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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Vol.58_20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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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제주형 도시재생 시설을 둘러보다

양민구 제주도 도시재생지원센터 팀장

도시재생 시설의 의미
  문재인 정부의 중점 국정 과제인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2019년 말 기준 총 330곳이 대상지로 선정되어 추진되고 있다. 현재 330곳에서 커뮤니티센터, 주차장, 도서관 등 수많은 도시재생 시설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조성되는 시설들은 일반적인 건축물이 아닌 ‘기초 생활 인프라’로서의 의미가 있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서 말하는 ‘기초 생활 인프라’는 ‘국민 행복을 위한 삶의 질 향상의 기반이 되는 기초 서비스 시설 및 지역 공동체 회복의 거점 공간이 될 공동 이용 시설’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수립된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에 의해 조성되는 시설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크다.
  제주시 원도심은 2016년부터 중심 시가지형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오래된 미래, 모관: 옛것을 살려 미래를 일구다’라는 비전 아래 역사와 문화의 가치가 공존하는 원도심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에 제주시 원도심의 대표적인 도시재생 시설의 조성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도시재생 거점시설 조성을 위한 국유재산 활용
  제주의 핵심 상권이었던 원도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업자’의 유입이 필요하다. 쇠퇴한 원도심 상권에 ‘상인’들이 오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이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그래서 원도심에 ‘혁신창업 거점시설’을 조성하여 ‘상인’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소셜벤처’, ‘로컬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사업 주체들이 원도심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쇠퇴한 도심이 대부분 그렇듯 제주시 원도심 역시 시설 조성을 위한 부지의 확보가 어려웠고, 제주지방기상청 신축 이전 후 활용도가 낮았던 구청사(부지(1,238㎡) 및 건물(지상 2층, 연면적 959㎡))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여 ‘기상청’-‘도시재생(도시재생지원센터)’-‘지역 혁신 창업 지원(창조경제혁신센터)’ 3자 간 협업에 의한 ‘혁신창업 거점시설’ 조성을 추진하였다.

 


  업무 협약 체결 후 각 참여 기관의 실무자로 구성된 TF를 구성하여 기획 회의를 상시 개최하였고, 사업의 전 과정에 ‘사용자 참여 설계’를 도입하는 등 설계 이전의 기획 단계를 강화하여 ‘사용자 서비스 시나리오 구상’ 및 ‘공간조성 기본구상’을 수립 후 ‘기획-설계-시공-운영’의 프로세스를 구현하였다.
  현재 제주지방기상청 구청사를 도시재생 사업으로 리모델링하여 ‘혁신창업거점 W360’을 조성하였고,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혁신창업거점 W360’의 운영을 맡아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생활 SOC 확충을 위한 학교 도서관의 개방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 사업 1호 결과물인 ‘김영수도서관’은,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었던 ‘아이들과 손잡고 갈 수 있는 도서관’을 지자체, 학교, 학부모, 아이, 주민, 전문가가 함께 부단한 노력을 통해 이루어낸 성과이자, 쇠퇴한 원도심의 생활 SOC 확충 및 학교 공간 혁신을 이루어낸 지역과 학교의 동반 성장 모델이다.
  제주북초등학교 김영수도서관은 학교 20회 동문인 故 김영수씨가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기업인으로 성공한 뒤 1968년 어머니의 90회 탄신을 기리기 위해 학교에 지어 기증한 제주도 최초의 학교 도서관이다.
  도시재생 사업 시작 당시 학교에서는 약 50년 된 김영수도서관의 보수를 검토 중이었고,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 등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이에 지역의 숙원 사업인 마을 도서관을 학교 도서관과 연계하여 조성하면서 교육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제안하였고, 학교와 협의하면서 김영수도서관 주변에 사용하지 않고 있던 옛 관사와 창고를 활용해 공간을 확장하여 ‘마을 도서관 조성’ 계획을 추진하였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학교 시설의 복합적 활용을 위한 거버넌스와 협업 체계를 구축하였다. 도시재생지원센터와 학교의 강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행정과 기관ㆍ단체, 전문가들과의 협의 및 지원은 센터에서 담당하고, 교육청과 학부모 등 학교 관계자들과의 협의 및 지원은 학교에서 담당하면서 사업을 진행하였다.



