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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도시재생 이야기

웹진 Vol.58_20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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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로컬에서 만드는 잔잔한 생활혁명, 사회적경제

김재경(대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소유하지 않고도 상품을 생산할 수 있으며, 만나지 않고서도 온라인플랫폼으로 매장을 만들거나, 매장없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대로 바뀌었다. ‘소유가 아닌 접속의 세상으로, 얼굴을 보지 않고도 소통하고, 아바타로 세상과 만나는 시대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변화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여기에 적응하는 사람은 살아남고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주변에 머물거나 도태될 것이다.

   

위드코로나시대라고 하는 2022년은, 희망보다 불안감이 더 크게 다가온다. 공동선과 사회문제를 기업방식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해 온 사회적경제기업들도 코로나라는 변수 이외에 이런 급격한 변화에 매우 당혹스럽다. 2010년 전후해 성장하기 시작한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대구에도 1000여개가 넘고, 문화, 예술, 교육, 여가, 도시재생 등의 제반 생활영역에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었다. 이제 더 서로 연계해 규모화할 수 있고, 유연한 협의체형태로 사회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활동의 기지개를 펴기 시작할 때 코로나가 터졌다.


그동안 대구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시스템은 상당부문 확보되었다. 초기부터 민간주도 행정 뒷받침을 통해 활성화정책을 추진해온 덕택에 대구시, 현장조직, 중간지원기관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거버넌스가 시스템으로 안착되었다. 이 민관거버넌스는 정책과 사업을 발굴, 집행하는 활동을 포함, 의제실무논의까지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광역단위에서는 부문별(사회적기업협의회, 마을기업연합회, 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등) 협의체가, 기초단위에서는 지역별 협의체가, 그리고 이 조직들을 포괄하는 우산조직으로 대구사회적경제가치연대가 조직되어 있다. 기초단위의 협의체들은 아직 조직화 초기라서, 활동성의 편차가 있으나 앞으로 더 내실있는 협력이 가능할 것이다. 이미 달성군 사회적경제협의회는 2020년 달성군 도시재생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어 풀뿌리 활동영역을 키우고 있다. 수성구 사회적경제협의회는 수성상회라는 온라인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전통시장의 상품을 홍보,판매하는데 고군분투한다. 동구 사회적경제협의회는 선도적으로 자조기금을 만들어 인근 사회적경제기업들에 대한 대출사업에 나섰다


이제 사회적경제기업끼리의 내부협업을 넘어, 골목상권 및 전통시장과의 접점을 찾아 생활권경제 활성화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개별 사회적경제기업들의 활동도 돋보인다. 대구의 많은 도시재생사업지의 커뮤니티센터에서도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미 많은 지역에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들어가 주민밀착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거나, 마을관리조합을 설립해 지역관리기업으로서 활동을 기획, 시작하고 있다. 국토부가 처음 그려낸 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은 아직 초기모델이지만 현장에서는 정체성과 방향성을 치열하게 고심하고 있다


마을관리조합들은 도시재생지역의 주차장관리, 카페, 목공소, 마을식당, 공구관리, 주민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운영비를 조달하고 주민밀착형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 과제를 갖고 있다. 잘 성공해, 주민들이 더불어 살기의 재미를 느끼고 발이 닳도록드나드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사회’, ‘총회등의 민주적 절차시스템도 잘 지키고, 회계적 투명성도 반드시 유지해 동네를 품는 정체성을 잘 일궈야 한다.

   

결코 쉽지 않다. 그래도 성공하는 곳들이 있다. 선례를 따라 우직하게추진하고, 정책적 연계도 계속 찾아가야 할 것이다. 국토부사업이후에도 여러 전문기관들의 컨설팅을 받고 유사한 사회적경제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지식과 정보, 경험을 공유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동시에 행정안전부의 마을기업 지원사업이나 고용노동부나 지자체의 사회적기업 지원사업 등을 통해 자원연계 및 컨설팅, 교육, 심리적 지지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대구의 사회적경제기업들 중 지역 앵커시설로 자리잡아 유명해진 곳도 있다. 북성로의 대화의 장은 레인메이커협동조합이 만든 곳이다. ‘가뭄이 든 땅에 단비를 내리게 하는 레인메이커가 되고 싶은청년들이 뭉쳤다. 2013년 방천시장 김광석길에서 시작해, 교동, 동성로, 중앙로, 수창동, 북성로 등 도심 내 몇 곳을 전전하다가 대구역 뒤편 여관건물대화장에 자리잡았다. 지역청년들이 스스로 설계, 만들었다. ‘대화장대화의 장으로 작명한 청년들의 기지가 놀랍다. “지역청년들이 지역의 이슈를 가지고 돈을 버는 곳이라고 자칭 정의하는 이 발랄한 청년들은 지역의 성소수자 환경 동물권 등의 딱딱한 이슈에 대해 사람들이 편하고 힙(hip)하게 느낄 수 있도록 . . 나름의 대안들을 말랑하게 푸는 곳”(커뮤니티와 경제(2022), 뜨겁게 너를 응원한다)으로 명소화하고 싶다는 포부를 말한다. 이들 지역청년으로서의 고민과 낙후된 지역에서의 지역재생의 도전에 감동한 많은 사람들이 핫플레이스로 방문한다. 대화의 장 조합원들은 대화의 장이 관광객들의 볼거리 관광지 이상의 지역민의 유대, 연결, 문화가 창조되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이 쌓여 지역민의 기억, 역사, 감성이 쌓이는 북성로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지금도 머리를 맞댄다.


