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간’은 경상도 사투리로 ‘부엌’을 뜻한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흔히 부엌을 ‘정지’ 또는 ‘정지간’이라고 부르곤 했다. 경주시 행복 황촌마을에는 ‘황촌 정지간’이 있다. 이곳은 2022년 도시재생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경주시 성동동 일원 폐가를 매입해 개조하여 황촌 마을부엌 및 카페,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할 목적으로 조성되었다.

 기자는 이른 아침 그곳 황촌마을로 향했다. 경주시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초행길이라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황오동 사랑채’가 목적지라고 말씀드렸다. 황오동 사랑채로 가는 길에 기사님이 마을 입구에 있는 문화재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넓은 소방도로가 시원하게 보이는 주택가 입구에 내렸다. 담벼락에 <황오동 사랑채 ←골목 안 110m>라고 쓰인 작은 현판이 보인다. 능소화가 예쁘게 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아! 여기구나!” 싶은 한옥이 한 채 보인다. 이곳이 바로 ‘황오동 사랑채’다. 그 옆으로 한옥 한 동이 더 보인다. 넓은 창 위로 <행복 황촌 - 황촌 정지간>이라는 명판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경주시는 역사문화도시라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 ‘황촌 정지간’과 ‘게스트 하우스 행복꿈자리’에 현대식 한옥에 디자인을 가미한 건축 양식을 도입했다. 한옥식 건물 두 동으로 이루어진 마을부엌과 카페는 연면적 52.3㎡, 지상 1층 규모로 지어졌다. 마을 호텔인 게스트하우스는 연면적 49.6㎡의 1층 규모로 방 3개, 욕실 2개가 구비된 숙박 시설로 조성되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방문한 날에는 ‘경주 황촌 살아보기, 2박 3일 무료 체험’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정지간은 점심 준비로 분주했다. 기자는 이곳에서 행복 황촌 협동조합 정수경 이사장을 만났다.

<좌: 행복꿈자리, 중: 반찬구매 포스터, 우: 정지간 모습>, 출처:직접촬영

 마을 협동조합 정수경 이사장은 인터뷰에 앞서 먼 길을 온 기자에게 시원한 얼음 커피를 대접해 주셨다. 반듯하게 잘 다려진 하늘색 셔츠가 매우 인상적이다. 퇴직한 공무원일까? 기업의 대표일까? 어떤 일을 하시는 분인지 궁금했다.

기자 : 본업은 어떤 일을 하시나요?

이사장 : 이 근처 가까운 곳에서 노인복지센터를 운영 중입니다.

기자 : 아하! ‘봉사’가 몸에 익어 있어서, 남달라 보이는군요.

이사장 : 하하! 그런가요?

기자 : 어떤 계기로 이곳에서 마을협동조합을 조직하고 이사장으로 선출되셨나요?

이사장 : 우연히 아시는 분이 이곳에 협동조합을 설립하려고 하는데 도와 달라고 해서 사무국장을 맡았고, 그 후 조합이 설립되고 이사장을 누가 할 거냐고 하는데 손을 번쩍 들어서 내가 하겠다고 했어요.

기자 : 이사장님! 왜 그러셨어요~~~?!

이사장 : 제가 제 발등 찍었죠? 하하하! 하지만, 참으로 즐겁고 보람된 일입니다.

기자 : 행복 황촌 협동조합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사장 : 조합 발기 당시 21명이었던 조합원이 2023년 현재 31명이 되었고, 네 개 분과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 정지간 - 마을부엌 분과

* 용역 – 지원 사업 분과

* 숙박 – 숙박 분과

* 잔무 – 사회 공헌 분과

기자 : 활동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점은 어떤 것인가요?

이사장 : 네 개 분과의 역할 분담이나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조합원 개인의 사정이나 생업 때문에 그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일을 나눌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특히, 용역 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야 수익이 나는데 사업을 수행하고, 경비를 정산하는 회계를맡아 줄 인력이 부족합니다.

<좌: 정수경 협동조합 이사장, 우: 정지간 사람들>, 출처:직접촬영

기자 : 문제점의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이사장 : 조합원 각 개인과 좀 더 소통하여 개인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현실적으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고, 추후 수익이 발생하게 되면 분과별 역할과 활동 내용에 따라 수익금을 배분하는 것도 고려 중입니다.

기자 : 황촌 정지간과 행복꿈자리는 어떻게 홍보하고 있나요?