 


  학교 시설을 외부에 개방한다는 것은 아이들의 안전 문제 등 운영의 측면에서 깊은 고민이 필요했다. 센터를 중심으로 학교, 학부모들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실현 가능한 대안들을 찾기 시작했고, 그 결과 오후 5시까지는 학교 도서관의 기능을 유지하고 이후 시간과 주말에는 해당 공간을 마을에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지역의 건축가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기본 구상을 수립하였고, 처음 구상이 끝까지 틀어지지 않고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기획’-‘설계’-‘시공’-‘운영’의 전 과정을 ‘주민 참여형’으로 추진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김영수도서관은 연면적 365.03㎡의 지상 2층의 건물로 다시 태어났다. 김영수도서관의 가치와 기억을 지키기 위해 외관은 최대한 보존하였고, 옛날의 모습을 그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닌 미래의 활용성과 아이들에게 학교 주변의 풍경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현재 김영수도서관은 평일 오후 5시까지는 학교에서 운영하는 학교 도서관으로, 평일 오후 5시~오후 9시까지 그리고 주말에는 센터에서 양성한 ‘마을 도서관 활동가’가 운영하는 마을 도서관으로 활성화되고 있다.
  김영수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 리모델링 사업이 아니라 도 행정과 교육 행정이 함께 고민하여 학교 내 공간을 지역에 개방하고, 기존 관급공사의 한계를 극복해 혁신적인 공간을 조성하여 도서관을 중심으로 ‘마을 교육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뜻깊다. 김영수도서관은 그 노력을 인정받아 국무조정실에서 주최한 ‘생활 SOC 아이디어·우수사례·홍보영상 공모전’에서 우수사례 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지역의 정체성을 보유한 공간의 활용
  공간은 그 지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과 삶의 흔적을 담고 있는 그릇이다. 그러한 공간의 특성을 살려 방치되어 있던 건물의 기억을 되살리고, 새로운 콘텐츠를 담는 것은 도시재생 사업의 중요한 역할이다.
  제주시 원도심 산지천 일대에 ‘탐라문화광장 조성 사업’을 위해 매입하여 철거할 예정이었던 옛 ‘유성식품’ 건물을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 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사업을 통해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하여 주민 공동 이용시설 ‘케왓’을 조성하였다.
  ‘케왓’은 마을 주민들이 공동으로 야지(野地)를 확보해 지붕의 이엉을 잇는 재료인 새를 심어 공급하는 ‘공동 경영지’를 의미하는 제주어다. 주민 공동 이용시설 ‘케왓’은 이러한 의미를 살려, 주민들이 음식을 연구하고 상호 교류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이루고 지역을 활성화하고자 붙여진 이름이다.



 


  공간 하나가 사라지면 수백 개의 기억과 추억들도 함께 사라진다. 옛날 원도심에서 어선에 부식을 납품했던 옛 ‘유성식품’ 건물은 지역 주민들과 선원들에게 소중한 기억이자 장소였고, 주민 공동 이용시설 ‘케왓’은 철거될 예정이었던 지역의 기억을 간직한 공간을 되살려 그것을 주민에게 되돌려 준 시설이자, 그 공간을 민간 주도로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 도시재생 공간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 디자인으로 행복한 공간 만들기’ 사업이 종료된 뒤 조성된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해 운영 주체를 공모하였고, 그 결과 음식 문화 관련 분야 전문가와 원도심 주민들로 구성된 조직인 ‘베지근연구소’가 선정되어 현재 도시재생지원센터와 협력하며 ‘케왓’의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케왓’에서는 인근 전통시장인 동문시장과 연계한 ‘시장 탐방 쿠킹 클래스’ 프로그램과 제주 음식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오픈 키친 및 라운지’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민 공동 이용시설로서 원도심 지역의 독거노인을 위한 ‘반찬 봉사’, 그리고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하르방 수세미 만들기’ 등 지역을 위한 공익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위한 노력
  도시재생 시설을 지을 때, ‘운칠기삼’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시설은 ‘운영이 칠 할이고 기획이 삼 할’이라는 뜻이다.
  도시재생 사업으로 지어지는 많은 시설들이 사업이 종료된 뒤 운영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있다. 시설의 용도에 따라 행정 직영으로 운영할지, 공공기관 대행, 아니면 민간 위탁 또는 용역으로 운영할지 등 다양한 운영의 방법들이 있지만, 이는 시설을 짓기 이전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충분히 검토하고 결정한 뒤 사업이 추진되어야 한다. 운영 주체 및 사업 내용에 따라 공간의 규모, 구조, 구성, 예산 등이 달라져야 하고, 도시재생 사업의 특성상 사업 종료 후 운영에 대한 부담을 오롯이 지자체에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는 것은 단지 사업비를 잘 쓰고, 시설을 잘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민의 참여를 통해 수립한 활성화 계획에 맞추어 사업의 수행 및 설계 과정에서부터 주민과 운영 주체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시설의 운영까지 함께 고민하며 미래로 이어져 나아가는 것을 뜻한다.
  도시재생 시설의 수명은 도시재생 사업이 종료된 이후부터 시작된다. 주민들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시설이기에 그 시설의 성장과 발전도 주민들의 관심과 참여의 정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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