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하 마을관리조합으로 약칭)의 설립이 전국적으로 붐이다.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 거의 모든 곳에서 마을관리조합을 만들거나 준비하고 있다. 행정과 활동가, 주민들이 교육과 워크숍, 현장탐방을 통해 ‘진공청소기’처럼 선진지식과 경험들을 놀라운 흡입력으로 배우고 있다. 이들은 지역, 공간, 역사, 사람들을 사방팔방으로 연결해 지역을 재정의하고 재해석하면서 지역회생을 위한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움직임이 시작된 지는 채 5년도 안된다. 분명한 것은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주체가 지역관리의 주체로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마을관리조합이 운영하는 공간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 나아가 ‘주민들이 편히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고, 운영하는 사업목적이 지역에서의 공적이익을 추구해야 하며,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즐겁고 좋아서’하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향에 대해 현장에서는 우려와 기대가 병존한다. ‘마을관리조합’이 안착하기엔 길이 그리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반면 새로운 길이다 보니 기회와 가능성도 분명 있다. 현장과 정책을 넘나드는 사람으로서, 마을관리조합이 제 역할을 ‘교과서’같이 해내려면 어떤 것들을 놓치지 말아야 할까 하는 문제의식으로 생각을 모아 보았다.   

 

비전의 공유와 열린 소통
  마을관리조합이 지속될 수 있는 중심축은 구성원들의 비전공유이다. 자신들의 삶터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의 공유이다. 조합결성 초기에 만들어진 비젼과 사업들을 구성원들과 꾸준히 공유할 때, 사업을 변경, 확장하거나 신규사업을 발굴하더라도 초심을 잃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 이러한 가치가 충분히 공유되지 못하면 금전적 이익만을 쫒는 상업적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총회와 이사회, 운영위 등을 통한 정례소통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그 수렴된 의견들을 마을관리조합의 비전과 가치에 계속 반영, 공유함으로써 공동의 커뮤니티 가치를 내재화해야 한다. 귀찮고 더디가더라도 이 과정을 건너뛰어서는 안된다. 열린 커뮤니티안에서 신뢰를 만들어가는 시간이 쌓이고, 다양한 사연들이 채곡히 얹혀지는 과정들이 잘 축적된다면, 자연스레 마을살이의 플랫폼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공감과 연결로 외연의 확대
  마을관리조합에서 소소한 지역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사람들을 모아 동네의 사각지대에서 혹은 동네에서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역할이 그것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게 하고 싶다든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보다 더 사회에 통합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든지, 혹은 새로운 일거리를 찾다가 보다 의미있는 가치와 결합되길 바라는 등등의 필요로 하는 욕구들을 잘 찾아내서 이를 중심으로 ‘필요한 사업’을 추진해 볼 수 있다. 공동의 기억을 꺼내어 공감대를 넓히는 이벤트를 할 수도 있고, 사람이 모여드는 장점을 살려 재미있는 일을 작당할 수 있다. 반찬, 돌봄, 수리 등 모든 것이 시장화되어 있는 사회에서 작지만 필요한 일거리와 일자리를 엮을 수도 있다. 지역상권에 대한 정보도 줄 수 있고, 골목장인도 발굴할 수 있으며, 지역의 아이덴티티도 알리면서 인근상권과 주민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사업도 구상할 수 있다. 
  안전하고 행복한 삶터가 될 수 있도록, 마을관리조합을 통해 의견을 내서, 활동에 반영하거나, 주민과 직장인, 지역내 사업자, 지방정부. 시․구의원 등이 협약을 맺어 크고작은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 작은 성공이 협력을 더 부추키고  조합의 ‘버티는 힘’을 더 키울 수 있다.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의 확보
  마을관리조합은 주민요구와 필요에 적절하게 대응할 때 그 빛을 발한다. 그러므로 프로그램 운영 및 사업에서 주민의 행복추구라는 공공성에 대한 고민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동시에 비즈니스 사업전략 역시 늘 잊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의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한, 자생력 확보를 위해서이다. 마을관리조합은 주민들이 잘 살아보자는 마음을 모아 운영의 민주성을 확보하고 이윤을 공유하며 지역경제에 사회적가치를 순환시키는 새로운 생활양식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더더욱 자생력확보가 중요하다.
