작되는 로컬택트 

임향아 (2020 대구 도시재생 기자단)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하여 2020년 우리의 삶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사회 각 분야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와중에 특히 주목할 만한 변화는 바로 ‘동네의 재발견’ 즉, ‘로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가 시작되었을 때에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언택트가 부상하였다면, 이제는 이와 더불어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일상을 재구성하고 로컬 상권이 기반이 된 로컬택트가 최신 트렌드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언택트 기술이 기존의 기술을 대체하면서 원격 기술을 통해 집에 머무른 상태, 가까운 동네를 중심으로 한 소비 패턴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기간에 3km 거리를 넘는 원거리 카드 결제가 12.6% 줄고, 거주지 반경 500m 이내인 ‘홈 어라운드(Home Around)’ 소비가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여 8.0% 늘었다는 자료도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제는 많은 국가와 국민들이 코로나19와의 공생을 의미하는 ‘위드 코로나’시대를 준비하고 있고, 그에 따라 로컬의 중요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로컬의 부상과 함께 ‘포스트모던’ 도시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편리한 자동차의 이용과 대형 건물 중심의 첨단 도시를 추구하는 울트라-모던 도시와는 달리, 포스트모던 도시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골목길을 가진 저밀도 도시를 가리킨다. 과거 한국의 도시재생은 자동차 중심의 첨단 도시 인프라를 추구하는 모더니즘 도시 모델을 지향한 재개발을 해왔다면, 2000년대 이후 생활권 반경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걷기 좋은 거리’를 위한 보행자 중심의 포스트모던 도시 또한 주목을 받아왔다. 코로나19 위기가 닥치기 이전에도 골목길 상권은 주요한 트렌드 가운데 하나였고, 지역적 특징을 간직한 다양한 골목들이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되살아났다. 코로나19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킨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행정 기관과 여러 지자체들은 다양한 로컬택트 시설 확충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중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코로나19위기 상황에서 골목 경제를 돕기 위한 ‘골목경제 회복지원사업’을 시작하였다. 골목경제 회복지원사업은 코로나19 이후 골목 상권의 경제 활력을 높이고, 경쟁력 있는 상권을 육성하기 위하여 상인, 상인회, 주민 등의 골목 공동체가 자율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전국 10개의 골목 상권이 선정되었다. 대구시에서는 수성구에 위치한 범어먹거리타운이 ‘범어 식주가무 명인 골목 조성’이라는 주제로 선정되어서 골목 시설 조성 등의 인프라 구축, 식주가무 골목 콘텐츠 기획, 브랜드 개발 등 상권 활성화 사업 등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대구 수성 범어 먹거리타운 입구>
출처 : 대구광역시 수성구청 홈페이지


  한편 경기도 남양주시에서는 지난 7월 수락산 계곡을 해변처럼 조성한 ‘청학비치’를 개장하고 이곳을 ‘로컬택트 스페이스’ 제1호로 지정하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만 갇혀 있고 멀리 떠나지 못하는 시민들을 위하여 집과 가까운 공간에 쉴 곳을 만든 것인데, 특히 남양주시는 슬리퍼를 신고 다니는 가까운 거리에서 일상을 누린다는 이른바 ‘슬세권’을 조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시민들이 굳이 멀리 갈 필요 없이 내 동네에서 안전하고 쾌적하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고자 하는 로컬택트의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남양주시는 청학비치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역사 체험관, 역사 문화 둘레길 등 더욱 많은 로컬택트 스페이스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남양주시 청학비치 개장>
출처: 남양주시 홈페이지


