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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Vol.62_202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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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거점시설과 공간운영 3요소

이종필(서울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이사)

현재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사업지에서 운영 중인 도시재생 거점시설은 3곳, 중림창고, 계단집, 검벽돌집이다. 중림창고와 계단집은 주민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으며, 검벽돌집은 요리를 통한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다. 중림창고에서는 ‘골목서점 149쪽(@here.149p)’과 취향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 클래스 ‘취향의 제국(@right_up_my_alley_)’ 운영되고 있으며, 한켠에는 신축 전 낡은 창고를 지키고 있던 할머니의 수선집이 자리하고 있다.


  

<중림창고, 사진출처 : 중림창고 everyarchi-jungnimdong-03(@kyung Rho)>


중림창고가 있는 골목에서는 1971년 생 ‘성요셉아파트’가 터주대감이다. 50년 넘게 희로애락을 함께 해온 성요셉 아파트와 골목은 도시재생사업과 함께 꾸준한 변화를 겪어왔다. 길이 새단장 되었으며 그 위에는 주민들이 예쁘게 색칠까지 해주었다. 무허가 창고는 중림창고로 탈바꿈했고, 아파트 1층 입면과 스트릿퍼니처들이 새단장되었다. 물리적 환경 변화와 함께 골목 사람들의 관계도 변화했다. 1층 상인들은 ‘149번지 이웃들’이라는 상인조직을 만들어 2년 째 ‘장미축제’를 개최하는 등 골목의 활성화와 주민들의 화합을 다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치구의 지원금을 확보해 공동브랜드 및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성요셉 골목의 상품개발이 완료되면 중림창고 한쪽을 마을상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계단집, 사진 출처 :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

계단집은 남산아래 첫 마을 ‘회현동’에 자리 잡은 커뮤니티 카페이다. 오픈 1년 전부터 모집과 교육을 통해 역량과 신뢰관계를 쌓아온 주민바리스타들이 시작부터 함께 하고 있다. 2020년 1월 오픈과 함께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3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성과를 일구었다. 계단집은 초기 사업계획 시 인근 직장인들과 외부 방문고객들을 핵심 고객으로 설정하고 준비했다.

세계 3대 커피시장인 우리나라 고객들의 성향 분석을 통해 ‘회현동 첫 번째 스페셜티 커피’와 ‘공간 강점’을 내세우고, ‘디저트’와 ‘도시재생 가치’를 동시에 강조했다. 커피맛과 공간의 매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곳이 되었고, 가장 어려운 과제였던 디저트도 주민 바리스타가 직접 만드는 양갱과 르뱅쿠키, 쌀디저트 장인이 만드는 쌀휘낭시에와 쌀마들렌 등을 통해 브랜드에 부합하는 제품들을 선보이며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도시재생으로 인한 지역의 변화에 힘입어 민간 투자로 조성된 ‘피크닉’이라는 문화공간이 지척에서 성황을 이루었다. 연계효과로 계단집의 방문객도 꾸준히 늘었다. 품질과 서비스 시장경쟁력을 꾸준히 높여왔기에 가능한 효과이다. 상권이 활성화 되면서 더 좋은 입지에 자리잡은 경쟁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시장이 커지고, 지역에 사람들의 유입이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 성과이지만, 자족한다면 뒤처지고만다. 도시재생의 효과가 꾸준히 이어지는 뿌듯함과 함께 자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올해에는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공간 강점에 스토리를 부각시켰고, ‘Coffee, Desert, Community’로 응축할 수 있는 카페 계단집의 색채를 강조하고 있다. 


공간, 콘텐츠 그리고 사람


도시재생 거점시설과 같은 공공공간을 활용한 도시활성화를 위해서는 세가지 요소에 주목해야한다. 우선, 공간 자체이다. 정부에서 지은 시설은 대체로 딱딱하고 촌스러운 경우가 많다. ‘관공서같다’는 말에 담긴 이미지를 벗어나야한다. 도시재생사업의 차별성 중 하나가 기존의 관행과는 조금 다른 사업 방식을 택할 수 있고, 다양한 참여를 통해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계단집, 사진 출처 :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 


중림창고와 계단집은 각각 별도로 건축가를 선정하고 설계에 집중하면서도 도시재생센터와 주민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인 협력을 추진했다. 그 결과 중림창고는 3개의 건축상을 수상했으며, 계단집은 일식가옥 리모델링에 뛰어난 역량을 지닌 건축가의 손길에서 공간 자체의 매력이 120% 살아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콘텐츠. 공간에 들어갈 콘텐츠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용도와 운영주체가 정해져야 한다. 그 후에 운영주체의 준비 정도와 역량을 평가하고, 용도에 적합한 세부 콘텐츠의 수준을 결정할 수 있다. 만약 운영주체의 역량과 용도 및 목표가 부합하지 않는다면 역량 강화 방안 우선 추진내지는 외부 협력 등의 구체적인 대안도 고려할 수 있다.


<중림창고, 사진출처 : 중림창고 everyarchi-jungnimdong-01(@kyung Rho)>

중림창고는 젊은 세대들에게 소구력이 있는 트랜디한 콘텐츠가 펼쳐지는 복합공간이기를 바랐다. 역량의 한계를 확인한 우리는 외부 주체와 협력했다. 단순 대관이나 협력이 아니라 운영 과정과 방식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배우고 학습했다. 운영 과정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언젠가 우리가 직접 운영을 해야 할 때를 준비한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왔고, ‘골목서점 149쪽’은 그렇게 탄생했다. 뒤이은 커뮤니티 클래스 브랜드인 ‘취향의 제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콘텐츠는 시장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운영자들은 변화를 읽는 노력과 새로운 시도를 지속해야한다.


끝으로, 사람이다. 결국, 운영하는 사람들의 의지가 어떠한지, 어떤 역량을 지니고 있으며,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거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공간도, 콘텐츠도 도시재생 과정 전반에 참여하면서 역량을 준비한 이들이 펼치게 된다.


서울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에는 지금도 현장지원센터 코디네이터 출신 4인이 근무하고 있으며,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해온 주민 활동가들이 중심을 잡고 있다. 이사님들 역시 창립 이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도시재생의 가치를 이해하는 이들이 작은 차이와 개인사에도 불구하고 사명을 담은 공간에서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재생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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