  현재 흐름을 보면, 앞으로 다양한 지역사회 공간개발과 관리, 지역단위 사업들이 주민주도로 기획, 실행될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지의 공간관리 및 활용에서도 늘 제기되어 온 ‘누가 하는가’의 문제에서 마을관리조합이 핵심주체로 ‘당연’하게 거론될 것이다. 이러한 요구들에 대해 ‘공익성과 수익성’이라는 원칙하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전문경영역량을 키우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 
  여기서 마을관리조합이 비즈니스 역량과 함께 키워야 하는 역량은 협치역량이다. 사업실행시 절차 및 결과의 공정성과 투명성, 활동의 진정성을 담보한다면, 지역에서 관을 견인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동시에 신뢰가 바탕이 된 민민, 민관협력시스템을 통해 ‘주민주도형’ 기획, 실행, 평가, 정책제언의 선순환구조를 낙관할 수도 있다.  
  마을관리조합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또 필요한 요소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러 사회적경제조직들과의 협력적 순환경제사슬을 구축하는 것이다. 생산-유통-소비라는 가치사슬을 통해 상호지지망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번 코로나위기때 잘 생존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은 이러한 ‘사주고 팔아주는’ 지역내 협력적 연결망이 원활하게 작동한 곳에서 활동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이며. 주력사업으로 단골 및 조합원대상 사업을 해온 기업들이 훨씬 나은 성과를 기록하였다. 위드코로나(WITH 코로나)라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지역에서 필요한 경제적 가치사슬이 어떻게 구축되어야 의존성이 덜한 흔들리지 않는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우리는 항상 크고작은 일을 해결하는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또 더불어 사는 삶을 위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그리고 배움과 자기개발을 위해 목적성을 지닌 삶을 살고 싶어 한다. 사람들을 연결하고 사회관계망을 통해 위기순간에 대처가능한 공동체의 회복력을 키우며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와 창구 역시 필요하다. 마을관리조합의 존재감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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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공익성과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마을관리조합의 진통은 적지 않을 것이다. 진통을 추스리는 방법은 주민과 조합원을 믿고 끈끈한 네트워트로 결속을 다지는 수 밖에 없다. 공동체적 가치 아래 주민의 헌신으로 메꾸어야 하는 부분도 곳곳에 있다. 그러나 나의 건강한 삶과 지역의 건강한 삶을 위한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 어우러지는 가운데서만 마을협동조합의 토양이 건강하게 형성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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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그나마 성공했다고 알려진 마을관리조합의 현장은 실로 오랜기간 지역을 위해 고민해 온 주민들의 상상력, 헤아릴 수 없는 시간들, 어렵게 모은 돈, 그리고 선한 의지 등이 있어 가능했다. 실제로 현재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의 법인격이 아니더라도 유사한 기능을 하는 지역 사회적경제조직들을 보면, 지역에서 오랜기간 봉사를 해오거나, 지역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해온 주민들의 서사가 자리하고 있다. 반갑게도 이분들은 지역민의 욕구와 지역문제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이 있어 사업성에 있어서도 뒤지지 않게, 혹은 지자체와 협상해 사업을 재설계하기도 하는 등 전략적인 노하우를 갖고 활동하고 있어, 멋진 이정표가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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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이 낫다. 지역에 뿌리를 내리도록 하는, 건강한 삶이 가능한 지역이 될 수 있록, 변화를 만들고 행동하는 노력의 장이 마을관리조합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러한 활동들이 연결되어 순환적 변화를 만들어갈 때 지역회복력은 자연스레 되찾아질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