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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시재생 기자단
[ 댓잎 향 가득한 담양으로 떠나는 여행 ]
대구 도시재생 기자단 박선미 기자
‘도시재생’이라고 하면 대충 무너져가는 담장에 벽화를 그리는 정도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 도시재생의 개념을 정확히 몰랐기 때문에 그저 시설이 낙후된 지역에나 도시재생을 하는 거라고,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중심가는 도시재생과 상관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도시재생 수업 시간에 “도시재생이 돈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하는 강사님의 질문에 나도 ‘어, 그래 돈이 되긴 하는 건가?’ 하고 호기심을 느꼈던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속한 단체에서 담양으로 선진지 견학을 갈 때도 사실 그다지 흥미롭지는 않았었다. 지리적 여건 탓에 호남 쪽으로 가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빼고는.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그 여행에서 마주친 많은 것들은 이후 내게 삶의 자양분이 되어 주었고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댓잎 향기 가득한 담양으로의 여행을 권해 드리고자 한다.
담양 ‘해동문화예술촌’은 예전에 술을 빚는 곳이었다. 1950년대에 조인훈 대표가 ‘신궁소주’를 인수해서, 옛 해동주조장 문간채에 영업을 시작하며 출발했다. 1960년대부터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막걸리를 생산했는데 담양 읍내에서 가장 큰 술도가였다고 한다.
여기서 막걸리의 역사를 잠깐 살펴보면, 예로부터 막걸리는 서민들에게 사랑받는 술이었다. 막걸리에 대한 기록이 처음 등장하는 것은 삼국시대부터이다. 별도의 도구가 필요한 소주나 청주와 달리 만들기가 쉽고 많은 양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민간에서는 그 이후로도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다. 어렸을 적 기억을 돌이켜 보아도 농번기에 새참으로 내가는 술은 늘 막걸리였다. 옹기 안을 휘휘 저어서 들고 간 주전자에 막걸리 반 되를 가득 담아주던 인심 좋은 동네 술도가. 그리고 면 소재지 장터에서 물렁한 플라스틱병에 담아 막걸리를 팔던 현대적인 술도가. 그리고 ”막걸리를 마시면 배가 불러“ 하고 말씀하시던 친정아버지의 기억까지, 막걸리는 우리에게 친근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다양한 이유로 막걸리의 소비가 줄기 시작했다. 해동양조장이 문을 닫게 된 것도 이쯤이 아닌가 싶다. 2010년 폐업 이후 해동주조장은 방치되고 잊혔다. 그러다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 디자인공예 문화진흥원이 주최한 ‘2016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이곳은 새로운 문화 예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2019년도 지역 문화 대표 브랜드 공모전에서는 ‘문화를 빚다. 담양 해동문화예술촌’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내가 해동문화예술촌을 방문했을 때가 그즈음이었다.
<해동주조장 입구>, 출처: 상화로 주민 협의체 이재강
양조장을 리모델링한 것이라 나무 기둥과 들보가 그대로 드러나 보이는 특별한 구조였다. 마당에는 술을 빚을 때 쓰던 우물이 유리로 덮여 있었는데 연결된 펌프로 물을 퍼 올려 볼 수도 있어 함께 갔던 회원들은 신이 났었다. ‘문화’, ‘예술’이라면 고상하고 우아하지만 뭔가 난해하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법인데, 해동문화예술촌은 좀 달랐다. 그중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독자들에게 소개하려 한다.
첫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김자이 님의 작품으로, 전시 제품을 관람하는 말미에 조그만 지퍼백에 든 씨앗을 가져갈 수 있게 해 둔 것이었다. ”싹이 나면 사진을 보내 주세요“라는 글귀, 그리고 메일 주소가 있었다. 사진 한 장과 <푸른 자연이 가진 치유 효과>라는 짧은 글이 있었다. 사진은 큰 화면으로 보면 더욱 싱그럽고 상쾌하다. 씨앗은 나중에 싹이 났지만 잘 돌보지 못하여 곧 시들어버렸고 메일을 보내주려던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그러나 그때 내 마음에 뿌려진 꽃씨는 예쁘게 자라 이렇게 한 편의 글로 싹트게 되었다. 씨앗과 함께 동봉되어 있던 사진도 다이어리에 소중히 보관된 채 나만의 푸른 자연이 되어 지친 일상을 치유해 주고 있다.
