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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벌 도시재생 이야기

웹진 Vol.58_20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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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사례

현풍의 열리지 않는 창문

대구도시재생기자단

 현풍읍 일원 도시재생 활성화 지역은 일반 근린형에 속하며, 면적은 1㎢이다. 기자가 본 현풍은 화려한 테크노폴리스 아파트 단지와 여전히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평범한 주거 단지로 나뉘어 있었다. 저 화려한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며 사는 이곳 주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크고 작은 집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마을로 향했다. 현풍의 모습을 사진에 담다 한 어르신이 지나가는 것이 보여 급히 그분을 쫓아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어르신께서는 큰 욕심도, 바라는 것도 없이 그저 현실에 만족하며 편안하게 살아가려는 마음을 갖고 계셨다. 마을 어르신과의 대화 내용을 아래에 옮긴다. 


기  자 : 안녕하세요, 도시재생 기자단입니다. 혹시 이곳에 오래 사셨나요?

어르신 : 한 15년 정도 살았어요.

기  자 : 현풍에 살면서 불편한 점이나 어려운 점이 있으신가요?

어르신 : 어려운 것도 있긴 있죠. 다 좋을 수 있습니까. 

기  자 : 마을에 불편한 것은 없으세요?

어르신 : 요즘은 코로나로 다 밥 먹고 집에 들어가 있으니까 불편한 게 있습니까.

기  자 : 시설적인 면에서 불편한 것은요?

어르신 : 불편해도 다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다 골고루 어려움 겪고 있지. 어쩌겠습니까?

기  자 : 쓰레기 문제라든가 밤에 다니기 무섭다든가 하는 것은 없으세요?

어르신 : 가끔 나쁜 사람이 다니긴 하지만 우리가 조심해야지 가(걔)들 나무라서는 말을 안 듣죠. 가들은 밤이고 낮이고 겁나는 것 없이 다니잖아. 우리가 조심해야지. 밤으로는 잘 안 다니지. 

기  자 : 여기는 주로 어른들이 사시나요?

어르신 : 젊은 사람도 있지만 주로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죠. 아무 마을이나 다 그렇죠.


 더운 날씨에 짧게나마 인터뷰를 해주신 어르신께 감사를 표하고 다음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번엔 마을 경로당을 찾아가 보았다. 몇몇 어르신들이 그곳에 앉아 계셨다. 활발해 보이는 어르신 한 분께서 다가와 기자에게 말씀을 건네주셨다. 간단히 소개를 드리고 그분께 인터뷰를 요청했다. 아래는 그 인터뷰 내용이다.


기  자 : 마을에 사시면서 불편한 점 있으세요?

어르신 : 요새는 코로나 때문에 그렇지. 코로나 때문에 마음대로 사람도 못 만나고, 어디 못 가고 하니 불편하지. 우리만 그런 게 아니고 전국이 다 그러니 어쩔 수 없는 거지.

기  자 : 어르신은 여기 오래 사셨나요?

어르신 : 우리야 뭐. 50년 넘었지. 전부 다 토박이들이야.

기  자 : 50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발전했죠?

어르신 : 많이 발전했고 말고. 옛날이야 사람들 사는 게 다 초가집에 살고 그랬지. 살기는 많이 좋아졌지.

기  자 : 어떤 점이 좋아졌어요?

어르신 : 편리하지. 옛날에는 대청마루 있고, 부엌도 따로 들어가야 되고, 화장실도 밖에 있어서 모든 게 불편했는데 요즘은 전부 아파트식이니 살기 좋아졌지.

기  자 : 마을에 계시면서 ‘이런 거 새로 생기면 좋겠다’, ‘다른 동네는 이런 것 있다고 하던데 우리도 있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으신가요?

어르신 : 뭐가 있으면 좋겠노. 노인들은 코로나 전에는 보건소에서 지원해 줘서 주로 요가를 했거든. 일주일에 세 번씩 했는데 그것도 못 하고, 안 되는 게 많아서 말해도 안 될 끼라.

기  자 : 그래도 다양한 의견을 모아 주시면 적당한 시기에 반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르신 : 그 선생님이 요가 학원도 하는데 유튜브에도 올려놨더라. 

기  자 : 운동을 다시 하실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신 거군요?

