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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민(도시재생 기자단)
과거에 비해 발달한 교통 및 통신 기술 덕분에 우리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곳을 마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자신의 선택에 따라 편하게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오늘’을 마음껏 소비하려는 욜로(YOLO)족의 등장으로, SNS를 많이 접하고 그만큼 그러한 미디어에 영향을 많이 받는 청년들은 여행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관광이 대중화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곳을 찾을 것인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오래전부터 유명했던 곳을 방문하는 것이 흔했지만, 최근에는 대중매체나 SNS 등에서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흔히 말하는 ‘핫플레이스’를 일반적으로 방문하고는 합니다. 또한 여러 관광지들 가운데서도 특히 도시재생이 활발한 곳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음에 따라 지역 관광이 활성화되면서 이는 도시의 관광 수입의 증대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관광지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 사이의 갈등을 뜻하는 ‘오버투어리즘’이라는 개념이 등장함에 따라, 관광의 어두운 면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와 관련하여 ‘투어리스티피케이션’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나라의 투어리스티피케이션 사례를 들여다봄으로써 도시재생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고자 합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은 ‘관광지화’를 뜻하는 ‘투어리스티파이(touristify)’와 지역 개발에 의해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을 의미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의 합성어입니다. 즉 일반 주거지역이 관광지가 되어 유명세를 얻게 되면서 기존 주민과 소상인들이 결국 그곳에서 이주하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때문에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한 불편함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관광지화에 대한 반감을 직접 행동으로 표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국내의 유명 도시재생지의 사례를 예로 들어 살펴보고자 합니다.
도시재생 그리고 관광지
첫 번째 사례는 ‘서울 북촌 한옥마을’입니다. 이곳은 2000년대 초반 이래 북촌의 경관을 복원하고 보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관광지로 거듭났습니다. 북촌은 서울 내에서도 손꼽히는 한옥 밀집촌으로 명성이 자자해졌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이 명소가 되면서 역시 그에 따르는 문제들이 뒤따랐습니다. 하루 종일 내국인, 외국인을 가릴 것 없이 수많은 관광객들이, 혹은 현장 답사를 온 학생들이 마을에 북적였고, 특히 주말이면 방문객이 하루 5천여 명에 이르러 이로 인한 소음은 70데시벨, 즉 전화벨이 울릴 때 나는 수준의 소음에 달했다고 합니다. 넘쳐나는 쓰레기는 말할 것도 없고, 관광객들이 초인종을 누르거나 대문 안으로 들어오는 등의 사생활 침해로 고통을 받는 주민도 많았다고 합니다. 북촌 주민들은 이제 동네에서 달걀 한 줄 사기도 어려워졌다며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한옥 생활을 사랑하여 불편함을 감내했던 주민들은 이제 진지하게 이주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평일인데도 관광객들로 북적한 북촌 한옥마을>
출처 : 직접촬영
두 번째 사례는 ‘경주 황리단길’입니다. 이 지역은 원래 인근의 대릉원과 한옥마을의 문화재 보존 지역이었으며 60, 70년대의 낡은 옛 건물 등이 그대로 남아있는 낙후된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조금씩 지역의 모습이 변화하며, 대중매체와 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경주 관광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이 지역도 역시 주거지가 상업 용도로 바뀌고 동네의 오래된 문방구, 떡집, 이발소, 책방, 세탁소 등 작은 가게들이 사라진 자리에 외지인과 관광객을 위한 카페나 음식점들이 새롭게 생겨나고 있습니다. 황리단길 뒤편에는 아직도 지역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이 남아있는데, 주차공간이 협소한 황리단길의 특성으로 인해 관광객들은 지역 주민의 거주공간을 침범하는 경우가 많아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경주 황리단길의 숨겨진 모습 – 관광객들로 인한 피해>
좌: 관광객이 버린 쓰레기 / 우: 마을에 꽉 찬 차들
출처: 직접 촬영
<유명 카페 앞, 거주민의 안내문>
출처: 직접 촬영
마지막 사례는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입니다. 이 지역에서도 또한 관광객과 지역 주민 사이의 마찰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시기에 개설된 철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철길은 현재 폐철로가 되었지만, 이 지역은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곳 역시 영화 촬영지로 소문이 나면서 과거를 추억하는 여행지로 많은 관광객들에게 유명세를 얻고 있습니다. 직접 방문해 보니 마을이 세로로 두 구역으로 나뉘어 관광 공간과 거주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긴 했지만 관광객들이 지역 주민들이 살아가는 거주 공간으로 넘어와 고성방가를 일삼는 등의 행위를 종종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군산 경암동 철길마을에서>
출처: 직접 촬영
‘공존’을 위한 도시재생
이처럼 삶의 공간이 관광지로 변화하면서 지역 주민들은 안락한 삶을 위한 기본적인 환경조차 누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서울 북촌마을 주민들은 정주권을 보장하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으며, 이화마을에서는 최근 관광객들로 인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주민들이 벽화를 지워버리는 일도 일어났습니다. 이에 종로구청은 지역 주민의 정주권을 보호하면서 관광객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정숙 관광 캠페인’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관광객과 지역 주민은 정말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요? 현재로서는 삶의 공간 깊숙이 관광객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역 주민들과 서로 충분히 대화를 하고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자치단체와 주민, 그리고 관광객이 서로 힘을 모아야 할 것입니다. 만약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한순간에 유명한 관광지가 된다면 어떨까요? 우리는 지금 지역 주민의 입장이 될 수도 있고, 관광객의 입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는 우리 지역이 관광지가 되어 지역 경제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음, 쓰레기 등으로 인한 문제가 벌어질 것이고 관광객과의 불화가 쌓여 스트레스를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지속적인 관광을 위해 우리가 꼭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정부와 관광공사, 시·군·구청이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역주민과 관광객과 목소리를 모두 반영하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관광객들을 위한 관광지 에티켓 캠페인이나 광고 따위를 통해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광객 또한 관광지를 찾을 때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켜야 합니다. 나 혼자만 즐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모두가 함께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조금씩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지역 주민들은 관광객을 처음부터 부정적인 태도로 대하기보다는,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에서 다른 사람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그들을 이해하고 조금은 관용적인 태도로 바라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서로가 조금씩 배려하고 이를 행동으로 옮긴다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도시재생의 또 다른 얼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이 세상을 어마어마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처럼, 처음 시작은 미미할지라도 서로를 배려하는 노력이 조금씩 쌓인다면 놀라운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대구 곳곳의 관광지에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들 사이의 갈등보다는 둘 사이의 따뜻하고 반가운 만남이 자주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