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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Vol.58_20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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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청년들의 일상이 모이는 곳, ‘무중력지대 대방동’

황영욱 무중력지대대방동 운영지원매니저

1. ‘무중력지대 대방동’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또, ‘무중력지대’는 청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인해 청년 관련 일을 시작하셨나요?
- 어느 날 본 다큐에서 건축가가 대한민국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는 이유에 대해 ‘경제적인 부담 없이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적기 때문’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때부터 ‘공유 공간, 청년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그 관심이 현재 무중력지대에서 근무하게 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 기존 청년 대상 프로그램으로는 대외 봉사활동이나 교내 취업 지원센터 정도가 있었다면, 무중력지대는 청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적 기반이 됩니다. 무중력지대에서 진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었고, 또 그와 관련한 네트워킹을 통해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무중력지대 가운데 초창기에 개관해서 5년이 넘은 지금까지 운영이 잘 되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의 다른 지역에 무중력지대들이 생길 수 있었습니다. 다른 청년 공간 조성 팀들이 우수 사례로 현장 방문을 많이 오십니다.

 

2. 서울에 여러 무중력지대들이 있습니다. ‘무중력지대 대방동’만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전철역 인근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전철에서 내려서 마을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 곳에 있기 때문에 다른 무중력지대와는 다른 조용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있습니다. 방문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청년들에게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 각 층별로 공간을 나누어 공간마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공부, 모임, 프로그램 진행 등 저마다 목적에 맞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 대방동 인근에 대학교(숭실대, 중앙대 등)가 많아서 공간을 찾는 청년들에게 아지트 같은 편안한 쉼터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무중력지대 대방동 외관, 2020년(좌)과 2015년(우)>


- 참고로 아래에 무중력지대 유래를 남깁니다.
- 2012년 청년과 서울시장이 함께 참여했던 ‘굿 잡 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청년들은 주거나 노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에 시장님이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운 ‘무중력지대’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무중력지대’라는 이름의 탄생이었습니다.
- 2013년부터 청년들이 직접 TF 팀을 꾸려서 준비했는데, 공간 혹은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하는 다양한 청년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오픈테이블을 서너 차례 정도 진행하며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었고,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2015년 4월 28일에 오픈하게 되었습니다. 개관까지 시간이 걸린 데에는 부지를 찾는 어려움이 컸습니다. 임시 공간으로 컨테이너를 사용해 공간을 만든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입주 단체도 관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무중력지대 대방동에서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프로그램도 다양한 활동들을 지원하고 또 지지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 어떤 걸 시도해도 괜찮다’라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그래서 또 하나의 이름은 ‘든든한 청년 활동 아지트’입니다.
- 공간이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저희는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자 하거나 구직 중인 노량진 지역의 청년들과 함께하고자 했기 때문에, 그 근처로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보라매공원 근처 건물의 전시실을 사용하기로 했다가 계획이 무산되는 과정을 겪기도 했습니다. 처음의 공간 조성이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공간을 24시간 운영한 적도 있는데 출근길 러시아워를 피해 새벽에 출근하는 분들이 잠깐 눈을 붙이러 오기도 하셨습니다.
- 가산디지털단지에 위치한 무중력지대 G밸리는 직장인들의 쉼터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 성격이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원래 목표로 했던 이 지역으로 오기 위해 임시 건물이라도 찾아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무중력지대 설립 유래>

 

3. ‘대출과 부채의 모든 것’과 같은 경제 지식 관련 프로그램에서부터 ‘소매틱 댄스로 자유를 느끼자’와 같은 예술 치유 프로그램까지,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범위가 상당히 넓고 다양하다고 생각합니다.