어르신 : 그렇지 뭐. 나이 많은 사람들은 가만히 앉아있고 텔레비전이나 보고, 일이 없으면 화투나 치지. 운동은 잘 안 하는데 요가 하니까 좋더라고. 노인들은 천지 낙이 없다.

기  자 : 마을 시설 중에서 불편한 건 없으세요?

어르신 : 별로 모르겠다. 쓰레기도 분리해서 내놓으면 잘 가져가고, 분리 안 하는 사람들도 있기야 있다만, 그래도 잘하고. 근데 쓰레기 모으는데 건전지 모으는 통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건전지는 수시로는 안 나오거든. 몇 달마다 하나씩 나오면 버릴 데가 없어서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는데 그게 수은이 그렇게 많이 나온다고 하더라고. 그런 폐건전지 모으는 통 하나 만들면 좋겠다. 항상 그게 생각이 나더라. 다른 건 분리가 잘 되는데 건전지 통이 없더라고. 폐건전지가 후손들한테도 해롭다고 하는데 수은이 그냥 나오잖아. 그거는 언젠가부터 내 바람이다.

기  자 : 밤에 다니면서 캄캄하지는 않으세요?

어르신 : 가로등이 얼마 안 가서 몇 개씩 밤새도록 켜져 있어서 캄캄하지는 않아. 코로나 풀리면 심심풀이 운동이나 좀 해주고, 보건소 같은 데서 수시로 와서 건강 관리, 점검이나 해주면 좋겠다. 노인 바람은 별거 없다.

기  자 : 마을에 새로 생기면 좋을 것 같은 건물은 없으세요?

어르신 : 건물은 여기 한 번 보이소. 전부 앞에 논밭인데 건물이 다 들어섰다. 10년 안에 다 들어섰다. 젊은 사람들은 뭐가 있겠지만 노인들은 그렇게 바라는 게 없다. 나는 튼튼한 통으로 폐건전지를 모을 수 있는 함 그거 하나만 달아주면 좋겠다. 다른 거는 불편한 거 없어요. 보건소에서 혈압 재주고, 당뇨 검사하러 나오면 좋고. 전에는 시각 장애인 안마 봉사도 나오고 했는데 코로나 오기 전에는. 지금은 아무 것도 없다. 지금 또 델타인가 뭣이 많이 나와 가지고 걱정이다. 시간은 지겹고, 할 일은 없고. 집에 있는 독거노인들이 많으니까. 젊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이해할랑가 모르겠다만은. 그런 이야기 해주면 고맙고 그래요. 




  
현풍 마을 너머로 테크노 폴리스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사진 출처 : 직접 촬영)


  현풍에 사는 어르신들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삶에 적응하고 또 순응하시며 살아왔기에 더 이상 바라는 것은 크게 없으셨지만, 어르신들을 위해 마련되었던 체험 프로그램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 이를 계속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계셨다. 말하자면 어르신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드린다면, 그것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몸소 느끼실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떠올리면서 기자는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더 좋은 문화 콘텐츠와 주민 복지를 위한 시설이 있을 텐데, 마을 어르신들이 그것을 미처 알지 못하시기에 그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현풍의 시냇물
(사진 출처 : 직접 촬영)

  길을 걷다 아름답게 흐르는 시냇가를 지나게 되었다. 기자가 사는 동네에서는 이런 곳에 주민들을 위한 아름다운 산책로가 꾸며져 있기도 하고, 에어로빅 프로그램도 야외에서 무료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보았기에, 현풍 지역에도 주민들을 위한 환경이 더욱 잘 조성되고 주민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진행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발걸음을 이어가다 허름한 집 한 채를 보게 되었다. 나지막한 담 너머를 살짝 들여다보니 빨랫줄에 이불이 널려 있는 것으로 보아 사람이 살고 있는 듯했다. 이토록 낡은 집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이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길을 향해 나 있는 작은 창문은 먼지가 쌓인 채로 굳게 닫혀 있었다. 과연 저 창문은 언제 마지막으로 열리고 지금껏 닫혀 있는 것일까. 어쩌면 저 안에 사는 분의 세상을 향한 마음도 저렇게 닫혀 있는 것은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발걸음을 돌려 나왔다.


  

현풍의 낡은 집                             현풍의 닫힌 창문

(사진 출처 : 직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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