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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도시재생 이야기

웹진 Vol.58_20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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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도시재생으로 탈바꿈된 장소

대구 도시재생 기자단



[ 고모역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고모역 ]

 

<비 내리는 고모령>은 한국인이 즐겨 부르는 대표적인 대중가요 가운데 하나입니다. ‘KBS 가요무대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노래이기도 하고, 몇 년 전 어느 방송국의 한 프로그램에서 스페인 밀레니엄 합창단이 한복을 차려입고 불렀던 <비 내리는 고모령>은 우리에게 가슴 언저리까지 짠해지는 애틋함과 감동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대구 수성구의 고모역은 정말 작은 간이역입니다. 지난 2006년 여객·화물 운송이 종료될 때까지 80여 년 동안 쓰인, 지역민의 애환이 담긴 장소입니다. 일제강점기 때는 강제 징병·징용에 끌려가는 아들과 어머니가 생이별을 해야 했던 곳이었고, 가요 비 내리는 고모령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때 고모역은 폐쇄되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 폐역사로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수성구청과 지역 주민들의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고모역은 작은 역사관과 더불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물론 아직도 접근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숙제가 남아있지만, 고모역은 변신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고모역 복합문화공간은 고모뮤지엄, 메모리가든, 파빌리온 등으로 조성되었습니다. 고모뮤지엄 전시관에서는 고모령과 관련된 음악, 영화, 악극에 대한 자료를 체험할 수 있으며, 철도 승무원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습니다.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소망 카드 쓰기, 나만의 엽서 만들기, 고모역 그림 색칠하기 등 다양한 즐길 거리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고모역뮤지엄으로 변신한 고모역 옛 대합실 내에는 영화 <비 내리는 고모령> 포스터와 각종 기록물, 그리고 가요 <비 내리는 고모령>을 부른 가수 현인을 상징하는 히트곡 가사와 축음기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고모역은 시민들의 삶에 문화를 더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되살아났지만, 옛 기차역의 흔적이 모두 사라져버려 아쉬움도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제 고모역에서 제복을 입은 역무원을 볼 수는 없지만, 어른들에게는 간이역에서 완행열차를 타고 내리던 지난날의 향수를, 아이들에겐 일제강점기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만 했던 아픈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지금 고모역은 폐역이 되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였지만, 이곳에는 여전히 하루에도 수십 차례 기차가 지나갑니다. 그래서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이 기차 사고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펜스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고모역 복합문화공간은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뜻깊은 장소로서, 기성세대들은 지나간 시간을 추억하고, 자라나는 세대들은 우리의 역사를 되새겨 보며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문화 플랫폼으로서의 공간으로 사랑받을 것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이곳을 찾아 고모역 복합문화공간이 제2의 아양기찻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현인 선생이 부르던 그 <비 내리는 고모령>에는 우리 민족의 애환과 슬픔이 가득하다면, 요즘 대세 가수 20대 조명섭이 부르는 <비 내리는 고모령>은 역사의 뒤안길에서 다시 고모역을 꺼내 놓은 듯 내 고장 고모령을 돌아보게 합니다. 그리고 밀레니엄 합창단이 부른 <비 내리는 고모령>은 대구를 세계 속에 우뚝 세워줍니다.

어쩌면 폐역이 되어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를 고모역에서는 이제 다시 아이들이 색칠 놀이를 하고, 어른들은 커피 한 잔을 들고 메모리가든을 산책하며 도란도란 수다를 떨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화려하게 리모델링되어 문전성시를 이루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작은 간이역, 고모역. 앞으로도 고모역은 아이의 손을 잡고, 부모님의 손을 잡고 함께 찾아와도 좋을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지금도 고모역 복합문화공간은 계속 변신 중입니다.