이사장 : 최근 SNS 홍보에 능숙한 인플루언서를 대상으로 ‘황촌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행복꿈자리 2박 숙박권과 황촌 정지간 조식 무료 쿠폰 , 황촌 체험 프로그램 참여권, 마을해설사와 산책 투어 & 포토타임 등을 제공합니다. ‘골목 이야기’라는 청년 영상 팀이 우리 마을 홍보 영상을 제작해 줍니다. 참! 좋은 인연이죠! 다양한 관광 관련 홍보뿐 아니라 ‘마을 기업을 통한 수익 창출로 지속 가능한 도시재생’을 가능하도록 전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숙박지 홍보와 황촌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 특산물 막걸리, 수제청 만들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쌉싸름한 맛의 탱자청 수제 막걸리는 2022년 주민 제안 공모 사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기자 : 앞으로의 황촌 정지간 운영 방안이 궁금합니다.

이사장 : 황촌 정지간에서는 ‘엄마가 해주는 반찬 구독하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난 중복에는 삼계탕 80마리가 판매 완료되었습니다. 또한, 라이온스와 MOU를 맺어 매주 목요일 50 가구에 황촌 정지간 에서 만든 반찬을 나누는 ‘반찬 나눔 행사’를 하고 있어요.

기자 : 자취생들이 많은 대학가를 목표로 1인 가구를 위한 ‘엄마 밥상’ 반찬 판매를 해보면 어떨까요? 또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사장 : 좋은 생각입니다. 앞으로의 포부는 현재 마을 협동조합이 예비마을기업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마을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마을기업 요건인 공동체성, 공공성, 지역성, 기업성을 충족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마을기업으로 선정되어야 쓸 수 있는 사업 자금이 늘어나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이곳을 운영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협동조합에서 수익이 창출되면 마을과 주민들에게 환원할 계획입니다. 마을 주민들과 상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기자는 마을 협동조합 정수경 이사장과 유쾌하게 도시재생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황오동 사랑채’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토요일에 열리는 도예 공예 체험이다. 엄마, 아빠를 따라 체험에 참여한 초등학생도 보이고 할아버지, 아빠, 손자가 함께 참여한 가족도 있다.

 정수경 이사장이 인터뷰 중에 언급한 ‘골목 이야기’라는 청년 영상 촬영팀이 마을 홍보를 위해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다. 체험을 하는 사람도 촬영을 하는 사람도 모두 진지하다. 다들 숨소리도 죽인 채 몰두하고 있었다.

<좌: 사랑채 체험프로그램, 중: 도예공예 체험 , 우: 골목이야기 영상촬영 >, 출처: 직접촬영

 기자는 조용히 사랑채를 나와 사랑채 맞은편 벽화 앞에 섰다. 벽화 한편에는 시 한 편이 적혀 있었다. 이 벽화는 화가와 시인인 부부가 직접 그린 것이라 한다.

 정수경 이사장은 마을 입구까지 기자를 배웅하며, 행복 황촌마을 자랑을 늘어놓았다. 마을 입구에 가까워질 무렵 골목 한쪽을 가리키며 ‘가장 예쁜 골목’이라고 했다. 고개를 돌려 골목을 보는 순간 ‘아! 여기는… 내가 어린 시절 고무줄놀이와 숨바꼭질을 하던 그곳……‘ 골목을 바라보는 내 눈앞에 잠시 어린 시절 내 모습이 어렸다. 아련한 기억이다.

<좌: 벽화주택, 중: 황촌 골목길 , 우: 배웅 >, 출처: 직접촬영

 ‘황오동 사랑채’라고 적힌 현판 앞에서 정 이사장과 작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나를 보며 손을 흔들어 주는 정수경 이사장을 뒤로하고 기자는 그녀가 한 말을 다시 되뇌어 보았다. ‘’누군가 해야 하고, 어차피 할 일이라면, 내가 해야지…“

 참, 쉽지 않은 생각이고 쉽게 할 수 없는 말이다.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요즘처럼 ‘나만 아니면 된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그녀는 분명 흔치 않은 사람이다. 그래서 ‘행복 황촌’은 다른가 보다.

 경주시 황촌이 <일상이 여행이 되는 마을―행복 황촌>이라는 슬로건처럼 여행객에게 ‘설렘’을 주고 즐거움과 행복이 ‘기대’되는 마을로 성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출처표기

* 네이버 사전 , 정지간 뜻

* 이동훈, “경주 행복황촌, 취약계층 사랑의 반찬 나눔활동, 「청년창업신물」, 2023.07.28

* 네이버, “경주시 행복황촌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https://blog.naver.com/happyhwangchon , 2023.08.10.

* 직접촬영