 
1)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시는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 무중력지대라는 공간 이름에 맞게 학업과 스펙 쌓기와 같은 ‘중력’ 외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청년들에게 제공하려고 합니다. 올해에는 좀 더 청년의 일상과 몸・마음 회복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안에서 참여자들 사이의 네트워킹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커뮤니티는 단계적이고 장기적인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함께 밥을 먹으며 네트워킹을 하는 ‘무중력 살롱 도시락 데이’에 한 번 참여했던 사람들은 공간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참여도가 달라집니다. 그런 것을 볼 때면 보람을 느낍니다. 그리고 공간 운영 초기에는 자신이 사용한 컵이나 식기, 수저 등을 제대로 씻지 않고 가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운영진도 어떻게 하면 코워커 입장에서 보기 편한 안내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고 지금도 여전히 개선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점점 공간을 잘 이용해 주셔서 즐거운 마음으로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운영진이 무언가를 하고 있으면, 자발적으로 와서 도와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운영진과 코워커 사이에 느슨한 연대를 통해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죠.

2)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기준’이 있나요? 있다면 그 기준은 무엇인가요?
- 관심이 있는 청년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차별이나 편견 없이 다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성격으로 기획합니다. 그리고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많이 고민하고, 무중력지대 대방동만의 색깔을 입혀서 그것을 청년들에게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 매니저들끼리 이야기도 많이 나눕니다.
- 이곳은 청년들이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커뮤니티를 지향합니다. 한 달에 한 번 함께 도시락을 같이 먹기도 하고요. 이곳에 입주한 단체들도 여기가 ‘우리의 공간’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곳이 청년들 삶의 안전망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구체적으로 커뮤니티가 만들어져서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더라도 서로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장치들을 마련하고자 하는데, 이 중 하나는 나눔 부엌의 ‘꺼내 먹어요’라는 바구니입니다. 내가 가진 먹거리를 나누는 바구니인데, 일상에 지치고 힘들었을 때 여기 담긴 간식들을 보며 그래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위안을 얻으셨다는 의견들이 있었습니다. 대방동이 청년들의 일상을 나누고 모으는 곳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활동 모습>



4. 각 공간별 이름(인공위성, 지구, 은하수 등)이 재미있고 무중력지대의 콘셉트와 잘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공간 이름을 지을 때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셨나요?
- 사회의 중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무중력(Zero Gravity)’을 연상할 수 있도록 각 공간별로 우주 관련 이름으로 정했습니다. 그 이름에 맞는 콘셉트를 정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 지하 1층: 인공위성은 ‘휴식과 힐링, 활력을 충전하는 공간’입니다. 인공위성홀에서는 강연이나 파티를 할 수 있고, 회의실에서 소규모 모임과 스터디를 할 수 있습니다.
- 1층: 지구는 ‘너와 나를 여는 공간’으로 나눔 부엌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통해 커뮤니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나눔 부엌 이외의 공간은 소파와 책상 등이 비치되어 있어 코워킹 스페이스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 2층: 은하수는 ‘우리를 키워가는 공간’으로 은하수를 여행하듯 나만의 시간에 집중하는 공간입니다. 세미나실에서는 회의 및 스터디 모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평일에는 세미나실 A와 B로 나누어 일자리 카페를 통한 무료 대관이 가능합니다.
- 3층: 기지국은 ‘청년 활동 지원 본부’로서 무중력지대 대방동 운영진들의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관리하고 여러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곳입니다.
- 4층: 우주정거장은 ‘청년 입주단체의 업무 공간’으로 공개 모집으로 선정된 청년 입주단체들의 거점이 되는 공간입니다.