[ 옛 공장 단지의 새로운 변신, 대구 삼성창조캠퍼스 ] 

  대구광역시 북구 침산동에 위치한 대구 삼성창조캠퍼스는 옛 제일모직 대구 공장이 이전한 뒤로 방치되어 있던 공장 부지를 활용하여 조성한 공간이다. 이는 도심 속 유휴 공간 활용의 한 사례로서, 삼성창조캠퍼스 단지 조성이 이루어진 지금도 제일모직 공장과 기숙사 건물 등이 남아 있어 옛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유휴 공간’이란 사용하지 않는 공간을 의미하는데, 이처럼 쓸모를 잃은 공간에 문화를 더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유휴 공간의 바람직한 활용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대구 삼성창조캠퍼스는 벤처창업존, 문화벤처융합존, 주민생활편익존, 삼성존 모두 네 가지 테마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 삼성존
  삼성존은 삼성 그룹의 모태인 ‘삼성상회’를 복원한 건물과 제일모직 기념관, 제일모직 기숙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이 한때 공장 부지였다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러한 건축물 이외에도 공장 굴뚝이나 이병철 동상 등을 볼 수 있어 옛 공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 벤처창업존
  벤처창업존은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벤처 기업들이 입주해 있는 벤처 오피스, 3D 프린터, 레이저 절단기 등의 장비들이 마련되어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 등 벤처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캠퍼스 내에서 벤처 창업을 총괄하는 곳으로, 여기서는 각종 창업 교육과 벤처 기업 지원 등이 이루어진다. 센터 내에는 VR 체험관, 아이디어 카페 등이 조성되어 있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산업용 3D 프린터, 레이저 절단기 등이 갖추어져 있어서 벤처 기업들이 시제품을 제작하고 테스트하기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 문화벤처융합존
  문화벤처융합존은 옛 제일모직 기숙사 건물을 활용하여 조성한 곳이다. 오페라하우스 홍보관, 예술창작동,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대구 국제뮤지컬페스티벌 사무국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페라하우스 홍보관에는 오페라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오디오 룸, 오페라 관련 DVD와 서적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오페라 아카이브와 오페라 감상실, 포토존 등이 마련되어 있다.


  예술창작동은 대구 예술창작협동조합과 담쟁이공예연구소가 들어서 있다. 액자 엽서 캘리그래피, 한지 공예, 도자기, 자수, 금속 공예, 떡 공예, 베이킹 등의 다양한 분야의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고, 각종 체험과 교육 활동이 가능한 곳이다. 삼성창조캠퍼스 홈페이지 내에서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체험이나 교육 신청도 가능하다. 예술창작동은 사용되지 않던 옛 기숙사 건물 2개 동을 활용하여 조성되었기 때문에 이 공간에 담긴 시간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은 무형문화재 기능 및 예능 보유자들의 전수 활동을 돕기 위해 건립되었다. 무형문화재에 대한 소개와 작품 전시, 전수 교육, 시민 참여 프로그램 등 무형문화재에 대한 홍보가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이곳 역시 옛 제일모직 기숙사 건물을 활용하여 만들어졌다.
  기숙사 F동은 대구 국제뮤지컬 페스티벌 사무국과 벤처지원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외에도 053창업카페, 스타트업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C-Corridor 전시관도 조성되어 있다.