<푸른 자연이 가진 치유 효과>, 출처: 김자이 작가님
또 다른 작품은 배수민 작가님의 것이다. 사진 찍는 일이 별로 없는 내가 그날 유일하게 찍어온 한 컷이다. “저 선인장이 나예요.” 그때 다른 회원들에게 난 그렇게 말했었다. 그 당시 나는 내가 하던 일에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중이었고 그 작품은 강렬하게 내 영혼과 조우하였다. 하늘을 향해 잎을 뻗으며 꽃처럼 화려하게 생육하는 상부의 식물과 대조적으로, 거꾸로 매달린 선인장은 힘겹지만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내고 있었다. ‘자연과 빠르게 변화해가는 현대 사회와의 부조화’, 그렇게 작품 해석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비록 작가가 의도하는 바를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하였다 해도 내가 그 작품을 통해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면 그걸로 충분한 게 아닐까?
<배수민 작가님의 작품>, 출처: 박선미 기자
해동문화예술촌을 방문하고 시간이 꽤 흘렀다. 기사를 쓰기 위해 예술촌 측에 이것저것 문의해 보았다. 작품 전시를 위해 공간을 대여한다기에 아무 작품이나 가능한지 물어보니 그건 아니고, 해동문화예술촌 자체의 기준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작품에 대해 여쭈어보니 벽화를 제외한 대부분의 전시 작품은 주기적으로 바뀐다고 답해주셨다. 세상엔 의도치 않았는데 좋은 결과를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해동문화예술촌의 추억은 예술 작품을 통한 치유와 자아 성찰의 소중한 경험이었고, 도시재생이 적어도 지루하고 건조한 것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끝으로, 그날 들었던 해설 중에 기억에 남는 한 마디를 작품 사진과 함께 적어보려 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빛나지 않는다고 덜 존귀한 것이 아니다.”
- 해동문화예술촌 양초롱 해설사님
옳다. 광활한 우주의 작은 점 하나에 지나지 않는 존재일지라도 우리 모두는 빛나고 존귀한 존재가 아니겠는가?
댓잎 향기 가득한 담양으로 여행을 떠나 보시라.
술도가였던 해동문화예술촌이 빚어내는 예술의 향기와, 영화 <알 포인트>(2004)로 유명한 죽녹원의 대나무 잎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소리가 그대를 위로하리라. 죽녹원 인근의 죽세공품 시장을 구경하는 즐거움은 담양 여행이 주는 또 다른 덤이다.
< ‘도시 리듬과 예술적 행동’ 전시 작품 중 하나>
출처: 상화로 주민협의체 마을활동가 오명조님
[참고문헌]
* 광주일보
* 네이버 지식백과-두산백과
* 해동문화예술촌 해설사님의 해설
[ “아픔에서 희망으로” 목포 1897 개항문화거리 ]
대구 도시재생 기자단 문승호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해방 이후까지의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해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며 많은 관광객이 붐비던 ‘목포 1897 개항문화거리’.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재와 건축 자산을 활용한 우수한 도시재생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목포로 떠나보자.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목포까지의 거리는 멀기만 했다. 정오까지 늦잠을 자서 출발조차 못 한 것이 한 번. 두 번째 시도 만에 아침 일찍 출발해서 점심 먹을 때쯤 ‘목포 근대역사관 2관’에 도착했다.
<함양휴게소에 있는 한반도 동·서의 화합과 겨레의 발전을 기원하는 조형물>, 출처: 문승호 기자
도착 전까지 관광지의 주차난을 걱정했지만, 가까이에 공영주차장이 잘 갖추어져 있어 쉽게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카메라를 짊어지고 길을 나서니, 부쩍 따뜻해진 봄 날씨 덕분에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명소마다 붐비고 있었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은 벚꽃나무 아래에서 연인들은 다가온 봄소식에 한껏 설레는 듯 서로 사진을 찍어주기에 바빴다. 앙상한 벚꽃나무에 잠시 눈길을 주고, 이른 아침에 출발하여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목포가 자랑하는 9미(九味) 중 하나인 꽃게무침을 먹으러 ‘초원음식점’으로 향했다.
<목포 근대역사관 2관 근처의 벚꽃나무>, 출처: 문승호 기자
가게 안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높은 평점을 받은 맛집이라는 게 거짓말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좁은 가게 탓에 상을 정리할 동안 얌전히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배고픔에 무작정 빈자리에 앉으면 주인 어르신께 잔소리를 듣는다.