<대방동 공간 구성>
출처: 무중력지대 홈페이지



5. 주로 어떤 분들이 자주 방문하나요? 대방동 근처에 사는 청년들이 많이 오나요? 아니면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다른 지역에서도 많이 오는 편인가요? 
- 무중력지대 대방동에는 대방동이나 동작구에 거주하며 코워킹을 원하는 분들이 주로 이용하며, 언택트(비대면)를 추구하는 스타트업 구성원, 수험생, 대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5년 동안 멤버십 가입자 수가 3,000명 이상이 되었습니다. 살펴보면 지리적 특성상 고시 준비를 하는 청년들의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예전에 한 달에 한 번 ‘무중력 살롱 도시락 데이’를 진행했는데, 운영진이 도시락을 구입해서 2천 원 정도 참가비를 받고 같이 도시락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그 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의 절반 정도가 고시나 공무원을 준비하는 청년들이었습니다.
- 오프라인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서 서울을 넘어 가까운 경기권에서 오신 적이 많았습니다. 최근 코로나19로 온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는 수도권을 넘어 다른 지역에서도 무중력지대 대방동에 관심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고 있습니다. 온라인 프로그램은 지리적 한계를 넘어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간다는 점에서 저희도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 그런 수험생 중에서 조금 더 자유롭고 분위기에서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것 같습니다. 소란스러운 곳에서 오히려 사람들의 사이에 있다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는다거나, 어느 정도의 소음은 집중에 더 도움이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요새 청년들의 특성이라고 볼 수도 있고요. 카페 문화가 굉장히 보편화되어 있으니까요. 카페와 비교했을 때에 이곳은 꼭 음료를 구매하지 않아도 되고, 시간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지요.
- 예전에 임용고시를 준비했던 소그룹이 있었는데, 네 명이 모두 시험에 합격을 하고 원하시는 바를 이루셔서 운영진도 기쁜 마음으로 축하드린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수험생 모두가 원하는 모든 시험에 합격할 수는 없으니, 저희는 합격이라는 결과물보다는 과정에 집중했습니다. 수험생들은 시험 준비를 위한 장소를 찾아 여러 곳을 돌아다녔는데 공부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고 합니다. 학교는 폐쇄적이고, 고시원은 너무 경쟁적인 분위기로 사람을 위축시키는 부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연히 무중력지대 대방동을 찾아왔는데, 처음 들어서는 순간 탁 트인 분위기와 개인이 이용할 수 있는 동선이 확보된 공간에서 따뜻한 환대와 연결된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또 공간을 이용하는 여러 청년들과 진행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면서는 소속감을 통해 에너지를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무중력지대 대방동이 응원과 위로의 공간이 되었다고 하는 이야기에, 이게 진짜 우리가 지향했던 공간의 성격이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원하시던 직무 취업을 준비했던 분이 합격을 한 뒤에 밥 한 끼 사겠다며 찾아오기도 하셨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책을 기증해 주신 분도 계십니다. 이 공간이 그분들이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는 사실이 또 저희에게는 공간 운영의 원동력이 됩니다. 이런 걸 보면 초반에 많은 청년들이 고민하고 공유했던 공간의 콘셉트와 맞는 방향으로 잘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6. ‘무중력지대 대방동’을 운영하며 어떤 점이 어려우셨나요?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 무중력지대라는 이름에서도 나타나듯, 이 공간이 추구하는 가치는 청년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것을 전달하고 자유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공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이곳도 시와의 계약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성과를 측정하고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도 합니다.
- 현재는 민관 거버넌스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공간은 청년과 서울시의 민관 거버넌스의 좋은 예시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평가 지표는 저희가 역으로 제안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정량적 평가 요인은 멤버십 숫자, 대관 횟수, 외부의 방문 횟수 등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외부 방문은 과할 정도로 많기도 합니다. 사실 정성적 평가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평가 지표에 대해 더 고민하고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의 가치를 숫자만으로 표현하고 담아낼 수 없다는 이야기도 꾸준히 하고, 평가 지표를 바꾸어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7. 무중력지대 대방동은 번화가에 있지 않고 동네 어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번화가가 아닌 동네에 청년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한 특징이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그러한 위치에서 오는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을까요? 또 이러한 어려움을 대처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모색하고 계신지요?