- 주민생활편익존
  주민생활편익존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된 공간으로, 분수대와 잔디가 조성되어 있다. 삼성창조캠퍼스 중앙에 위치한 파크몰A와 파크몰B 두 건물 내에는 다양한 식당과 카페 등 편의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은 시민들을 위해서 조성된 공간이기 때문에 가까이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많이 방문하는 곳이다. 놀이터와 잔디 공원, 벤치, 테이블 등이 잘 조성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았다. 이처럼 주민들이 꾸준히 이곳을 찾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창조캠퍼스 주변이 대부분 아파트 등의 주거 단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민생활편익존에 조성된 잔디나 분수 등의 공간이 도심 속 작은 공원의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창조캠퍼스 단지는 옛 제일모직 부지의 공장과 기숙사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여 이를 과거와 현대를 잘 조화시킨 공간으로 되살렸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사례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벤처창업존과 주민생활편익존, 예술창작동 등 다양한 테마 공간을 조성하여 산업과 문화·예술, 주민을 위한 편의 시설이 더해진 복합 공간을 조성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곳은 단순히 소비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벤처 기업들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또 시민 누구나 찾을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역과 가까워서 접근성도 좋고, 인근에 대구FC의 홈구장, 대구오페라하우스 등 각종 문화 시설도 가까이 입지하고 있어서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삼성존 내의 전시관들이 여전히 개관을 준비 중인 점이나,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식당이나 카페와 같은 공간 이외에도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 공간이 조성된다면,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활력이 넘치는 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단지 내의 예술창작동은 다소 전문적인 예술 교육과 체험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에 가족 단위의 체험 활동은 어려워 보였다. 이곳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방문하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체험 시설이나 문화 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대구 삼성창조캠퍼스를 활성화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1. 대구 삼성창조캠퍼스 홈페이지
2. 대구 창조경제 혁신센터 홈페이지
3. 대구광역시 블로그, <대구 삼성창조캠퍼스: 벤처 창업과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시민 휴식 공간>, 2018. 7. 16.
 

 
[ 낡은 사택을 도시 속 문화공간으로 재생, ‘수창청춘맨숀’] 

 우리 주변에는 사용되지 않고 있는 공간이 알게 모르게 많다. 그런 공간을 ‘유휴 공간’이라 칭하는데, 이는 유휴(遊休)와 공간(空間)의 합성어로, ‘쓰지 아니하고, 활용되지 않고 있는 공간’을 가리킨다. 비어있는 상가, 빈집, 활용 가능한 공터 및 건물 사이의 공간, 공공시설 이전적지, 현재 사용하지 않는 공장 및 건축물, 낮에는 활용하지 않는 상업 시설 등이 그 예이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많은 건물들이 지어지고,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도시 속 유휴 공간도 늘어났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이한 인구 구조의 변화, 지방 도시에 거주하는 인구의 감소, 지역 산업의 쇠퇴 또한 유휴 공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쓸모를 잃은 공간을 아름답게 되살리는 유휴 공간 재생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현재 전국의 많은 곳에서 이러한 도시재생 사업을 시도하고 있고, ‘문화역서울 284’, ‘충북 증평군 빈집 재생’ 등 그 성공 사례들도 늘어가는 추세이다.



KT&G 관사로 쓰였던 낡은 아파트, 출처: 직접 촬영
위 사진은 대구의 유휴 공간 재생 사례인 ‘수창청춘맨숀’이 만들어지기 전, 구 KT&G 연초 제조창 직원들의 관사로 쓰이다 방치되고 있었던 해당 건물의 모습이다. 유리가 파손된 세면대의 모습부터, 빛이 바래 침침한 건물 외벽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아파트의 분위기는 삭막함 그 자체였다고 할 수 있다. 이 건물은 1976년부터 1996년까지 관사로 쓰이다가, 1999년 전매청의 폐쇄 이후 약 20년 동안 유휴 공간으로 도심 속에 방치되어 있었다.