  코로나19 이후 로컬택트가 더욱 주목받으며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은 지금, 과연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살펴본 로컬택트의 지향점은 무엇일까? 모종린 교수의 골목길 자본론에서는 골목길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걷기 좋은 도시, 일과 생활이 공존하는 도시, 소상공인과 주민이 하나의 커뮤니티를 이루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걷기 좋은 도시란 단순히 도로 정비의 문제를 넘어서는 이야기이다. 즉 담을 허물어 공간 내부와 보행로를 통합하거나 내부 시설을 관광 자원으로 공개하며, 보행로를 따라 화단이나 벤치 등을 설치하는 등 학교, 아파트 단지, 시민단체, 지역 주민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일이다. 걷기 좋은 거리를 많이 조성하면 지역의 골목 상권이 도시 문화를 바탕으로 경쟁할 수 있는 공간이 그만큼 늘어난다. 로컬 문화의 장점은 거리와 동네에서 일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고, 원거리 이동이 어려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동네를 중심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진행형인 로컬택트의 시대에 대비하여 시민들이 동네에서도 편안하고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걷고 싶은 길, 지역 고유의 특성을 간직한 개성이 넘치는 골목, 로컬택트를 위한 각종 시설의 마련을 위해서 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더불어 지자체와 정부의 협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출처>
1. 모종린, 『골목길 자본론』, 다산, 2017.
2. 헬레나 노르베리, 『로컬의 미래』, 남해의 봄날, 2018.
3. 이준호, “대구 수성구. 범어먹거리타운 ‘2020년 행정안전부 골목경제회복지원사업’ 에 선정”, 『대구경북뉴스』, 2020.05.28.
4. 조광한, “코로나19 극복, 로컬택트에서 해답을 찾다”, 『중부일보』, 2020.07.29.
5. 김도윤, “남양주시 ‘청학 비치’ 개장”, 『연합뉴스』, 2020.07.01.

 


코로나 시대, 피할 수 없다면 이렇게 

허정민 (2020 대구 도시재생 기자단)

  2020년 1월 7일, 우한에서 원인 미상의 폐렴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나타났다. 새로운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였다. 현재까지 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19(COVID-19)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어 218개국에서 24,976,74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강력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해 확산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있다. 이는 지역 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실시된 정부의 권고 수칙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 및 모임 참가 자제, 외출 자제, 재택근무의 확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듯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일상생활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사회 활동에 제한이 생겼고 그에 따라 도시재생의 동향도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의 무분별한 개발이 인간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도시재생에서 ‘그린 뉴딜’과 함께 한국 사회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화로 ‘동네의 재발견’이 더욱 중요해졌다.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원거리 이동과 통근이 어려워졌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 주거, 놀이가 한 지역에서 가능한 ‘생활권 도시’의 구축이 제안되었다. 이것이 바로 ‘로컬택트’라는 개념이다. 로컬택트란 탈세계화ㆍ지역화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로컬ㆍ마을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의 고유한 문화 자원과 정체성은 로컬택트 도시재생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 로컬택트 도시재생, 페캄 도서관과 경리단길
  로컬택트 도시재생의 성공적인 사례로 불리는 영국의 페캄 도서관의 경우, 도서관이라는 문화 시설을 통해 도시의 기능을 회복하고 활성화했다. 런던 외곽에 위치해 사회에서 소외되어 슬럼가로 변해가던 페캄 지역에 세워진 페캄 도서관은 지역 재생 역할을 하며 주민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페캄 도서관의 설립은 지역을 재생하는 건축의 물리적 기능뿐 아니라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사용자의 공간 욕구를 이끌었고, 그를 통해 사용자들의 참여를 가능케 하는 사회적 역할에 초점을 맞추었다. 건축가인 윌 알솝은 페캄 도서관이 그저 일차적인 건축물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웃음을 주는 열린 공간, 모두가 찾을 수 있는 공공건물,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도서관이 자신들의 소유라고 인식할 수 있는 정체성 있는 건물이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설계 과정부터 주민들 간의 협의가 중요하게 작용했고 실제로 도서관은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그들이 원하는 복합적인 공간으로 탄생하였다. 이처럼 페캄 도서관의 의의는 건축물 자체의 형태나 디자인뿐 아니라 환경적 요소와 상호 행위가 문화적, 정서적인 지역적 재생으로 이어졌다는 데 있다.