- 전철역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교통편이 불편하여 청년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부분, 또 주차 공간이 없는 점은 아쉽습니다. 예전에 사용했던 대방역 3번 출구 옆 부지에는 “스페이스 살림”이라는 여성‧가족 공간이 조성되어 저희가 지금 장소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 이용하시는 분들에게는 마을버스를 타고 와야 한다는 것이 불편할 수 있지만, 정적인 동네에 청년들이 찾아와 지역 상권을 이용하여 활기를 불어넣는다는 점에서는 궁극적으로 지역 발전을 이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변 어르신들도 여기는 무얼 하는 공간인가 물어보시고 필요하실 때 이곳을 이용하시기도 하시거든요. 주 이용 대상이 청년일 뿐 다른 연령대의 이용자들도 이용을 하실 수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존 공간이 가지고 있던 지리적 이점과 공간의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상실감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대한 지금 공간의 장점을 활용하고 ‘무중력지대’ 콘셉트에 맞게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층별로 공간을 나누어서 공부, 미팅, 프로그램 진행 등 목적에 맞게 공간 사용을 하고 있습니다.
- 또한 청년과 서울시의 거버넌스는 장기적인 비전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청년 생태계의 관점에서 크게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상황의 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민간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8. ‘무중력지대 대방동’이 앞으로 어떤 곳이 되기를 바라시나요?  또 앞으로 더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이 있으신가요? 이와 관련한 향후 계획도 궁금합니다.
-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더 해나가고 싶습니다. 이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기존의 트랙과 스펙 쌓기에서 벗어나 함께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 예전에 서울시 정책을 통해 운영하면서 ‘내가 이렇게 누려도 되는지 모르겠다’라는 반응들이 있었습니다. 뭔가 받아본 적이 없다 보니, 복지가 잘 되어 있는 곳에서 당연한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거죠. 청년 수당, 청년 공간을 이야기할 때도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도 있을 텐데 이런 것을 누려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겁니다. 공간에 필담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메모판이 붙어있었는데, 한창 공간의 이전 이슈가 있었을 때 ‘이 공간이 없어지거나 이전한다면?’이라는 주제를 정했던 적이 있습니다. 거기에 이렇게 좋은 공간을 이 정도 활용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메모가 붙은 적이 있습니다. 이건 우리가 시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 아니겠냐는 이야기도 있었지요.
- 도움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베풀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청년 수당도 그 돈을 흥청망청 써버릴 거라는 우려가 많은데, 사실 청년들은 그렇게 돈을 흥청망청 써 본 경험조차 없어서 그러지도 못할 겁니다. 절망적이고 힘든 순간에 만난 단비와도 같은 마중물에 대한 고마움이 더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 무중력지대를 거쳐간 입주단체 중 ‘청년연대은행 토닥’은 소액 대출을 통해 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연대 은행인데, 시중의 은행에 비해 제약도 덜하고 이자도 자율로 운영됩니다. ‘토닥’을 통해 취업 준비를 하며 부족했던 생활비를 대출했던 한 청년은 정말 소중하고 고마운 경험이었다며, 나중에는 자기와 비슷한 처지에 있던 청년들을 돕고 싶다며 기꺼이 출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도움을 받아 본 경험이 있다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 끊임없이 흐르는 음악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을 보면 카페에 와있는 것 같고, 공부에 매진하는 사람들을 보면 도서관에 온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함께 섞이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화 통화를 한다고 누가 눈치를 주지도 않고, 부엌을 자유롭게 이용하며 식사를 해도 아무도 불편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카페나 도서관에서라면 어색했을 행동들이 이곳에서는 무척이나 자연스럽습니다.
- 무중력지대를 이용하는 많은 이들의 일상은 여전히 경쟁적일 것입니다. 막막한 미래에 괴롭거나 현실에 외롭거나 절망하는 순간도 적지 않게 찾아올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공간에서 마주한 에너지와 관계들이 한 조각의 위안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곳이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건 아니다’,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 ‘그게 삶의 실패는 아니다’라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해주는 공간, 그런 청년들의 아지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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