 대구광역시 중구 수창동에 위치한 수창청춘맨숀은 구 KT&G 연초 제조창 직원들의 관사로 사용되었던 아파트를 재생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쓰임을 잃어버리고 방치되어 있던 공간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 산업시설 활용’ 문화 재생 사업에 선정되어 청년 예술가와 시민들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되었다.
 수창청춘맨숀에는 낡은 건물의 외벽이 그대로 남아있어 50년 가까운 세월을 보존하는 동시에, 그 내부는 청년 예술가들의 활동 무대로 채워져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되살아났다. 건물 앞에는 어두운 밤의 수창청춘맨숀을 밝혀주는 ‘LOVE’ 모양의 조명과 잔디밭, 그리고 벤치가 있는 휴식 공간이 있다. 이곳은 많은 시민들이 사진 촬영을 하거나 쉬어가는 도심 속 ‘힐링 스팟’이기도 하다. 이처럼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는 오늘날의 분위기는 옛 낡은 아파트의 어두움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수창청춘맨숀을 환히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유휴 공간이 재생된 장소의 기능과 그 효과는 무엇일까? 이런 장소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많은 사람을 그곳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이는 공간 도시재생이 이루어진 장소 주변의 분위기를 살리는 동시에 사회적 측면에서는 범죄를 예방할 수 있고, 유휴 공간 방치로 인한 환경오염 또한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유휴 공간을 재생한 장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자연스레 소비가 촉진되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된다.
 여기에 공연이나 방송을 통한 홍보 효과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최근 대구 수창청춘맨숀에서 촬영 후 방영된 JTBC의 ‘비긴어게인 코리아’ 2회와 매주 토요일 오후에 진행되는 수창청춘극장의 파급력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유휴 공간이 재생되어 그 장소에 방문한 사람이 늘어갈수록 유휴 공간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줄어들고, 시민들에게 유휴 공간이 재생된 장소가 새로운 가능성을 지닌 장소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유휴 공간을 재생하는 일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낡은 건물이라도 철거하지 않고 원래의 모습으로 되살려 그 시대상을 보여주고 삶의 흔적들로 채우는 도시적 실험.”(구 KT&G 사택 거주자 도철기 님의 에세이 중에서)’이라는 표현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그저 사용하지 않아 비어 있는 공간을 무언가로 채우겠다는 식의 공간 활용보다는 분명한 재생의 목적과 방향을 지닌 유휴 공간의 재생이 이루어져야 한다. 방치되고 있는 공간을 매개로 삼아 이루어나가는 도시재생, 우리는 그 구체적인 방법을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출처>
1. 네이버 지식백과, 대한민국구석구석 여행이야기
“폐허에서 예술 공간으로 리노베이션,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
2. KBS NEWS, “대구 수창청춘맨숀서 무료 웹툰교실” (2020.07.27., 이재민)
3. 이데일리, “폐허에서 ‘대구’의 예술이 피어나다” (2020.09.11., 강경록)
4. 학술논문 “유휴공간 문화적 활용의 의의와 방향” (김연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 도심 속 유휴 공간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했을까? ]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버려야 할까요?”
여러분은 쓸모가 없어지거나 사용하지 않게 된 물건을 어떻게 하시나요? 과거에는 쓸모가 없어진 물건은 버려지게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낡은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시의 팽창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우리 주위에는 쓰임이 없는 ‘공간’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유휴 공간들을 요즘에는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요?
유휴 공간이란 ‘사용되지 않는, 쓰지 않고 놀리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이런 유휴 공간은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대구 지역에 위치한 카페 가운데, 쓸모를 잃어버린 유휴 공간을 카페로 멋지게 되살린 두 곳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대구 중구 동성로 12길 51에 위치한 ‘문화장’입니다. 저는 어릴 적 할머니, 엄마와 매주 대중목욕탕에 갔습니다. 그곳에 가면 시원하게 물놀이도 할 수 있고 따뜻하게 탕에서 몸을 녹일 수도 있고 또 목욕을 마친 뒤에 맛있는 음료수를 마시는 재미도 좋았습니다. 2천 년대 이후로 이런 대중목욕탕을 찾아보기가 급격히 힘들어졌습니다. 요즘에는 사우나, 찜질방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추억의 장소가 된 대중목욕탕이 가끔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약 40여 년간 여관과 목욕탕으로 운영되었던 대구의 청수장은 예술 감각이 더해져 특별한 공간인 ‘문화장’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카페 겸 갤러리인 문화장의 슬로건은 ‘예술 커피로 목욕합니다.’입니다. 이곳의 광고 기획자는 공간의 콘셉트를 만들고 건축가와 안무가는 공간을 꾸미고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해 문화 플랫폼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2017년 문화장의 문을 열었습니다. 단지 목욕탕의 흔적을 간직한 건물이 카페로 변신한 것뿐 아니라, 이 건물에는 곳곳에 다양한 작가들의 예술 작품 또한 전시되어 있습니다. 3개월 단위로 작품들도 교체되며, 자유롭게 사진 촬영도 가능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습니다.
 