인터넷과 유튜브에 게살무침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 하지만 음식을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게살무침을 먹고 있는 사람은 없고, 모두 갈치조림을 먹고 있었다. 말씀을 들어보니 여기는 예전부터 유명한 갈치찜 맛집이라고. 그제야 벽면의 목포시에서 발급한 ‘갈치조림 명인’ 증서가 떡하니 보인다.
바로 문이 열리고 관광객이 몇 명 들어오더니 빈자리에 앉아 게살무침을 주문한다. 주인 어르신의 잔소리와 어색하게 웃는 관광객, ‘공깃밥’과 ‘주류’ 사이에 붙어 있는 ‘꽃게살비빔밥’의 어색한 갈등과 균형이 참 재밌는 식당이다.
<갈치조림 명인 증서>, <공깃밥과 주류 사이>, <갈치찜을 잊게 해주는 게살무침>, 출처: 문승호 기자
1897 개항문화거리에는 골목길을 따라 문화재와 건축물이 산재해 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식당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 목포화신연쇄점과 구 호남은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계방향 순서 <구 목포화신연쇄점>, <구 목포화신연쇄점의 현관 등>, <구 호남은행, 내부 공사로 관람은 불가능>
출처: 문승호 기자
구 목포화신연쇄점은 목포에서 가장 번화한 사거리에 일본인이 지은 건물이다. 1935년 한국인 서병재가 인수해 독립적인 백화점으로 운영하였다고 한다. 거리 개선 사업의 일환으로 내부를 수리하고 있어 아쉽게도 내부 관람은 불가능했지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현관 등이 개선 사업 이후 맞이할 구 목포화신연쇄점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옆, 구 호남은행은 일제강점기인 1920년 민족 자본의 육성을 위해 지역 유지들이 힘을 모아 설립한 은행이다. 한국인이 설립하고 운영한 민족은행이란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물이라 할 수 있다.
시계방향 순서 <1897 개항문화거리>, <목포 해안로 붉은 벽돌 창고 진입로> 출처: 문승호 기자
개선 사업으로 공사 중인 어수선한 거리를 걷다 보면, 숨어있는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용궁장’만을 위한 입구가 아니니 이정표를 믿고 들어가 보자. 으슥한 골목길 탓에 용궁에 끌려가는 토끼의 마음이 떠오른다. 골목길 끝에 넓은 공터와 해안로, 그리고 붉은 벽돌 창고가 방문객을 반긴다. 80년 가까이 같은 자리를 지킨 창고에는 주민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골목 곳곳에 적산가옥을 활용한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이외에도 미디어를 통해 자주 접한, 50~60년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 건물들도 함께 보였다. 이곳은 낡아 헤진 것이 아닌,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해 ‘힙’함을 뽐내는 멋진 건물들의 모습에 열광하는 젊은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명소인 사슴수퍼마켙>, <적산가옥, 태극기가 눈에 띤다.>, 출처: 문승호 기자
1920년대 동양척식주식회사의 목포 지점으로 건축된 목포 근대역사관 2관은 인기 관광지다. 일제 침략의 실증적인 유산으로, 내부에 들어가면 당시 실제로 수탈에 사용된 금고가 한 전시장의 입구로 쓰이고 있다. 1, 2층 전시장에서는 목포 도심의 예전 모습과 함께 국권 회복을 꾀했던 항일 운동의 정신과 그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입장권은 성인은 2,000원이며, 목포 시민은 1,000원 할인을 해 준다. 입장권을 살 때 목포 시민이냐고 물어보시는데 혹시나 재미 삼아 ‘맞다’라고 하지 말자. 말투만 들어도 목포시민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목포 근대역사관 2관 2층 내부>, <목포 근대역사관 2관 2층, 위인들의 명언이 적혀있는 전시장>,
<목포 근대역사관 2관 1층 내부>, <목포 근대역사관 2관의 금고를 활용한 입구>, 출처: 문승호 기자
얼마 전 방영한 드라마 <호텔 델루나>(2019)의 촬영지로 유명해진 근대역사관 1관. 2관의 입장권으로 1관도 입장이 가능하니 입장권을 버리면 안 된다. 큰 기대를 안고 찾은 근대역사관 1관은 아쉽게도 건물 외부 보수를 위해 가짜 천막을 걸어 둔 상태였다.