대구 둔산동 옻골마을도 그렇다. ‘명품옻골1616마을협동조합을 통해 최씨종가집의 전통도 살리고, 대구의 관광명소로서의 구색도 갖췄다. 옛정취도 살리고 향수에 젖는 치유와 힐링의 장소로 400년 넘은 마을의 장소성을 재구성하였다. 주민들은 전통한옥체험관광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고리타분한전통과의 현대적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이처럼 도시재생을 포함 여러 지역개발사업으로 방문이 유리한 접근성을 갖추고, 건물과 골목을 편안하게 배치, 오고 싶은 곳으로의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고, 주민들은 개성 충만한 콘텐츠로 문화상품과 문화산업을 만들어 내는 과제를 푼다.


사회적경제기업은 사회문제를 양어깨에 지고 비즈니스방식으로 풀어내려는 기업이다. 늘 이야기하듯 공공성과 기업성이라는 두 축으로 가는 기업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윗 사례들은 도시재생을 통해 지역활성화를 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단순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정부의 투자, 보고 즐기는 수동적 시각만으로는 지역을 지켜내고 발전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변화를 통해 지역을 살려보겠다는 투철한 사회적기업가정신이 내재되어야 일류급 기업, 멋진 지역을 만들 수 있다.

 

다시, 대구의 사회적경제기업들도 사람과 돈이 모여 순환할 수 있도록 동네에서 더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훌륭한 마중물이다. 도시재생으로 만들어진 여러 공공장소가 지역재생의 거점이 될 수 있도록 계속 작당을 해야 한다. 커뮤니티센터가 기억과 사유의 장소로, 여러 형태의 사람살이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여유로운 정담과 유익한 만남이 오가는 곳으로 알려질 수 있다면, 그리고 거기에 지역상권과 협업하는 사회적경제가 있다면 지역이 매력적인 곳으로, 운영하는 사람들이 매력적인 사람들로 보일 것이 틀림없다.

     

커뮤니티센터를 중심으로, 그 자리의 정체성이 형성되고 동네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골목살이의 거점, 생활권경제의 핵심이 되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마을관리조합은 지역을 활성화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 초기에 정부투자로 기반이 만들어졌다면 이젠 실질적인주인으로 주민들이 나설 차례다. 마을관리조합의 이런 운영시스템은 좀 거창해보이지만, 세계적인 흐름인 ESG동향과도 부합한다. 지구의 미래와 공생의 가치를 생각하는 운영, 사회적 기여를 고민하는 운영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이 골고루 참여하는 민주적 운영구조 등은 이미 경제계에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경제윤리이다. 마을관리조합의 운영방식은 이미 충분히 선구적이다.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성과를 다 고려하는 이러한 실천속에 자연스레 지역자치와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다.


대구시 광역차원에서는 2022년 사회적경제의 도약을 위해 인프라투자에 더 전력할 것이다. 지역 전통산업과의 연계 사회적기업의 발굴, 사회적경제기업의 비대면시장의 적응전략의 모색 및 스케일 업 성장지원, ‘스스로 돕는자조기금 이상의 사회적 금융의 기반을 다지는 자원연계 및 운용전략 들을 고민할 것이며, 공공구매 플랫폼 구축을 통한 지역사회 부(Community Wealth Building)’를 쌓는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 라이더 및 플랫폼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한 협동조합의 설립과 내실화, 독거노인 및 1인가구의 돌봄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주택형 사회적경제조직의 모델발굴, 지역의 골목상권, 전통상권과 연계하는 협업사업 등을 통해 괜찮은일자리와 일거리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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