  -문화장의 내부 모습-

문화장 내부는 오픈형 갤러리의 느낌으로 과거의 대중목욕탕 모습을 살린 덕분에 이색 카페로도 유명합니다. 카페는 3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층은 뚫려있는 대중목욕탕 같은 느낌이라면 3층은 복도와 벽으로 나누어진 사적인 공간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10개의 방을 통해 다양한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또 문화장에는 루프탑도 있습니다. 옥상에서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대구 시내의 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요즘 같은 날씨에 옥상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신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 문화장에 방문하여 다양한 예술 작품도 관람하며 옛날 대중목욕탕의 느낌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두 번째로 소개해드릴 곳은 대구 동구 금강역의 레일카페입니다. 대구 동구 금강역은 2008년부터 여객 수송이, 뒤이어 2013년 9월 5일에는 운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이후 2017년 4월, 금강역 광장에 폐열차 2량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시민들의 휴식 공간 레일카페가 문을 열었습니다. 안심창조밸리 조성 사업은 대구시와 대구 동구청이 사업비 80억 원을 들여 추진한 것으로 대구 동구 금강동과 대구 동구 괴전동 지역을 중심으로 금호강과 연근 단지, 습지 등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낙후된 도심 지역을 재창조하여 지역민의 정주 의욕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계획되었습니다. 금강역 레일카페 역시 이 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주민의 여가 공간 확보와 관광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건립되었습니다.

            -레일카페의 내부 모습-
              <출처:https://blog.naver.com/gksdbsjo/222037816594> 

금강역 레일카페에서는 플리마켓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플리마켓에는 지역 특산품도 홍보 및 판매합니다. 금강역 레일카페는 아래 사진과 같이 실제 열차를 활용한 이색 카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시중의 카페보다 저렴한 가격에 커피와 음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근으로 만든 머핀과 쿠키도 인기가 좋다고 합니다. 그리고 매월 다양한 공연도 열리고 있으며, 인근에는 안심연꽃단지가 있어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을 것입니다.
이처럼 도심 속 유휴 공간은 우리 주변 곳곳에 존재합니다. 큰 건축물 전체가 유휴 공간이 될 수도 있지만 건물과 건물 사이의 작은 자투리 공간이나 건물 안에서 사용되지 않고 있는 공간이 유휴 공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좁다고, 쓸모가 없다고 버려진 공간도 사람들의 관심과 문화·예술로 채워지면 무엇보다 멋진 공간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도심 속 유휴 공간을 잘 활용하여 이 글에서 소개한 것과 같은 공간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길 바랍니다. 앞서 소개한 두 장소 모두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곳을 방문해 본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유휴 공간을 내버려 두지 말고 직접 멋진 공간으로 변화시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아버린 목욕탕이나 폐열차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그 공간에 문화와 예술이 더해지고 새로운 쓸모를 얻는다면 건축물의 생명이 연장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우리의 도시에 곳곳에서 유휴 공간의 쓸모를 찾아주기 위한 노력이 더욱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출처>



 
[ 달 항아리가 도시를 밝게 비추다: 대구은행 제2본점 ] 

 “커다란 달이 대구 칠성동 일대를 비추고 있다.” 이는 대구은행 제2본점의 야경이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의 모습과 비슷하다는 이유에서, 그 건물을 달에 비유한 표현이다. 이 커다란 달은 도시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을까? 
 