<<호텔델루나>의 촬영지로 유명한 근대역사관 1관>, 출처: 문승호 기자
근대역사관 1관은 1900년 목포에 거주하던 일본인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건축된 일본 영사관 건물이다. 광복 이후로는 목포시립도서관, 목포문화원으로 쓰이다 2014년부터 목포근대역사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창문 위쪽 외벽에는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 사상을 상징하는 욱일기 형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번에 진행하는 외부 보수를 통해 꼭 일제의 잔재를 지울 수 있기를 바란다.
시계방향 순서 <근대역사관 1관 앞 소녀상>, <창문 위,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욱일기의 형상>,
<근대역사문화관 1관의 내부>, <목포 도심의 옛 모습을 생동감 있게 관람할 수 있다.>,
<목포 근대역사관 1관의 공사 중인 모습>, 출처: 문승호 기자
개항문화거리를 한 바퀴 걷고, 살짝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커피숍으로 향했다. ‘유달동의 로망스’ 언뜻 촌스러운 가게처럼 느껴지는 이름이지만 멋들어진 젊은 남성 두 분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오래된 가구들은 엔틱한 멋에 물들다 못해 취할 것만 같았다. 삐걱거리고 불편한 식탁은 겹겹이 쌓인 시간만큼이나 손때 덕에 더욱 반들거리며 나를 반겼다. 인테리어가 멋지다고 해서 행여나 주문한 음료가 맛이 없을까 걱정하지 말자. 한 모금 마셔보면 유명한 브랜드 커피숍 음료 부럽지 않다.
<유달동의 로망스>, <유달동의 로망스 내부>, <한 모금 마셔보면 유명 브랜드 커피숍 음료 부럽지 않다>,
출처: 문승호 기자
지속 가능한 관광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 사례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는 ‘지붕 없는 박물관’ 목포의 1897 개항문화거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자체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지금, 부디 골목의 정체성과 의미가 퇴색되지 않고 더 나은 1897 개항문화거리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지도에만 있고 사라진 목포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여행자 쉼터에서 지도 등의 안내 자료를 받아 볼 수 있다.>,
출처: 문승호 기자
[참고문헌]
* 직접촬영
[ 혼자 하는 도시재생 여행: 제주에서 봄을 만나다 ]
대구 도시재생 기자단 이혜정 기자
일정표
아침 공기가 지난주보다 차갑지 않다. 낮이 길어진다는 춘분도 지나고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 시작되었다.
대구공항에서 출발해서 제주까지 한 시간…… 커피숍에서 친구와 잠시 수다를 떠는 시간이면 제주도에 닿는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제주도 날씨가 흐려 보여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우뚝 서 있는 한라산 봉우리를 보는 순간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매년 봄, 가을 제주 여행을 다녔지만, 이번엔 조금 특별한 여행을 계획했다. 지금껏 제주의 자연과 문화유산을 통해 여행의 기쁨을 느꼈다면 이번 여행은 ‘미래의 문화유산’을 답사하는 여행이다.
<기내에서 본 제주도 풍경>, 출처: 이혜정 기자
제주 여행의 첫 번째 여행지는 올레길 18코스 가까이에 있는 ‘김만덕 기념관’과 도시재생 뉴딜 사업이 진행 중인 ‘김만덕의 얼이 살아 숨 쉬는 행복한 마을’이다. 오래전 <거상 김만덕>이라는 사극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어 김만덕 기념관에 꼭 한번 가 보고 싶었다. 1층에서 3층까지에 마련된 상설 전시관, 나눔 명상관, 나눔 실천관을 둘러보면서 ‘나눔’과 ‘베풂’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기념관을 나와서 10분 정도 걷다 보면 ‘김만덕의 얼이 살아 숨 쉬는 행복한 마을’ 뉴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건입동 일대에 도착한다. 이곳의 사업 면적은 149.681㎡으로 사업 유형은 일반 근린형이며,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에 걸친 총 사업비는 184억 원(국비 110억 원, 지방비 74억 원)이다. 이곳 건입동 일대는 ‘거상 김만덕’이라는 역사·문화 자원을 연계한 사업을 추진하며 지역의 고유한 콘텐츠를 활용하는 일에 힘써 왔다.