 영국 페캄 시의 페캄 도서관 (후면/전면)
 출처 : 영남일보 웹사이트 / 페캄 도서관

 

  로컬택트로 도시재생에 성공한 사례는 한국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골목 거리’의 시초가 되었던 경리단길이다. 원래 경리단길은 후미진 곳이었다. 그러나 2010년, 이태원 중심 상권의 임대료가 높아지자 중심가의 점포들이 경리단길로 옮겨 오기 시작했고, 각 점포가 가진 다양한 콘텐츠와 독특한 라이프 스타일에 끌린 고객과 점주들이 하나둘 경리단길로 유입되기 시작하였다.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경리단길로 유입되어 그 골목만의 독특한 특색, 즉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하여 경주, 부산 등에서도 상가가 밀집되어 특색 있는 골목이 ‘황리단길’, ‘해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형성되는 이른바 ‘골목길 붐’이 불었다. 그 시초가 된 것이 바로 경리단길이었다.


    경리단길
    (출처: 스카이데일리 / 프레시안)

 

  이처럼 코로나19 이전부터 시행되고 있었던 지역 경제 기반의 로컬택트 도시재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지금, 도시재생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 LH토지주택, 포스트 코로나 도새재생 뉴딜 사업
  LH토지주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시행하기 위해 다양한 논의를 거쳐 그린 뉴딜의 과제로 노후 주거·상가 정비, 도시재생 경제조직 육성, 공공 거점 시설 조성을 꼽았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산업 및 산업의 지역화가 예상되고 있어 다양한 분야의 사회적 경제 조직을 육성하여 자생적인 도시재생을 이루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LH 토지주택의 박미규 연구원은 공공 거점 시설의 감염병 대응과 지속 가능한 건축물 운영 관리 차원에서 에너지 효율 중심의 녹색 건축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도시재생지원센터가 그린 뉴딜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고, 언택트 시대에 대응하는 사업 홍보 전략과 코로나 전후 모니터링을 통한 지역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가든’과 같은 그린 플랫폼을 제안하기도 했다.


▲ 군산 SK E&S ‘로컬라이즈 군산’
  로컬택트를 기반으로 SK E&S 또한 지난해 3월부터 ‘로컬라이즈 군산’을 운영하며 민간 기업 최초로 소셜 벤처 육성을 통한 도시재생 사업을 시행했다.
  SK E&S는 지역 소셜 벤처들이 개발하여 상품화한 제품들을 선보이는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로컬시티전(展): 나를 찾아온 도시>도 선보였다. 여기서는 군산의 김, 강릉의 자연을 디자인에 담은 도자기, 제주도의 녹차 등 26개 브랜드가 식품과 생활용품을 포함한 100종의 상품을 전시하였다. 또한 구매를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하였으며, 제품 소개를 비롯한 홍보 활동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SK E&S는 지역 재생을 위한 일차적인 거점 플랫폼으로 군산을 지정하였고, 더 나아가 다른 도시와의 협업을 통해 군산의 지역 재생 모델을 다른 지역에도 적용하여 ‘로컬라이즈 DNA’를 전방위로 확산해 나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 대전 소제동 골목 거리
  오래된 동네, 낙후된 곳으로 인식되던 대전 소제동은 몇 차례의 도시재생 사업과 젊은 예술가들에 의해 새로운 골목 상권으로 거듭났다. 소제동은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지역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로컬택트 도시재생의 좋은 사례이다. 소제동은 도시재생의 과정에서 소비자들을 지역에 조금 더 머무르게 하기 위해 ‘로컬리티’라는 개념을 채택했다고 한다. 지역이 가진 고유한 캐릭터를 상품화하여 이야기가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소제동에는 ‘문화’가 더해져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시민들에게 제공한다. 6월 초에는 ‘소제동 아트벨트’가 문을 열었다. 이는 대전의 청년문화재단이 지역의 문화 기반 조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역사적 의미가 담긴 소제동의 공간에 다양한 전시, 공연, 퍼포먼스와 워크숍 등의 문화 예술 콘텐츠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소제동 아트벨트는 철도관사 건물을 복원, 보수해 문화 공간으로 활용한다. 또한 재단은 대전의 깊은 역사와 미래 가치를 고려한 문화 예술을 지원하는 활동을 통해 소제동을 복합문화예술타운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매주 이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와 퍼포먼스, 워크숍, 공연 등의 프로그램은 지역 사회를 더욱 활성화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지역’에 대한 중요성은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커지고 있다. 기존의 기술이 언택트 기술로 대체되며 온라인과 원격 기술 등에 영향을 받아 문화 및 소비의 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긴급재난지원금, 지역 화폐 등을 지역 내에서 사용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지역 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로컬택트를 통한 도시재생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중요성만을 인식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 문화를 특색 있게 바꾸어나갈 수 있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통해 골목과 지역 상권의 가치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로컬택트 도시재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와 지역 문화를 되살릴 수 있는 좋은 시도가 될 것이다. 지역 생활권을 구축하여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민들이 보다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게 된다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더욱 활성화되는 지역도 생겨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삼으라고 했다. 다 같이 힘든 시기이지만, 모두가 힘을 합치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로컬택트 도시재생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이러한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출처>
1. 김용언, “[新 팔도유람] 뉴트로 성지로 떠오른 대전 소제동 골목 여행”, 『전북일보』
2. “유럽건축기행 .1] 英 런던 외곽 '페캄 도서관'”, 『영남일보』
3. 아키타임즈, “지역 재생의 핵심 역할, 런던 페캄 도서관”
4. “코로나19 극복, 로컬택트(localtact)에서 해답을 찾다”, 『중부일보』
5. 헬로디디, “코로나 이후 '로컬이 뜬다'···"골목 경제 키워야”
6. Be local, 크리에이티브함으로 도시재생에 기여하는 로컬크리에이터“
7. SK E&S, “'로컬택트' 도시재생 프로젝트…"지역사회 활성화 선도"