◆ 섬유 산업의 메카였던 침산동과 칠성동 … 산업 구조의 변화로 쇠퇴하다
 하나의 도시는 사회·문화적인 요소와 경제적인 요소로 인해 부흥하기도 하고 산업 구조의 변화, 인구의 감소 등으로 인해 침체하기도 한다. 대구시의 침산동과 칠성동은 이러한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칠성동과 침산동 일대는 1960~70년대 경제 개발을 견인한 섬유 산업의 메카였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견인한 지역 중 하나로, 대구의 산업화를 이끈 핵심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북구는 대구의 심장 역할을 하게 되었고, 섬유 산업을 통해 꾸준히 발전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합성 직물의 등장, 세계 석유파동, 수출의 감소 등의 이유로 섬유 산업은 쇠퇴하게 되었고 북구에 들어섰던 섬유 관련 기업과 공장 단지들도 하나둘 사라지게 되었다. 결국 북구 일대는 이러한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쇠퇴하였고, 비어있는 공장 부지를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를 짊어지게 되었다.  

◆ 다시 생기를 되찾기 시작한 침산동과 칠성동
 섬유 산업의 쇠퇴와 함께 침체되었던 침산동, 칠성동 일대에 최근 재생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남침산네거리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이 문화 복합 공간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남침산네거리 북동쪽과 북서쪽 일대는 각각 대구의 섬유 산업을 이끌었던 제일모직과 대한방직의 부지였다. 이 부지들은 해당 공장이 이전하면서 공터로 남아있었지만 조금씩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하였다. 제일모직 부지에는 대구오페라하우스와 삼성창조경제단지가 들어섰고, 대한방직 부지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이마트, 대구은행 제2본점 등이 들어서면서 주거, 문화, 경제의 요지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북구청 등 주변의 공공 기관, 대구 도시철도 3호선 북구청역의 개통, DGB 파크를 비롯한 복합 스포츠 타운, 폐공장을 리뉴얼하여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한 2garden(투가든), 빌리웍스 등이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되었고, 자연스레 동네에 생기가 돌았다. 이러한 요소 가운데 이 글에서는 대한방직 부지에 들어선 대구은행 제2본점의 탄생으로 인해 일대의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 사기업 사옥 면적의 절반을 시민들을 위해 개방 … 그 이유는?
 한 기업의 사옥 설계는 그 건물의 건축주가 되는 기업의 철학으로부터 출발한다. 대구은행 제2본점의 건축주인 대구은행은 ‘지속 가능한 경영’, ‘소통과 상생’, ‘지역 사회 공헌과 상생’을 철학과 모토,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대구은행 제2본점의 설계는 그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대구은행은 건물 설계를 위해 크게 두 가지의 요구 사항을 제시했다. 하나는 기존 대구은행 본점의 부족한 업무 공간을 확충할 수 있는 기능적 요구, 또 다른 하나는 기업의 가치, 철학, 역사,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건물을 구현해내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적극적인 지역 주민과의 소통 공간 및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의 제공, 효율적이면서 직원들의 능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의 구현, 지속 가능한 친환경 건축물 조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바로 적극적인 지역 주민과의 소통 공간 및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의 제공이다.
 대구은행이 새로운 사옥을 중축하는데 이처럼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과 상생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기업과 장소의 역사성과 관련이 있다. 대구은행 제2본점 사옥 부지가 위치한 칠성동은 북두칠성 모양의 고인돌 7기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칠성동(七星洞)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거대한 고인돌은 묘지 혹은 종교 제의 등을 위한 용도이며, 이는 해당 장소가 다양한 공동체적 행사를 통해 부족 간 소통과 화합을 이루는 상징적 공간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대구는 고인돌의 도시에서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초고속 성장을 이끈 섬유의 도시가 되었고, 현재는 공공, 주거, 문화, 경제의 중심지가 되었다. 이처럼 칠성동은 예로부터 소통과 화합을 추구하는 상생의 공간이었고, 대구의 산업화를 이끈 중요한 장소이며 오늘날에는 다양한 분야의 산업을 아우르는 장소성을 지닌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구은행 제2본점의 설계는 해당 부지가 속해있는 공간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존중하는 것을 중요시하였던 것이다.
 또한 대구은행 제2본점 신축 기념 인터뷰에서 박인규 전(前) DGB 대구은행장은 “DGB를 이용해 준 지역민의 뜨거운 성원으로 성장해온 DGB의 본분을 다하고자 그에 대한 감사와 보답의 의미로 업무 공간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드리고자 생각한 것입니다. (이 공간이) 문화, 체육 시설이 있는 복합금융 문화 공간이자 누구나 자유롭게 거닐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도심 속 작은 공원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이렇듯 대구은행 제2본점은 1967년에 대구은행이 설립된 이후 현재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데 큰 힘이 되었던 대구 시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았다.
장소의 지역성 및 역사성 그리고 기업의 역사, 이 두 가지 요소가 대구은행이 제2본점을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던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정림건축은 대구은행의 요구를 어떠한 방법으로 구현했을까?