2021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역형 사회적 협동조합’ 인가를 받아 설립한 ‘제주극장’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제주극장은 2021년 11월, 판타지 댄스컬 <만덕상회> 공연을 시작했다. 공연 문화를 통해 지역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개선점을 찾아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문화 콘텐츠를 활용한 것이다. 또한 마을 공동체가 운영하는 ‘김만덕 객주’ 역시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며 마을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도시재생과 문화 콘텐츠를 연계하여 도시재생 사업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건입동 일대를 벗어나 제주도의 이름난 재래시장인 ‘동문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동문시장은 ‘제주도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곳’이라 소개되는 곳으로, 제주도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재래시장이다.
이곳에서는 제주의 먹거리인 오메기떡, 빙떡, 귤하르방 빵, 한라봉 주스, 흑돼지 꼬치 등 다양한 전통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 또한 가까운 바다에서 잡히는 싱싱한 수산물로 푸짐하게 차린 밥상을 내놓는 식당들이 즐비하다. 점심으로 제주식 ‘고기국수’를 골랐다. 맑고 뽀얀 국물에 잘 삶긴 국수 면발이 똬리를 튼 것처럼 그릇에 담겨 나왔다. 고명으로 얹힌 두툼한 고기 몇 점과 당근, 대파, 달걀지단이 입맛을 돋운다. 그릇을 들어 국물을 맛보고 후루룩 국수를 삼킨다. 국물 맛은 깊고 면발은 탱글탱글하다. 머릿속에서는 ‘맛있다’라는 단어만 떠올랐다. 순식간에 고기국수 한 그릇을 비웠다.
<제주 동문시장>, 출처: 제주동문재래시장 홈페이지
만족스러운 점심을 마치고 두 번째 여행지로 이동했다. 잠시 쉬어갈 참으로 도시재생 뉴딜 사업으로 ‘곱들락한 신산머루 만들기’를 진행하고 있는 신산머루 ‘카페 온’으로 향했다. 동문시장에서 ‘카페 온’까지는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다. 신산머루는 주거 재생형 사업으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총사업비 83억 원이 투입된 곳이다. 신산머루 ‘카페 온’도 주거지에 위치해 다소 생뚱맞다는 느낌을 주는데, 바로 이곳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주민이 주인이자 손님이다. 그렇다. 이곳은 마을의 옛 모습을 보전하고 마을에 새로운 생기를 불어넣고자 마을 사람들이 마음을 모아 만든 곳이다.
최근에는 인근의 관광지를 찾아온 관광객들이 제주도의 특별한 전통 음료와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카페 온의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도심의 여느 카페와 달리 문을 닫는 시간이 이른 것은, 마을 주민들이 이용하고 운영하기 때문이다. 기자가 들른 날은 오후 6시에 영업이 끝났다. 코로나19로 마을 주민들도, 관광객들의 발길도 뜸했다.
<신산머루 카페 온 입구, 카페 내부, 판매 음료>, 출처: 이혜정 기자
신산머루에서 10분 정도 걸으면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에 닿는다. 이곳에서 2분 거리에 삼성혈이 있다. 제주도를 여행하는 관광객이라면 한 번 정도는 이곳에 들러보기를 권한다. 제주도 특유의 자연과 문화를 ‘민속’, ‘자연사’, ‘해양’ 분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고, 관람객들이 제주의 자연과 인문 환경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전시물을 마련하고 있다.
제주 삼성혈은 탐라국의 시조인 ‘삼신’의 신화를 간직한 유적지다. 또 이곳은 한반도에서 가장 오랜 유적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134호이다. 삼성혈과 제주 민속자연사박물관을 통해 제주의 역사와 옛 제주의 모습을 보며 제주의 현재와 더불어 앞으로 변화할 제주의 모습까지를 상상해 보았다.
<제주도 삼성혈,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출처: 삼성혈 홈페이지,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
세 번째 여행지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기자는 쉬엄쉬엄 15분 정도 걸었다. 왠지 꼭 가봐야 할 것 같은 그런 마을이다. 도시재생 뉴딜 사업명 ‘다시 돌앙 살고 싶은 남성마을 이야기’. 이곳 역시 신산머루 지역처럼 사업 유형은 주거 재생형에 속한다. 사업 기간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 사업 면적 80,369.1㎡, 총 사업비 141,70억 원(국비 75억 원, 지방비 66,7억 원)이 투입되었다. ‘남쪽에 새롭게 뜨는 별’이라는 뜻을 지닌 ‘남성마을’은 제주시 원도심에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주택과 좁은 골목길들이 어린 시절, 옛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이 지역에서는 낡고 오래된 주택을 정비하고 단순히 외관을 바꾸는 도시재생이 아닌 ‘남성마을 방범초소’, ‘공동체 커뮤니티’ 등 주민의 화합과 소통을 위한 공동체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2021년 남성마을 도시재생 주민 공모 사업에 선정되어 마을 내 어르신, 취약 계층 및 일반 등 모두 50 가구에 생일 밥상을 차려주는 ‘남성마을 행복 생일 밥상’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다시 돌앙 살고 싶은 남성마을’, 그 뜻을 알겠다. 주민들 사이의 ‘온정’이 느껴지는, 마음 따뜻해지는 마을이다.