 



 

포스트 코로나, 그린리모델링을 통한 로컬택트의 기회로

 이지혜 (2020 대구 도시재생 기자단)

  2020년 현재,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되어 인류에게 많은 피해를 주는 질병의 원인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존의 생활 양식과 환경, 사회 체계는 변화를 겪게 되었다. 어느 때보다 사람들은 바이러스와 재해로부터 안전한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외부 활동이 감소한 대신 주거 환경과 건강에 대한 관심과 높아진 현재, 안전한 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이에 환경과 도시를 생각하며 지역민들이 함께 살기 좋은 도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린리모델링’이라는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와 함께 주민 참여를 통한 ‘그린로컬택트’의 가능성과 이를 활용한 새로운 도시재생의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린뉴딜과 도시재생을 함께 바라본 관점에서 제시된 그린리모델링은 차세대 도시재생의 패러다임을 구축할 요소 중 하나이다. 그린뉴딜이란 사람과 환경이 중심이 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의미한다. 그린뉴딜의 중점 과제는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저탄소 경제 구조 확립을 통한 고용시장의 안정화와 함께 지역 경제를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그린뉴딜을 통한 도시재생의 대표적 사례 가운데 ‘그린리모델링’과 ‘그린빌딩’이 있다. 그린리모델링은 국토교통부와 LH가 함께 추진하는 정책 사업으로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와 재해에 대비하고 에너지 효율을 고려한 녹색 건축과 도시재생을 포함하고 있다. 노후한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이를 쾌적한 주거 환경으로 탈바꿈시켜 새로운 가치를 지닌 건축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토부는 올해 1천여 개의 공공 건축물을 대상으로 그린리모델링 사업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빌딩은 전체 빌딩 생애 주기에 걸쳐 친환경적으로 설계된 건축물이다. 이는 그린리모델링 사업의 일환으로 환경을 생각하며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녹색 건축물을 뜻한다. 빌딩 사용 단계에서 나타나는 에너지 소비와 탄소 배출 문제뿐 아니라, 건축 단계에서부터 부자재 생산, 시공 과정 등을 모두 고려한 친환경적인 설계를 그 바탕에 둔다. 그린빌딩의 설계 조건 또한 중요하다. 자연 채광과 환기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고, 고효율 단열재와 냉·난방 공조시스템, 우수 및 중수 재활용 시스템, 전기차 충전 설비 등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지열 냉난방과 태양광 발전 설비,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을 적용하여 에너지 자립 효율을 높여야 한다. 국내에서는 ‘녹색건축 인증제도’를 도입하여 그린빌딩 건축을 장려하고 있다. 녹색 건축을 활용한 미래의 도시재생은 신재생에너지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활용한 시스템이 본격화되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그린빌딩과 그린리모델링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 더 많은 녹색 건축물이 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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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정 도시마을 주택>                            <청연빌딩>
     2014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 대상 수상작       2018 대한민국 녹색건축대전 대상 수상
           출처: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출처: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도시재생 사업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지역민의 참여와 화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이러한 사업의 규모는 소규모로 진행되는 것이 적합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지역과 도시가 함께 어려움을 딛고 새로운 로컬택트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도 실현 가능한 소규모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하다. 소규모 도시재생 사업의 목적은 주민 역량을 강화하고, 주민과 함께하는 공공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여 향후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의 발전 가능성과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주민의 자발적 제언과 공동체 거점 공간을 활용하여 소규모 하드웨어 사업과 주민 소식지 발간 등 공동체 형성을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을 진행한다.
