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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사례
강윤교(2019 대학생 기자단)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폐교에는 적막만이 가득 차 있다. 인구 고령화와 초저출산 현상이 학생 수 감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전국에 있는 3,800여 곳의 학교가 문을 닫은 상태다. 거기다 학교에 아이를 보내던 지역주민이 마을을 떠나게 되면서, 시골 마을은 자연스레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폐교를 활용한 도시재생 사업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버려진 학교들은 지역의 커뮤니티 센터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중 평창의 ‘감자꽃 스튜디오’가 문화를 활용한 폐교 재생의 선례로 꼽힌다.
<감자꽃 스튜디오>
출처 : 평창문화관광
감자꽃 스튜디오는?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에 위치한 감자꽃 스튜디오는 옛 산촌폐교(노산분교) 건물을 재생한 소규모 복합공간이다. 1938년부터 1999년에 걸쳐 운영된 노산분교는 60여 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었다. 그러나 2005년, 문화기획자 이선철의 손을 거쳐 이곳은 감자꽃 스튜디오로 탈바꿈하였다. 2층 규모의 학교 전면에는 폴리카보네이트 성분의 판으로 덮인 반투명 온실이 자리해있다. 현대적 건축물은 강원도의 햇살과 산골 풍경을 집약적으로 담아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한 기존의 학교 건축물과 조화를 이뤄냄으로써 자연 친화적 이점을 살렸다. 실내를 둘러보면, 1층에는 식사 및 휴게시설, 노산분교 박물관, 문화·자연·농촌 특화 도서관이 있다. 2층에는 옛 강당을 리모델링한 극장과 도시를 떠나온 예술가들을 위한 음악 작업실도 있다. 이렇게 감자꽃 스튜디오는 청년예술가, 문화기획자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화합을 통해 창작공간이자 문화교육공간, 체험공간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감자꽃 스튜디오는!
① 지역주민의 복지시설이다
문화기획자 이선철은 노산분교가 지역주민의 모교라는 점을 고려해 단순한 하드웨어적 도시재생이 아닌 소프트웨어적 도시재생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우선 지역의 초등학생, 중학생들의 문화예술 교육을 지원했다. 그는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된 시점부터 문화예술 교육정책 수립·실행을 위해 문화행정가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였다. 그 결과, 이 지역의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에게 무료로 전문적인 악기 교육을 지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역주민에게는 밴드를 결성하게 했다. 밴드 프로젝트 1기 멤버 중 세 명의 학생은 실용음악과에 진학하였다. 이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전역한 뒤 다시 마을로 복귀해 아이들에게 음악을 지도하거나 감자꽃 스튜디오의 음향 엔지니어로서 지역의 발전에 이바지한다. 매년 여름에는 문화 향유의 기회를 누리기 어려운 평창 인근의 분교 아이들을 초대해 예술캠프에 참여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지역주민들도 주도적으로 여러 정기 행사를 개최한다. 마을 축제 ‘봄 소풍’, 생태 걷기 대회 ‘가을 운동회’, 송년 잔치 ‘성탄 극장’ 등이 그것이다.
② 지역주민의 동반자다
<개 썰매 체험>
출처 : 700빌리지
‘지역주민과 공생한다.’ 이것이 감자꽃 스튜디오의 이념이다. 이러한 운영 철학에 따라, 폐교에서 시작된 문화적 변화는 지역 전체로 확산되었다. 평창 고길천에 위치한 700빌리지는 지역주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숙박업체다. 감자꽃 스튜디오는 문화 워크숍에 참여한 대학생, 직장인 그리고 단순 관광객들에게 지역주민이 운영하는 식당, 카페, 숙박시설을 추천해준다. 심화 체험 학습을 원하는 방문객은 예약해놓은 픽업 버스를 타고 롤러코스터만큼 아찔한 경사로를 지나 해발 700미터 고지의 펜션에 도착한다. 손님들은 지역주민이 직접 재배하고 키운 제철 채소와 과일, 흑염소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식사를 마친 뒤 산악오토바이나 활쏘기, 패러글라이딩, 개 썰매 타기(겨울 한정) 등 자연경관을 활용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역주민들은 지속적인 펜션 운영을 위해 밤낮을 지새우며, 새로운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중이다.
<브레드 메밀>
출처 :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브레드메밀은 어린 시절 감자꽃 스튜디오의 예술교육을 받았던 평창 남매(최효주·최승수)가 운영하는 청년 빵집이다. 2016년에 문을 연 가게이지만, 메밀 전문가인 지역 어르신들의 지혜와 젊은이의 창의적 감각이 버무려진 빵으로 지역주민은 물론 감자꽃 스튜디오의 방문객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또한 KBS2의 <생생정보>에도 소개되며 평창과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최 씨 남매는 청년들에게 모든 인프라와 인적자원이 밀집해 있는 도시로 가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조그마한 농촌에서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지역 청소년을 위한 쿠킹 클래스의 선생님이자 평창 올림픽 시장의 상인, 그리고 전국을 순회하며 빵집의 운영 철학을 전파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③ 모두의 예술창작소다
<첩첩산중 X 평창, 놀림픽>
출처 : 첩첩산중 페이스북(최지훈)
감자꽃 스튜디오는 ‘첩첩산중 X 평창, 놀림픽’(이하 ‘첩첩산중’)을 통해 국제적인 문화 교류의 거점지로 떠올랐다. 이 프로그램은 2017년 9월 20일부터 10월 19일까지 진행되었던 평창문화올림픽 사업의 일환인 국제 레지던시 프로젝트다. ‘첩첩산중’은 평창동계올림픽 참가국(16개국)의 대표 아티스트 23명이 40일간 강원 지역에 체류하며 얻은 예술적 영감을 공연·전시·영상·출판 형태로 창조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아티스트들은 이 기간 동안 국경을 뛰어넘는 음악 무용 콜라보 활동과 지역을 소재로 한 창작물을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시민에게 선보였다. 감자꽃 스튜디오는 여러 나라와 다양한 문화의 공존, 즉 협동과 화합의 상징인 올림픽 정신을 추구하며 ‘첩첩산중’의 중심 개최 장소로서의 기능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문화의 힘은 강하다. 농촌 마을이나 시골에서도 문화를 잘 활용하면 문화는 단순히 여가활동의 수단에 머무르지 않는다. 문화는 주민의 복지나 교육 그리고 지역 활성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적 기조에 부응하기 위한 포퓰리즘식 도시재생은 지양해야 한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폐교형 문화복합공간들은 정부 및 지차체와 지역주민, 교육청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으로 인해 지속적인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감자꽃 스튜디오’를 지역 대표 커뮤니티 센터로 만들어가는 평창의 문화기획자와 지역주민들의 상호주체적 만남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참고자료>
1. 한겨레, 서정민, 「버려졌던 산골 폐교, 지역문화 중심으로 거듭나다」, 2014.10.02.
2. 미래로신문, 석현정, 「평창문화올림픽 국제 레지던시 ‘첩첩산중 x 평창, 놀림픽’으로 시작」, 2017.09.19.
3. 아주경제, 이승재, [이승재의 지금·여기·당신] ‘강원도의 힘’이 될 로컬 크리에이터, 2019.04.18
4. 감자꽃 스튜디오, https://potatoflower.modoo.at/
5. 700빌리지, http://700villag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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