◆ 시민들과의 소통을 위한 대구은행 제2본점의 노력
☑ 사방에서 접근이 가능한 길과 공간으로 질서를 구축하여 그 주변으로 각 프로그램을 독립적으로 배치
☑ 동, 서, 남, 북 4개의 출입구를 통해 DGB 라운지에서 만나게 되는 구조
⇒ 쉽고 개방된 접근성을 통해 기업의 소통 의지 실현 


☑ 상층부 5층~10층은 업무 시설, 저층부 1층~4층은 주민들을 위한 공공 문화 공간으로 분리 (※1층: 갤러리, 북 카페, 은행, DGB 라운지 / 2~3층 : 대강당 / 4층 : 문화 센터, 다목적 홀 / 5층~10층 : 업무 시설) 
☑ 비오톱 공간과 옥상 정원을 조성하여 주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개방
☑ DGB 라운지를 통해 주민들의 시각, 청각, 후각을 공감각적으로 자극
☑ 대구은행 제2본점 디자인 방향


◆ 대구은행 제2본점의 출현이 도시를 어떻게 바꿨을까?
 대구은행 제2본점이 들어서기 전의 해당 부지는 한낱 공터에 불과했다. 정방형의 부지는 아파트 단지와 마트 주차장 사이에서 회색 가림막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가림막에는 불법 전단지와 현수막이 가득 붙어 도시 경관을 해치고 있었다. 주거 단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공터가 주는 삭막한 분위기를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2012년, 해당 부지에 대구은행 제2본점의 신축이 확정되고, 2016년 완공된 뒤 이 지역의 분위기는 한껏 생기로워졌다. 사옥 내 오디토리엄(Auditorium)과 실내 체육관에서는 전 연령을 아우르는 행사가 진행되어 다양한 연령층이 이곳을 찾게 되었고, 갤러리의 전시회와 녹지 공간의 조형물 등은 시민들의 미적 감각을 자극하였다. 북 카페의 커피 향은 후각을, 연못의 물소리와 라운지의 피아노 소리는 청각을, 웅장한 큐브형 사옥의 외관과 녹지 공간의 자연은 시각을 자극하면서 대구은행 제2본점 일대는 시민들이 다시 찾아오고 싶게 만드는 공간이 되었다. 
 이처럼 하나의 랜드마크는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대구은행 제2본점 일대는 대구 시민들의 약속 장소가 되었고, 애완견 산책로, 어린이들의 자전거, 킥보드 도로, 주민들의 산책로가 되었다. 시민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상생하는 공간이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 산업 구조의 변화나 랜드마크의 출현으로 변화한 또 다른 도시
 대구은행 제2본점은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탄생한 하나의 랜드마크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산업 구조의 변화나 랜드마크의 탄생으로 인해 도시가 다시 생기를 찾게 된 사례에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인 해외 사례로는 오스트리아 빈의 가소메터 시티가 있다. 가소메터 시티의 네 개의 가스 저장소는 19세기~20세기 빈 전역에 가스를 공급하는 중요한 발전소였다. 하지만 에너지 정책과 주 연료의 변화로 인해 4동의 가스 저장소는 가동이 중단되고 애물단지로 남게 되었다. 시민들은 도시의 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철거를 요구했지만 시 당국의 책임자는 시민들을 설득하여 해당 건물을 보존키로 하였다. 가스 저장소는 가동 중단 3년 뒤 리모델링을 통해 주거·문화 복합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산업 구조의 변화로 인해 하나의 랜드마크가 된 옛 가스 저장소는 해당 지역의 주거 문제와 도시 쇠퇴 현상을 해결하는 데 큰 이바지를 하였고, 하루에 만여 명이 방문하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국내 사례로는 서울의 창신·숭인 지역을 예로 들 수 있다. 대구의 침산동 및 칠성동이 섬유 산업의 메카였다면 서울의 창신동 및 숭인동은 봉제 산업의 메카였다. 