벽화가 그려진 남성마을을 돌아 나와 다시 걸었다. 기자가 향한 곳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여행지인 ‘모관지구’이다. 제주도의 원도심을 모관지구라 한다. 이 용어의 유래는 모호하지만 제주 사람들은 원도심(일도1동, 이도1동, 삼도2동, 건입동 일원)을 그렇게 불러왔다. 모관지구에서는 ‘오래된 미래 모관, 옛것을 살려 미래를 일구다’라는 사업명으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을 시행했다. 도시재생상생마당(센터 사무실), 원도심 기억의 공유 공간 지원(센터, 고씨 주택), 교육 환경 개선(김영수도서관), 주차 시설 확충(구 현대극장), 창업 및 성장 지원 인프라 조성(제주기상청) 등 다섯 개 사업을 완료했다. 모관지구는 건입동 일대, 신산머루, 남성마을에 비해 사업 면적이 대단히 넓다.
<제주 남성마을>, 출처: 남성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블로그
<제주 원도심>, 출처: 연합뉴스 / <김영수도서관>, 출처: 김영수도서관 홈페이지
기자는 제주도 원도심 도시재생 여행을 하면서 대구의 원도심 개발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물론 지역적 상황과 환경적 요인이 다르지만, 대구의 원도심 개발이 ‘개발’보다 ‘재생’에 중점을 두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제주 모관지구의 원도심 재생 사업 추진 방향과 대구 동인동, 교동 일원의 그것을 비교해 보면, 원도심의 역사·문화를 보존하고 그 가치를 높이며, 창업 및 성장 지원 인프라를 조성하여 젊은 인구를 유입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사업이 성공적이고 지속적으로 실현된다면 이것이 바로 미래의 유산이자 유물이 될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은 현재가 아닌 미래의 문화와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앞으로의 도시재생 사업은 ‘문화’ 재생 사업과 연계하여 마을 공동체 형성과 주민 화합에 힘쓰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
혼자 떠난 제주도 도시재생 여행에서 미래의 새로운 유산과 도시재생 사업으로 변화한 ‘살고 싶은 마을’을 만났다. 봄날 여행의 설렘처럼 도시재생 사업으로 더 나아질 우리의 미래를 상상하며 제주의 봄을 다시 떠올려본다.
[참고문헌]
* 원성심, “제주도, 원도심 도시재생사업구역 단독주택집수리지원”, 「헤드라인제주」, 2020. 07. 29.
* 네이버, ‘제주극장’,https://blog.naver.com/jejutheatre/222641337918, 2022.03,25.
* 김나영, “건입동이 큰 공연장으로..김만덕과 도시재생 만나” , 「뉴제주일보」, 2021,10, 24.
* 네이버, ‘남성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https://blog.naver.com/namsung_urc/222043924962 ,
2022, 03,23.
* 이동건, “도시관리는‘개발’아닌 ‘재생’ ··· 역사·정체성 보존핵심”, 「제주의소리」, 2020, 09,15.
* 네이버 , ‘국토교통부 정책기자단’, https://blog.naver.com/mltmkr/222447230023, 2021,07,28.
* 사진출처 : 직접촬영 및 동문재래시장, 삼성혈, 제주자연사박물관, 김영수도서관 홈페이지,
남성마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블로그.