  원주시는 2018년부터 주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소규모 재생 사업을 추진해왔다. 국내의 대표적인 로컬택트 사례 중 하나인 원주시 ‘봉산동 이야기가 있는 마을 만들기’ 골목 전시회는 2019년 진행된 도시재생 사업이다. 이 사례를 살펴보며 자발적 주민 참여를 통한 도시재생의 의미를 되새겨 보도록 하자. ‘봉산동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열린 골목 전시회는 ‘봉산동 이야기가 있는 마을 만들기’ 사업의 결과물과 ‘주민 삶 기록화 사업’, 원주초등학교와 주민이 함께 진행한 어반 스케치 작품을 전시했다. 또한 이 사업을 통해 발굴한 지역의 이야기와 사진 자료를 모아 책자를 만들었다. 사업 담당자와 주민 사이의 소통을 통해 ‘어르신 자서전’을 만들기도 하였다. 골목 전시회의 벽면에는 주민이 직접 그린 자화상과 봉산동의 역사가 담긴 사진들이 전시되었다. 이 소규모 도시재생 사업은 지자체와 지역민이 함께 소통하고, 무엇보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사업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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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동 이야기가 있는 마을 만들기-골목 전시회 1>
출처: 원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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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동 이야기가 있는 마을 만들기-골목 전시회 2>   <봉산동 사람들 포스터-골목 전시회 3>
          출처: 원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출처: 원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

  코로나19로 인해 현대 사회는 많은 어려움과 함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는 재난 상황에 그치는 것이 아닌, 새로운 가능성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환경과 거주 공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린리모델링과 녹색 건축에 대한 이해와 가능성을 토대로 하여, 새로운 도시재생 사업의 패러다임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시민 모두의 관심과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그린뉴딜 정책과 그린리모델링사업의 활성화는 차세대 건축 분야를 선도하며 긍정적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현재 로컬택트를 통한 생태계 전환을 요구하는 움직임의 사례를 살펴보면, 일몰 예정인 도시공원을 생태 근린공원으로 전환하고, 공장식 축산을 줄이고 빠른 시일 내에 4대강을 다시 자연화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자원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그린뉴딜 도시재생과 지역 공동체가 협력하여 만드는 로컬택트 문화가 결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린(green)’과 ‘로컬(local)’을 합한 ‘그린 로컬택트(green localtact)’를 통한 도시재생 방안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현실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실질적인 사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출처>
1. 블로그, 도시재생뉴딜, “주민 참여 유도를 위한 소규모 재생사업이란?”,
https://blog.naver.com/newdeal4you/222031453519, 2020.07.15.
2. Creative and Smart! LG CNS, “스마트시티에 어울리는 건축물, 그린 빌딩”,
https://blog.lgcns.com/1738, 2018.06.19.
3. 김종윤, “포스트코로나 시대 그린뉴딜 도시재생의 과제는?”, 「SBS CNBC」, 2020.07.11.
4. 그린리모델링창조센터 한국토지주택공사, “2018년 LH 그린리모델링창조센터 리플렛”,  https://www.greenremodeling.or.kr/intro/int1000.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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