하지만 봉제 산업이 쇠퇴하면서 해당 지역 경제도 쇠퇴하게 되었고 도시도 함께 낙후되었다. 하지만 창신·숭인 지역이 서울형 도시재생 제1호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어두운 골목길과 경사 높은 계단길을 재정비하였고, 지역의 역사성 및 지역성과 봉제 산업의 메카라는 콘텐츠를 살려 ‘채석장 전망대’, ‘백남준 기념관’,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등을 설립하였다. 이로 인해 창신·숭인 지역의 방문자도 많아지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침체되었던 도시에 다시금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


◆ 기업과 랜드마크. 도시재생에 선한 영향력을 불어넣다

 한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책이나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중요하지만 부(富)의 선한 영향력도 큰 영향을 미친다. 뉴욕의 사례를 살펴보자. 현재 뉴욕은 문화의 도시, 세계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뉴욕의 경제적 역할이 쇠퇴하면서 뉴욕이라는 도시는 사람들이 살고 싶지 않은 도시로 전락하기도 했다. 뉴욕이 지금처럼 문화의 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도시 브랜딩(I♥NY), 뉴욕 시민들의 사랑, 다분야 전문가들의 빈번한 회의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부의 선한 영향력 또한 그러한 변화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들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정기 후원과 같은 문화 예술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가 없었더라면, ‘문화 예술의 도시’라는 타이틀을 가진 오늘날의 뉴욕은 탄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구은행 제2본점의 경우에도 수십 년 동안 대구은행이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 할 수 있는 대구 시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사옥 면적의 절반을 시민들을 위한 장소로 내어주는 큰 결단을 보여주었다. 즉 부의 선한 영향력이 있었기에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고, 기업과 시민이 상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도시재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지만, 위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기업 또는 랜드마크의 선한 영향력, 지역성의 존중, 시민들과 상생하기 위한 노력 등도 중요하다. 도시재생 사업이 이들을 잘 아우른다면 더 나은 도시의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1. 윤성철, 『공간의 울림 : 대구은행 제2본점 디자인 & 스토리북 :DGB컬처플랫폼 design & story book』, 아이디 도서출판, 2016.
2. 최지희, 「<건축트렌드> 대구은행 제2본점」, 『건설경제』, 2017.03.20.
3. 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2016 대한민국 녹색 건축대전 수상작품집』, 서울ulk, 2016.
4. 백예리, 「‘가소메터 시티’에서 배우는 도시재생 세 가지 팁 버려진 가스저장소가 2000명 사는 ‘도심 속 신도시’로」, 『이코노미조선』, 2018.10.29.
5. 최현재, 「철거 대신 재생으로…서울 창신·숭인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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