[ 나들이 가기 좋은 계절엔 도시재생 마을로 가자! ]
대구 도시재생 기자단 김오숙 기자
일정표
광주광역시는 ‘사람 중심의 도시재생, 살기 좋은 마을 공동체’를 비전으로 도시재생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듯 2014년 2월, 광주광역시 동구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설립된 뒤로, 연이은 도시재생지원센터가 문을 열어 사업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이제는 마을 곳곳이 변화되었을 뿐 아니라, 관광객들도 도시재생 마을을 많이 찾는다기에 저도 광주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광주대구고속도로를 이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에서 광주까지는 두 시간이 넘게 걸렸네요. 하지만 봄기운이 완연해서인지 마음이 설렙니다. 광주 양림동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커피 한 잔을 주문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곳까지 온 이유는 커피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한 ‘펭귄마을’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답니다. 우연히 TV에서 봤는데 정말 예쁘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저는 얼마 전에 방송을 보았는데, 실제로는 2019년 6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31화에 ‘운치 있다 빛고을’이라는 제목으로 방영했더라고요.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 있음을 응원하며, “추억과 예술이 공존하는 펭귄마을”이라고 소개가 되었습니다.
네이버 앱으로 길 찾기를 하니 도보로 8분, 인근에 차를 주차하고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마을로 향했습니다. 벽에 그려진 펭귄이 너무 귀여웠어요. 이쪽으로 가라고 길 안내를 해주니 그대로 따라가 볼까요?
<길 안내를 해주는 펭귄>, 출처: 김오숙 기자
<펭귄마을의 유래>, 출처: 김오숙 기자
펭귄마을은 화재로 불타버린 마을 일부가 쓰레기장처럼 되었는데, 버려진 물건들로 일명 ‘정크 아트(junk art, 폐물 예술)’를 구현하면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개인적인 사진들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모인 것이라네요. 작은 동네지만 이곳에서 ‘인생 샷’을 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곳곳에 숨어 있는 펭귄들과 함께 사진을 찍어봅니다.
<코로나19 접근 금지 부적>, 출처: 김오숙 기자
<멋진 글귀들>, 출처: 김오숙 기자
‘유행 따라 살지 말고 형편 따라 살자’
‘오늘이 바로 당신의 가장 젊은 날이다’
‘멈춰버린 당신의 꿈이 지금 시작됩니다’
벽에 적혀있는 글귀들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에 잠깁니다.
펭귄마을은 양림동 역사문화마을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곳은 백여 년 전 광주 최초로 서양의 근대 문물을 받아들인 통로이자 광주 역사의 시작점이기 때문입니다. 펭귄마을을 둘러본 뒤에는 ‘청춘발산마을’로 향했습니다.
<청춘빌리지 입구>, 출처: 김오숙 기자
한때 이곳은 낙후된 곳이었지만 2015년, 현대자동차그룹과 광주시가 앞장서고 청년들이 들어오면서 지금의 청년발산마을이 되었다고 합니다. 청춘빌리지 건물도 폐가를 개축한 것입니다. ‘별의별 이웃들의 반짝이는 별별 이야기가 있는 곳’, 청춘발산마을을 둘러봅니다.
‘플라스틱 정류장’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버려진 플라스틱 뚜껑들이 이곳 플라스틱 정류장에 오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고 합니다. 플라스틱 뚜껑을 색깔별로 나누어 이물질을 제거하고 세척한 뒤 분쇄, 사출 과정을 거치면 멋진 치약 짜개와 열쇠고리, 장식품을 만들 수 있답니다. 전 직접 만들어보지는 못했지만 만들어진 작품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청춘발산마을의 플라스틱 정류장을 보니 생활에서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 없애기)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 선수가 발산마을 출신이라죠? 그를 기억하기 위한 별마루 공원도 인근에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한참을 걷다 보니 배가 고프네요. 검색을 해 보니 맛집도 많이 뜨고, 리뷰도 많은 게 역시나 전라도 광주구나 싶어요. 늦은 점심을 맛있게 먹습니다.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은 광주입니다만 시간이 허락하지 않네요.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대구로 향합니다. 오늘은 혼자 왔지만, 다음엔 여럿이 와서 광주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다시금 누려봐야겠습니다.
[참고문헌]
* 도시재생뉴딜 공식블로그(https://blog.naver.com/newdeal4you)
* 광주광역시도시재생공동체센터(http://www.gurcc.or.kr)
* 양림동 펭귄마을공예거리(www.craftst.or.kr)
* 2019년 6월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 31화(https://youtu.be/HPFIIptzq2c)
* 청춘발산마을 (http://www.bal-san.com)
* 플라스틱정류장 (https://www.instagram.com/tv/CZgYJKBBdkR/?utm_medium=copy_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